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가 없는 시골에 사는 내게는 도시로 매달 가는 정기검진일이 도시에서 볼일도 보고, 모처럼 도시 나들이를 가는 신나는 날이다.
물론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 편도 한 시간 반을 운전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 탓에 혼자 산부인과를 다녀오고 나면 항상 며칠을 뻗어있곤 하지만
요즘엔 그 대안으로 정기검진 일이면 산부인과가 있는 지역에 숙소를 잡아 하룻밤 자고 오곤 한다.
워낙에 임신 전에도 여행을 좋아하던 터라 정기검진일엔 혼자 여행을 온 기분으로 하룻밤 머물다 온다.
매번 도시에 간 김에 좋아하는 카페에서 시간도 보내고 모처럼 대형마트에서 장도 봐온다.
주변에 편의점이나 민가도 없는, 끝없는 산밖에 없는 곳에 살면서 도시는 내게 언제나 그리운 곳이기에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정기검진 일이 그렇게 소중하고 기다려질 수가 없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 시간 반을 운전해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내 차의 타이어를 교체하러 왔다. 그동안 도시에 와도 병원부터 가기 급급했기 때문에 7월이 되어서야 스노타이어를 일반 타이어로 교체했다.
우리 동네에는 기름을 넣을 곳이 없어서 주유소를 찾아 기름도 넣고, 핸드폰 대리점도 찾아 벌써 한 달 전에는 예약해 둔 핸드폰의 유심도 교체했다.
이렇게 간단한 일도 시골에서는 처리하지 못하는 일들이 대다수라 도시에 항상 올 때마다 자잘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도시에서의 꽤 많은 볼일을 보고 난 뒤엔 곧장 산부인과로 와 정기검진을 받았다.
태동이 활발해도 항상 아기가 잘 크고 있는지 병원을 오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는 나는 항상 초음파를 보기 전까지 걱정이 많다.
이번 주는 얼굴을 아예 가리고 있어 입체 초음파를 보지 못했지만, 다행히 지난 진료의 입체 초음파에 선명하게 얼굴을 보여준 사진이 있어 괜찮았다. 비록 얼굴 앞의 손을 내려주진 않았지만 실시간으로 입체 초음파를 보며 수시로 손을 쥐었다 펴며 꼼지락거리는 아기가 너무 귀여웠다.
병원에서 나온 뒤, 인근의 남춘천역 다리 밑에 장날이 열리고 있어 한 바퀴 구경도 했다. 사창리의 우리 동네 장날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규모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훨씬 파는 물건의 종류도 많고 사람도 북적거려 우리 동네의 장날보다는 생기 있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장날도 사람이 많아야 둘러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근의 다이소도 들러서 이것저것 샀다.
다이소도 도시에 와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 당장 살 게 없어도 도시에 오면 당연한 코스처럼 항상 들렀다 가는데, 올 때마다 늘 한 손 가득 무언가를 사 온다.
마침 방문한 날 레플리카전도 열리고 있어서 혼자 여유롭게 전시회도 둘러봤다. 평일 낮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덕분에 비교적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은 마지막이겠다- ' 생각이 들어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전시를 보고 난 뒤엔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디저트카페도 찾았다. 모처럼 맛있는 에끌레어로 당 충전을 하고 신나서 카페에 있던 예쁜 거울 앞에서 사진도 찍어봤다.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하던 나인데, 요즘엔 나올 일이 없다 보니 사진 찍을 일도 없다.
이번에도 사진을 찍은 뒤에 오래도록 내 사진은 찍지 않았다.
다시 돌아가기 전에 장을 보기 위해 대형마트를 들렀는데 나는 또 아기 옷 코너 앞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한참을 구경하며 머물렀다.
사고 싶은 아가 옷이 너무 많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가는 통에 우리 집엔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기옷만 한가득 쌓여있다.
도시에서 이런저런 볼일을 보고 나니 어느덧 땅거미가 내린 어둑한 시간, 집으로 오는 다리를 건너다가 문득 시골에서는 볼 수 없는 도시의 야경이 눈에 띄어 잠시 차를 멈추고 혼자 걸었다.
언제나 그리운 도시의 풍경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었다.
돌아올 때는 퇴근시간과 겹쳐서 차는 많았지만 도시로 내려오는 차들은 줄지어 내려오는 반면에 시골인 우리 동네로 가는 차는 몇 없어서 비교적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시골에 살면 교통체증은 없어서 좋은 것 같다.
불편한 시골살이를 하는 내겐 병원 진료때문이긴 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도시로 오는 날이 정말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