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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Jan 28. 2024

침수 2


어제는 잠겨가는 마을을 봤다

우리가 머지않아 살게 될


돌풍이 불고 배가 부서지고

우는 것도 웃는 것도 같은 사람들은


사랑을 부를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미안하다고만 했다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모든 것이 죽어가는 데도 사람들은 고작

오늘의 햇살은, 바람은 어떠한지

다시, 다시, 또다시 한번 말해달라 했다


아무도 다음 생을 기약하지 않고

간절하게 기도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


네가 나를 묻을지

내가 너를 묻을지


누구나 떠나게 되니까

우리는 서로를 마음에 묻었다


끝없이 우리의 잘못이 내리면

찰랑이는 너울은 그토록 아름다워지고


조각난 배 위에서 떠다니는 이들은

오늘을 조금 기다린 것도 같았다


처음으로 당신이, 우리가, 마을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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