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 중, 마주한 그림자를 보며 떠오른 생각.
언젠가,
너의 그림자가
우리만큼
길어질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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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울LEE / 밤 산책 _ 우리 ]
며칠 전,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었던
딸을 간호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었다.
함께 새벽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고,
혹시나 딸이 축 쳐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시간이 건강을 도와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다 차츰.
회복해 가는 딸의 상태를 보며
내 속에선 "푸우-" 하고,
깊은 안도의 숨이 뱉어졌었다.
"다행이다. 이 만하길 다행이야.
집에만 있어서 답답했을 텐데,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까?"
우리 가족은,
세상과의 잠수를 끝내고
밖의 여유로운 숨을 들이켜기 위해
밤 산책길로 나아갔다.
정말이지, 차가운 공기가
그렇게도 상쾌하게 느껴진 게
얼마만이었는지.
콧등을 시원하게 스쳐가던 바람이,
잠시 멈춰있었던 행복의 세포들을
일깨워주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린,
서로의 손을 맞잡고
그 밤의 시간을 고요하게
건너가고 있었다.
[ ⓒ 여울LEE / 사랑이 반짝! ]
밤의 물들임 속에서도
나뭇가지 끝에 오래도록 붙어 있었던
철 지난 잎들이,
깊은 생명력을 빛내고 있었다.
몇 바퀴쯤 길을 따라
걸었을 때였다.
어둠을 밝혀주는 가로등 빛에
우리의 그림자가 바닥에 그려졌는데.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아이 하나.
길이는 모두 달랐지만,
하나의 형태로 이어진 그림자를 보며
감동에 물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저 중간에 있는 작은 그림자가,
언젠가 우리의 그림자를 넘어서는.
그런 날도 오겠지?"
[ ⓒ 여울LEE / 밤을 건너가는, 우리의 그림자 ]
남편은 나의 말을 듣고, 얼굴에
옅은 미소를 보였다.
"아마, 그렇겠지?"
나는, 우리의 손을 꼭 잡고 있던
딸을 향해 사랑이 가득 담긴
시선을 건넸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너의 그림자가, 우리 그림자 보다
길어질 때가 오면.
우리 그림자는
조금 줄어 있을 거야.
그래도 오래도록 함께,
이 그림자를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미소 짓는 딸의 얼굴 위로,
환한 달빛이 내려앉았다.
사랑이 뜨는 밤에.
[ ⓒ Pixabay ]
이번화에서는 밤 산책 중, 가족의 그림자를 보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에 대한 내용을 담아봤습니다.
그림자가 기울고.
우리가 기울 시간들.
딸이 우리만큼의 나이가 됐을 때.
그 순간을 생각하다 보니
그림자가 조금은 천천히 길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조금 더.
이 지금에 머물길.
여러분에겐 시간이 어떤
의미로 흘러가고 있나요? ( ⁎ ᵕᴗᵕ ⁎ )
또, 다가올 시간의 순간들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ദ്ദി(˵ •̀ ᴗ - ˵ ) ✧
그럼, 다음화에서 만나겠습니다.
P.S 바빴던 일상을 보내느라, 단조로운
삽화들로 그려졌지만. 다음 화에서는
조금 더 알차게 준비해 오겠습니다 :^)!
[ 오늘의 삽화 ] 사랑이 뜨는 밤
ⓒ 여울LEE
+그림 제작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