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말고 볶음밥이요

중국 음식 뭐 좋아하세요?

by 날자 이조영
짜장면


우리 세대에는 가족 외식이라고 해봐야 중국집이 최고였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기껏해야 생일날 가는 곳.

처음 중국집에 간 게 언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처음 짜장면을 먹었을 때의 기억은 어렴풋이 남아 있다. 굵은 면발에 검정 소스가 뿌려진, 괴상한 비주얼의 음식.


기름기로 번들번들한 검정 소스에서 돼지고기의 누릿한 냄새가 확 풍겼다. 비위가 상했지만 먹기는 해야겠기에 입에 넣었는데...


'이게 무슨 맛이야?'


소스가 줄줄 흘러내리는 면발도 느끼해서 별로이고, 달짝지근한 소스 맛이 영 입맛에 맞지 않았다. 게다가 후룩후룩 먹다 보면 소스가 옷에 튀어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 데다, 노란 단무지는 또 뭐람? 불량식품처럼 노란 물감을 들인 무는 먹기가 꺼려졌다.

제일 싫은 건 흥건하게 생기는 물. 대관절 물이 어디서 자꾸 생기는지. 가족이 둘러앉아 먹어도 누군 물 한 방울 없이 깔끔하고 누군 물이 흥건하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게 몇 번 반복되자 나는 짜장면을 먹지 않게 되었다. 먹을수록 지저분해지는 짜장면이란 음식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없었다.


볶음밥


"영아는 뭐 먹을래?"

"볶음밥이요."


짬뽕은 너무 맵고, 그나마 만만한 게 볶음밥. 알록달록한 채소를 볶아서 색감도 예쁘고, 고슬고슬한 밥알도 고소해서 맛있고, 볶음밥 위에 살짝 올라앉은 계란 프라이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짜장면보다 비싼 볶음밥을 시킬 때마다 아빠가 그러셨다.


"영아가 입이 고급이야. 하하."


좀 더 자라 매운 짬뽕을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까지 나의 단골 메뉴였던 볶음밥. 기억엔 그때만 해도 볶음밥에 짜장 소스를 주진 않았던 것 같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볶음밥을 시켰는데 짜장 소스가 같이 있어서 신기했었다. 처음엔 짜장 소스를 따로 주었던가? 멋모르고 전부 부었다가 엄청 짰었지. 어쨌거나 짜장면보다는 볶음밥에 비벼먹는 짜장이 훨씬 맛있었다. 같은 짜장인데 면이냐 밥이냐에 따라 맛이 다르니 미각의 오묘한 세계를 접한 기분이었다.


군만두

볶음밥 외에 좋아하던 건 군만두.

그 시절엔 군만두도 귀해서인지 별미 중에 별미였다. 갓 구워(튀겨) 나온 군만두는 색감부터가 맛있다. 바삭바삭한 만두피를 한 입 깨물면 촉촉한 육즙과 함께 보들보들한 양념 당면이 나오는데, 겉바속촉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서비스로 전락한 군만두는 튀긴 지 오래되어 식고 눅눅하거나 딱딱해 먹지도 못한 채 버리는 음식이 되었다.

배달업이 발달한 탓도 있으리라. 음식 배달업이 없던 그 시절엔 직접 가야 먹을 수 있었으니까.

군만두의 전락은 중국집 업계의 변화를 알려주었다. 배달 속도와의 전쟁을 하느라 맛은 점점 잃어가고,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중국음식은 가장 만만하고 싼 한 끼 식사가 되어버렸다.


짬뽕

지금도 나는 짜장면을 먹지 않는다. 볶음밥도 물려서 대신 짬뽕을 먹는다. 가끔 얼큰한 맛이 당길 때가 있는데 짬뽕이 딱이다. 홍합과 오징어를 골라먹는 맛도 있다.

그런데 예전만큼 해물이 많지 않은 게 아쉽다. 예전엔 동생들에게 해물을 나눠주곤 했는데 지금은 나눠줄 게 없다. 그래서일까. 진짜 맛있는 짬뽕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해물짬뽕이라도 시켜야 제대로 맛이 날까.

짬뽕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으로 먹는데,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게 좋다. 고추장 국물처럼 목에 걸리지 않고 칼칼한 맛이 살아 있으면서도 매끄럽게 넘어갈 때 뒷맛의 개운함이 일품이다.


중화요리


유산슬과 팔보채
유린기와 깐풍기
칠리새우와 고추잡채
양장피와 난자완스
동파육과 오향장육

중국집 요리는 꽤 비싸서 시켜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팔보채니 깐풍기니 말로만 들었지 일부러 주문해서 먹을 만큼 호감이 가진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유산슬을 먹어본 후 그 맛에 반해버렸다. 굉장히 특이한 맛이었다. 걸쭉한 소스와 해산물을 같이 먹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아... 군침 도네)

그 후로 모임에서 종종 중국 요리를 먹을 일이 생겼고, 먹다 보니 다양한 맛에 놀랐다. 이외에도 라조기, 마파두부, 해삼탕, 전가복, 해물 누룽지탕 등 종류가 많은데 뭘 먹어도 맛있다.


"중화요리가 이렇게나 맛있는 거였구나."


배달이 아닌 고급 중화요릿집에 가면 처음 보는 요리도 나온다. 짬뽕에나 길들여져 있던 입맛이 고급스러운 맛의 향연에 감탄사를 연발. 느끼함을 잡아주는 보이차 덕분에 호사로운 중화요리를 즐길 수 있다.


탕수육
부먹 VS 찍먹


부먹과 찍먹의 대표 주자인 탕수육.

바삭바삭한 튀김을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찍먹이다. 물어보지도 않고 소스를 부어버리는 사람을 적으로 간주한다. -_-*

중화요리가 비싸서 부담스러울 때 우리에겐 그나마 소박한 탕수육이 있다. 갓 튀긴 탕수육을 달콤 새콤한 소스에 콕 찍어 먹으면~ 고소 고소한 그 맛에 으음, 입이 행복해진다. 세트 메뉴로 오는 탕수육은 간혹 말라비틀어져서 육포 먹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최근 수요 미식회에 나왔다는 중국집에서 흰 탕수육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역시 탕수육은 갓 튀겨야 제 맛~

집에서 시켜 대충 한 끼 해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집에서 시켜 먹을 때마다 애정이 싸늘히 식다가도 직접 가서 먹으면 언제 그랬냐 싶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탕수육. 오래된 연인처럼 애정이 식었다 불붙었다 한다.




여러분의 최애 중국 음식은 무엇인지 궁금~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점심은 친구처럼 편한 중국음식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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