앞서 말한 두 사건(칼퇴한다고 한소리 들음, 점심 같이 안 먹는다고 불려 감)에서 회사문화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날들은 무난하게 보냈다.하지만 회사생활의 진정한 복병은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 있었다.
나는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엄청난 답답함을 느꼈다.
회사에 한 번 오면 퇴근시간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공기가 답답해 숨이 막혀도, 집중이 안 되어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자리에서 뻗대야 한다. 넓은 사무실에 적은 인원이 있는 경우는 좀 나았지만, 한 사무실에 많은 인원이 모여 있으면 그 답답함은 더 심했다. 사무실 특유의 '기 빨리는 느낌'이 너무 싫었다.
내 직무는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도, 현장에 돌아다니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여덟 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한다. 솔직히 일이 힘든 경우는 없었지만, 사무실이라는 공간 자체에 답답함을 느껴 힘들 때가 많았다.지겨움도 힘들었다. 나는 원체 집중력이 짧아서 40분에 한 번씩 공기를 마시고 들어와야 하는데, 그조차도 눈치 보일 때가 많았다.
친구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하루 근무시간 8시간 중 오롯이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이 몇 시간이나 되냐고. 대답은 다양했지만 2시간부터 6시간 사이가 가장 많았고, 8시간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물론 너무 바쁘고 야근까지 불사할 정도로 일이 많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이렇게 창밖이 보이는 자리인 경우에는 좀 나았다.
또 하나의 복병은, 출퇴근이 너무 힘들었다.
나는 짧게는 왕복 두 시간, 길게는 왕복 다섯 시간까지 출퇴근을 해봤다.
경기 남부에 있는 집에서 서울 서쪽 금천구까지 갈 때는 퇴근길 교통체증 때문에 왕복 다섯 시간 이상을 잡아야 했다. 다섯 시에 퇴근을 해도 이미 집에 오면 거의 여덟 시였다. 퇴근길 지옥철, 지옥버스에서 모든 기가 다 빨려, 자기개발이든 운동이든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재택근무를 한다면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자주 일어나 스트레칭도 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환기도 시킬 수 있고, 집중이 잘되는 잔잔한 음악도 틀어놓을 수 있고,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땐 카페나 도서관에서 일할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나라에서 한두 달 살면서 일할수도 있고, 출퇴근 지옥도 겪지 않아도 되고... 잠깐 생각해도 머릿속에서 장점이 술술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내가 재택근무를 정말로 시도하게 된 계기는 다른 결정적인 데에서 왔다.
하늘빛이 유난히 예뻤던 어느 퇴근길
재택근무 이야기는 아래와 같이 예정하고 있어요*^^* 0과 5로 끝나는 날짜에 연재해요.
1장. 재택근무를 원하게 된 이유 2장. 비 IT업계, 3년 차 직장인의 재택 도전기 3장. 재택근무의 실상 4장. 디지털 노마드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