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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02. 2022

상한 새 한 마리

박남수 : 새 

새 

        박남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쭉지에 파묻고

따뜻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3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Birds 

    Park, nam-soo 

1,

In the rapids of the wind

Spread on the sky 

Or under the shade of a tree 

Whispering and crunching, 

Birds sing without knowing it is a song.

Not knowing it is love, 

Two birds share their warmth 

By digging their beaks

In each other’s feathers.  


2.

Birds never make any meaning 

By chirping,

Nor do pretend love 

By making any fake flattery.  


3

A hunter, with a leaden bullet,

Aims at the innocence,

But what he always shoots down

Is nothing but a bloody, injured bird.  


우리도 새처럼 노래인지 모르고, 사랑인지 모른 채 살아가면 어떨까요. 아침 해에 눈뜨고 풀잎에 맺힌 이슬에 손을 씻어도 그것이 삶인지 모르고, 세찬 바람에 흔들려도 꺾인 허리 펴며 그것이 아픔인지 모르며 산다면 어떨까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방향 잃은 걸음에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만나면 헤어지는 우리 사이에 무슨 사랑이 있을까요. 그냥 누군가의 가슴에 머리를 박고 따듯함을 느끼면 그걸로 족하지요. 상한 새를 향해 총부리만 겨누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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