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두렵지만

내일의 행복을 위해, 그저 나아가기

by 린꽃

일 년간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하며 임신 시도를 했지만 연달아 화학적 유산을 겪고, 계속된 임신 실패를 하다 보니 지칠 만큼 지친 우리 부부는 '삼신할아버지'로 불리며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경주의 유명한 한의원을 찾았다.

화천에서 경주까지 왕복 열 시간을 달려 진료를 보고, 40첩의 한약을 복용 한 뒤 실패하면 그때부턴 난임병원을 다녀볼 생각이었다.

생리 시작과 동시에 한약을 주문하고, 정확히 2주 뒤에 한약이 도착했다.

살면서 택배를 이렇게 기다려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한약이 오는 날을 며칠간 오매불망 기다렸다.



택배 안 수북이 쌓인 한약 바구니를 받아 들고 반가움도 잠시 곧 그 무게는 내게 엄청난 부담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게 주어진 한 달의 기회, 이 기회도 실패하면 상실감과 좌절이 엄청나게 클 거라는 걸 직감했다.


바구니를 열자 제일 먼저 보인건 한약 안내문.

제일 첫 장의 한의원 이름 밑에 쓰인


' 행복한 삶을 즐기며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문장을 한참을 쳐다봤다.

과연 내가 이 약을 전부 복용한다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지난 상처에 얽매여 일 년간 임신에 집착하면서 피폐해지고 눈에 띄게 우울해졌다.

행복한 삶, 유산 이후로 행복이라는 단어는 내겐 붙어서는 안 되는- 보기만 해도 마음 아픈 단어였다.



한약 복용 방법을 읽고, 바로 한팩을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너무 오래 데우면 안 될 것 같아서 인터넷에 한약을 데울 시간을 찾아보는데,

또다시 한의원 방문 후 임신 실패 후기들도 같이 보게 됐다.

한약을 받았을 때 일말의 희망을 기대하며

행복에 비로소 한 발자국 내디뎠다 생각했는데,

온갖 실패 후기들과 유산 후기들을 보고 있으니 불안한 마음이 또다시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봤다가는 못 견디게 아플 것 같아서 서둘러 인터넷을 껐다.



쓴 한약을 넘기면서 부디 이번엔 성공하길 빌었다.

걱정하지 말고 그저 나아가자고 또다시 나를 다독였다.
많은 사람들이 임신이 되기 위해서 마음이 우선 편해야 한다는데 나는 임신준비를 하는 한 순간도 편한 적이 없었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스트레스받지 않고, 행복한 생각만 하는 게 어떻게 하는 건지를 몰랐다.




사실 브런치북에 매번 임신과 유산에 대한 나의 새로운 고통들을 기록한다는 게, 쓰는 나도 괴로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또 다른 희망을 안고 이 여정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두렵지만 나는 지금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아마도 임신에 관한 문제는 평생 내게 꼬리표처럼 고통으로만 남아있을 것 같아 너무도 두렵지만,

조금은 용기를 내서 슬픈 감정들은 이제 잠시 내려두고 나도 나의 미래를 살아가보고 싶다.

정말이지 이제는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이라는 단어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나이지만, 여전히 언젠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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