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끝났는데,
감정은 자꾸 돌아온다

남과 여의 같은 마음 다른 마음

by 정혜영

사랑은 끝났는데, 감정은 자꾸 돌아온다


이별은 말로는 끝났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고,

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는 끝이 났다.

그런데 감정은, 끝이 나지 않았다.

잊었다고 생각한 순간, 비슷한 향기, 익숙한 노래,

옛날 사진 하나에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

이미 끝난 감정인데, 왜 자꾸 돌아오는 걸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의 잔류 효과'라고 부른다.

특히 깊이 연결된 관계일수록,


감정은 뇌의 기억 회로에 각인되어

작은 자극에도 다시 떠오르게 된다.

이성은 "그만하자"라고 말하는데,

감정은 "한 번 더"를 외친다.

머리는 이해했지만,

가슴은 받아들이지 못한 채 시간 속을 맴돈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일상에 익숙해져도 마음 한편에는

그 사람이 남겨둔 흔적이 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우리가 진심이었던 증거이기도 하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그 감정까지 삭제되는 건 아니다.

사람은 기억하는 동물이고,

특히 감정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감정이 떠오를 때, 억지로 밀어내지 말자.

그리움이 올 때, 나를 비난하지 말자.

감정이 떠오른다는 건 내가 인간답다는 증거다.

감정은 자주 돌아온다. 하지만 매번 같지는 않다.


어느 날은 눈물로, 어느 날은 미소로,

또 어느 날은 아무 느낌 없이.

그렇게 감정은 조금씩 흐릿해진다.

그리고 그 흐릿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별을 배운다.

그날, 나는 먼저 연락을 끊었다. 반복되는 다툼,

기대 없이 주고받는 대화들,

그리고 마음이 닿지 않는 공허함에 지쳐 있었다.

"이쯤이면 됐지"라는 말로 내 감정을 포장하며,

끝을 택했다.

그 사람은 붙잡지 않았다.

나 역시 차갑게 돌아섰다. 그렇게 끝났다.

며칠이 지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어딘가 불편했다.

이상하게도, 그 사람의 연락이 없다는 사실이

불쑥 허전함으로 밀려왔다.

‘내가 끝냈는데 왜... 내가 먼저 그립지?’


하버드 감정심리학 연구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관계를 단절한 사람이 더 오래 감정적 후유증을 겪는 이유는,

주도적 결정 뒤에 감정 잔존이 미처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정리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정리가 아니라 ‘정지’였다.

그 사람은 나 없이도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SNS에는 여전히 웃는 사진, 바쁜 일상, 새로 만나는 사람들.

그런데 나는?

그 사람을 지운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고,

연락은 하지 않으면서도,

언제 오나 기다리는 모순 속에 있었다.

사랑은 때때로, 끝낸 사람에게 더 무겁게 남는다.

말하지 못한 진심, 내려놓지 못한 기대,

그리고 끝낸 척한 후회.

이 모든 것이 조용히 뒤늦게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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