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공장에는 여전히 인형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가고 있다
기계가 온종일 삐걱거리다
겨우 코 하나를 붙이는 동안
저들은 계속 웃고 있다
눈알을 놓쳐도
솜이 삐져나와도
저들은 그저 웃고만 있다
언젠가 기계가 멈추고
적막한 순간이 찾아오면
여기는 인형의 세계
눈이 없는 아이가
스물 즈음으로 가고 싶다 했고
옆이 터진 아이는
열둘 즈음으로 가고 싶다 했다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공을 이미 놓쳐버렸다고
그래도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우리는 가짜가 아니야
날이 밝으면
솜을 구겨 넣고
눈을 끼워 넣고
어느 쪽으로 향하는지는
이제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다시 벨트 위를 흐를 것이다
여전히 웃으면서
우리의 세계가 올 때까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