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여여 Oct 17. 2021

마지막화, 대학 안 가고 뭐했어요?

나무는 계속 자라는 중이다.

열아홉과 스물에 많은 마음을 담아두었다.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공존하고 어른이 된다는 기대감과 책임감이 동시에 느꼈다.
 이내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어떻게 살 것인지’ 많은 고민과 방황 속에 살았다.
여전히 많이 방황한다. 

나는 빨리 크고 싶었다. 커다란 나무가 되어 누군가의 그늘이 되고 싶었다.
그런 내게 누군가 나무는 늘 자라고  있다고 말한다.
강한 바람이 불 땐 버티는 강한 힘으로 자라고,
잔잔한 바람이 불 땐 잔잔하고 고요한 그 바람을 느끼며 자라고,
흔들릴 땐 더 깊게 뿌리를 내고 있다고 말이다.

나는 자라고 있다.
조금 느릴지라도 단단한 나무가 되기로 했다.
-  스물둘, 성년의 날 - 

어느덧 시골살이 2년 차. 이젠 제법 시골 사는 태가 난다. 얼굴은 생얼로 다니기 일수고 잠옷이 곧 작업복. 어느 계절에 무얼 심는지 감이 생겼다. 허나 아무리 좋은 것도 익숙해지면 무뎌지리. 슬슬 몸이 근질근질 해졌다. 평온한 일상을 잘 살아내는 것도 재밌지만 야생이 그리워졌달까. 그 잔잔함 갈망은 다시 세상에서 나를 만날 용기를 자리 잡게 했다. 


어쩌면 도망치듯 온 남해에서 뻔하지 않은 상황들을 자주 마주했다. 그동안 몰랐던, 놓치고 있던 내가 많이 보였다. 여전히 약하지만 이제는 그냥 "나"여도 괜찮겠다.  누군가 물었다. “대학 안 가고 뭐했어요?” 무심한 이 말에 선뜻 답하지 못한 체 미소로 답했다. 내 선택에 자신 있지만은 않았다. 나도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두려웠으니까. 무얼 했다고 명확히 말할 수 있을까. 정확히 말할 수 없었다. 시골행을 택하면서 나의 20대 초반은 남들과 다른 흐름으로 흘렀다.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른 길 위에 서있을 뿐인데. 잠시 멈췄을 뿐인데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자면 난 내 삶에 당당하지 못했다. 당당한 듯 보였지만 사실.... 시골에 살면서도, 여행을 하면서, 외국에서 한두 달 살아보는 경험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엔 불안과 걱정이 자리했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괜찮을까?' 남들은 다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하던데, 나는 그 사이에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저 나도 잘 모르겠는 나를 최선을 다해 만났을 뿐이다. 


“그냥 지금을 즐겨. 네가 살면서 다시 이런 시간을 겪을 수 있을 것 같니?”

“삼촌은 40년이 넘게 걸렸어.. 그만큼 온전히 너 생각만 할 수 있는 시간이 흔하지 않단다.”

“아마 니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일지도 몰라”


함께 살던 삼촌은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은 좀 알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많이 다르다. 시간이 흘렀고 나무는 그 자리에 있지만 나이테가 쌓여가고 조금 더 뿌리를 내린 듯싶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 시간은 자양분이 되었고, 황금기를 지나 다시 출발점에 섰다. 남해에서 산지 2년이 넘어갈 즘. 나는 남해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 또다른 곳에서의 내 삶으로 발을 디딘다.


<대학 대신 시골살이>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마지막 글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삶은 진행형인데, 어찌 마무리를 져야 할지 고민이 많았네요.

다음엔 시골살이 그 이후에 삶에 대한 글을 써볼 계획입니다. 아직도 미완성인 삶이지만 제 삶이네요:)

그동안 저의 삶의 부분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지금 떠도는 것은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헤매는 것은 무엇인가의 진실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방황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름다움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13화 12화 내가 심은 나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