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의 이별 후 한 달간의 일상
할머니와 이별한 지가 벌써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엄마, 아빠와 삼촌과 외숙모 사이에서 할머니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는 유학한 나라에 돌아가서 꿋꿋하게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더 밥을 잘 챙겨 먹거나 힘내려고 애써보았다. 할머니를 찍은 휴대폰 영상 속에서는 할머니가 내게
"건강하게 지내. 밥도 골고루 잘 챙겨 먹고"
라고 말했기 때문에 야채도 몇 가지 더 챙겨서 장보고 안 사던 요구르트도 사서 마음의 허함을 달래려 했다.
사람들도 조금 더 많이, 자주 만나려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려 했다.
평소의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다음 날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이 세상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마음으로는 애써 노력해 보고 참아보려 해도 몸은 정직하게 할머니가 떠난 슬픔의 고통을 겪어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먹고 싶은 게 없었고 심한 날은 한 시간마다 잠에서 깨었다. 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점점 기력이 사라져 갔다.
나를 세상에서 많이 사랑해 주는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생각보다 컸나 보다.
슬퍼지려 할 때마다 할머니를 찍었던 영상들을 보았다. 평소의 할머니는 오히려 긍정적이고 말도 잘하고 명랑했다. 할머니는 세상을 예리하게 관찰하기도 하고 재치 있는 입담을 가지고 있어서 같이 말하면서 많이 웃었다. 할머니 덕분에 웃었던 만큼 동량의 슬픔의 나날도 없이 곧바로 하루를 온전히 보내겠다고 다짐했던 것도 어리석었다.
과제도 남고 논문도 남고 할 일이 많이 있지만 어제와 오늘을 슬픔을 가득 채운 무거운 마음으로 지낸 것에 후회는 없다. 평소라면 우울증의 문턱에서 빠져나가려고 스스로를 달랬겠지만, 겨우 며칠 따위로 할머니를 떠나보낸 아픔과 괴로움을 끝내려 한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한 친구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글을 쓰거나 수채화를 그려보라고 했다. 곧 조금씩 해볼 생각이다. 하지만 몇 달 동안은 어쩌면 몇 년 동안은 매일 할머니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내야 한다. 할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아프더라도 나는 아직도 할머니를 떠나보내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