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는 IT 업계 종사자이거나, 경력이 10년 이상 되거나, 둘 중 하나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둘 다 해당사항이 없었다!
회사를 자주 옮긴 탓에 쌓인 능력치가 별로 없었고, 오히려 써먹을 것보단 가르칠게 더 많은 중고신입정도의 경력이었다. 회사 경력을 조각조각 모으면 3년이 겨우 넘었다. 그래서 아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지레 겁먹고 재택근무를 포기했었다. 하지만, 내가 재택근무를 시도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다른 결정적인 데에서 왔다. 바로 '주말부부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누군가 들으면 부러워하는 주말부부지만, 나는(아마 우리는?) 빨리 주말부부를 끝내고 싶었다. 단 이틀의 주말을 함께한다는 것은 턱없이 짧게 느껴졌다. 이제 좀 같이 놀아볼까 하면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 아침이 우리를 덮쳤다. 그 순간이 미치도록 짜증 났다.남편과 가끔 한 주의 중간 즈음에 맥주 한 잔으로 지친 마음을 쓸어내리고,베스킨라빈스 한 통을 끌어안고 축구경기를 보며 평일 저녁을 함께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우리는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신혼부부였고, 남편의 직장은 충남 예산, 나의 직장은 경기 분당에 있었다. 내가 일을 잠깐 쉴 때 결혼을 했기 때문에 신혼집도 남편 직장과 가까이 있었다. 남편은 주말부부를 끝내기 위해 본인이 수도권으로 올라올 방법을 간구하겠다고 했지만,언제 또 다른 회사로 옮길지 모르는 철새족인 나 때문에 8년째 멀쩡히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옮기라고 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남편과 가까운 천안, 대전 쪽으로 회사를 알아봤지만, 녹록지 않았다.
너는 집에 가면 남편 있어서 좋겠다~ 나는 집에 가면 껨돌이 동생 있다! (징징징)
주말부부를 하기 싫다며 징징대니까(당시 나는 친정에서 출퇴근을 했다), 듣고 있던 친구가 한 마디 했다.
"사랑꾼이네~ 그러지 말고 재택근무 되는 곳을 한 번 알아봐!"
"경력도 별로 없는데 내가 되겠어?"
"혹시 될 수도 있지!"
"오......?"
이 얘기를 하며 친구와 걸었던 회사 앞 도로
나름 재택근무 가능성이 높은 직무인데, 왜 미리 겁먹고 시도해 볼 생각조차 안 했지? 나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가 '도전정신'인데! 그때부터 난 한동안 안 쓰던 채용 어플을 다시 설치하고, 샅샅이 채용공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남자와 어떻게 한집에서 샤냐던, 정 같이 살아야 한다면 각방을 쓰겠다고 주장하던 이십 대의 나는, 남편과 꼭 붙어있고 싶어 재택근무 채용공고를 뒤지는 삼십 대가 되어 있었다.
재택근무 이야기는 아래와 같이 예정하고 있어요*^^* 0과 5로 끝나는 날짜에 연재해요. 1장. 재택근무를 원하게 된 이유 2장. 비 IT업계, 3년 차 직장인의 재택 도전기 3장. 재택근무의 실상 4장. 디지털 노마드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