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전 글, <두 번의 이별, 재회는 소용없었다>를 보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또 혼자 숙소를 빌렸다. 이번엔 한강이 조금 보이는 곳으로.
숙소에 들어가니 안심됐다. 집이 아닌 이곳에서는 마음껏 외로워할 수 있을 것 같다.
뒤를 돌아보니 벗어놓은 내 신발 한 켤레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사람과 맞췄던 신발이다. 왜인지 나보다 외로워보인다.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을 찾았지만 편의점에서 사와야 했고, 조용한 게 갑자기 어색해서 TV로 유튜브를 보려고 했지만 사용법이 어려웠다. 화가 났다.
물이 없어서 TV가 이상해서 화가 났다. 내가 겪은 일들로 화가 난게 아니다. 그렇다고 믿었다.
편의점에서 물 2L, 맥주 4캔, 포카칩을 샀다. 이번엔 술을 안 먹을 거라고 다짐했지만 또 실패.
배달 피자와 유튜브로 맥주를 마셨다. 갑자기 한강 뷰를 보면서 마시고 싶단 생각이 들어 노래만 나오는 영상을 틀고, 큰 창문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외로움이 울컥 시작됐다. 왜 항상 갑자기 시작되는지 의문이다.
나는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지,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 앞엔 그사람이 있었을지, 내가 의지하던 사람들은 왜 나를 떠나가는지, 그것도 아주 금세.
틀어놓은 노래는 들리지 않았고, 피자는 맛이 없었다. 맛있는 건 맥주뿐. 노을도 이뻤다. 근데 그뿐.
내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빠져나와 한강으로 뛰어들어갔으면 했다. 들어가서 영영 안 나왔으면 했다.
주말이라 막히지 않는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부러웠다. 그 차들과 부딪혀도 안 아플 것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그사람이 하지 말라던 자책도 이젠 덜 한다. 그렇지만 자책을 하지 않으면 나를 괴롭히던 감정들이 길을 잃고 헤맨다.
그래서 목표도 없고 정체도 없는 외로움과 공허함이 끝없이 내 곁을 맴돈다. 그냥 내 탓으로 돌리는 게 편하다고 말 걸면서.
내가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그사람은 몰랐겠지. 알았다면 도망갔겠지. 당장은 아니더라도 천천히 멀어졌겠지.
숨 쉬는 게 너무 불규칙적이어서 당장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됐다. 생각들이 물에 빠질 수 있도록 친절하게 한강까지 걸어갔다.
한강은 언제나 사람을 위로해준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내 기분이 달라지지 않았다. 한강도 정신과 약물처럼 삼키면 나아질 수 있는 거라고 믿은 게 실수였다.
멍하니 한강을 보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세 분을 찍어드렸다. 그리고 심한 허탈감을 느껴 한강을 떴다.
오는 길에 소주 한 병과 컵라면을 사와서 10분만에 다 비웠다. 남은 맥주도 다 비웠더니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도 다 취해서 잠들었다.
그제서야 눈이 감기기 시작했고 또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