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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만 Jan 13. 2019

영유아 예방접종

주사 아프지 않게 맞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저희 집에 6살 된 꼬맹이가 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누나도 있습니다. 누나는 초등학생이라 그런지 예방접종을 의젓하게 잘 맞았습니다. 5살 꼬맹이도 맞아야 했습니다. 걱정되었습니다. 어차피 맞아야 하는 것, 누나랑 아빠랑 같이 병원에 갔습니다. 갈 때부터 누나의 도움말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사, 하나도 안 아파, 봐, 누나가 살짝 꼬집어 볼께.(꼬집) 아파? 안 아프지, 주사 안 아파, 걱정하지마."


"응, 안 아파." 싱긋 웃는 꼬맹이.^^


동네 병원을 찾았습니다. 2차까지 맞아야 한다는군요. 우선 1차 접종을 했습니다. 열을 재고 주사실에 들어갔습니다. 누나와 아빠도 함께 갔습니다.

"누나, 아빠 무서워." 꼬맹이가 약간 긴장한 듯 했습니다.

"주사를 안 보면 안 아파. 누나가 눈 가려줄께."


평소 집에서는 말 안듣는다고 짜증내고 싫다고도 했던 누나지만 동생이 주사 맞는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동생 어깨에 옷도 내려주고 눈도 살포시 가려주었습니다.

"누나도 주사 맞았어. 아플 줄 알았는데 아주 조금 따끔해, 움직이면 더 아파. 그러니 가만히 있어~."

집에서는 한번씩 누나에게 대들던 꼬맹이도 이런 순간에는 얌전한 양이 됩니다.

"응, 누나"

상황을 지켜보던 저는 왜그리 웃음이 나던지요. 너무 의젓한 누나와 누나에게 완전 의지하는 꼬맹이가 너무 귀여웠습니다.

"이젠 주사 맞는 거 안 무서워." 

사진에 보이시는가요? 꼬맹이의 미소.^^


누나가 손 잡아주고 눈 가려주며 계속 말했습니다.

"안아파. 괜찮아. 살짝 따끔할 꺼야. 아이고 우리 XX이 잘 하네."하며 엄마가 하는 말을 하더라구요. 신기했습니다.


사진 왼편 아래에 보시면 꼬맹이 뺨에 있는 손이 있습니다. 바로 제 손이구요. 간질려 주었습니다.

"XX아. 아빠가 뺨 간질려 줄께. 뺨이 간지러우면 안 아파. 간질간질."


누나는 눈 가려주고 아빠는 뺨 간질러 주고, 간호사 이모도 깔끔하게 주사하셨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주사를 맞았습니다.

"괜찮았어? 안 아팠어?"


"응, 누나는 눈 가려주고 아빠가 간질렸잖아. 안 아팠어.^^"


이제 2차 접종을 맞으러 가야합니다. 다행히 꼬맹이가 주사에 대한 공포는 조금이라도 이겨낸 것 같아 대견합니다.


올 겨울, 감기가 유행입니다. 6개월에서 12살까지 예방접종이 무료입니다. 가까운 병원에 가셔서 주사 잘 맞히시길 바랍니다. 눈 가리고 뺨 가리면 안 아프다고 합니다.^^


동생을 챙기는 누나와, 누나의 말을 믿고 따르는 동생이 고맙습니다. 저도 여동생이 있지만 어릴 때 살갑게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딸아이를 보며 '저런 누나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올해 저는 한살 더 먹었습니다. 순간 슬플뻔 했지만 한살 더 먹은 아이들을 보면 왠지 뿌듯합니다. 건강히 자라주는 것만 해도 고맙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눈에 차지 않으시나요? 혹시 옆 집 아이보다 공부를 못해 속상하신가요? 아이가 처음 우리에게 왔을 때의 기도를 떠올리시면 속상함 해소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를 가졌을 때 대부분의 부모님이 하시는 기도는 "손가락, 발가락 10개,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 주세요." 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며 요구사항이 점차 많아 집니다. 아이들의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라는, 아이들과 합의되지 않은 목표를 따라가면서 말이지요. '내 새끼'도 맞지만 '우리가 낳은 한 사람'도 맞습니다.


어떻든! 꼬맹이의 안울고 주사 잘맞기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이 성공의 8할 이상은 누나 덕분입니다. 저는 아빠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추억을 증언(?)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내가 니 키웠다.'는 누나의 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입니다.


아프게 주사 안 맞기!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아이들이 건강히 자라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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