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정호승
슬픔이 택배로 왔다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
보낸 사람 이름도 주소도 적혀 있지 않다
서둘러 슬픔의 박스와 포장지를 벗긴다
벗겨도 벗겨도 슬픔은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낸 슬픔의 제품이길래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길래
사랑을 잃고 두 눈이 멀어
겨우 밥이나 먹고사는 나에게 배송돼 왔나
포장된 슬픔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살아갈 날보다 죽어갈 날이 더 많은 나에게
택배로 온 슬픔이여
슬픔의 포장지를 스스로 벗고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나에게만은
슬픔의 진실된 얼굴을 보여다오
마지막 한 방울 눈물이 남을 때까지
얼어붙은 슬픔을 택배로 보내고
누가 저 눈길 위에서 울고 있는지
그를 찾아 눈길을 걸어가야 한다
Door-to-Door Delivery
by Chung, Ho-seung
Sorrow has been delivered door-to-door.
I don’t know who sent it.
No name, no address written there.
I hurry to peel off the wrapper from the sorrow box.
After all those endless peelings sorrow never comes out.
Whose product is that sorrow?
How beautiful is it?
Why was it sent to me,
Who barely live in lost love and blindness.
The packaged sorrow makes me sad.
By home delivery service has the sorrow come
To me, who has more days to die than to live.
Sorrow!
Let me see your true face but once in life
By taking off your wrapper by yourself.
Who is crying there on the snowy road
Until the last drop of tear is left,
After sending the frozen sorrow by delivery service?
I have to walk on it to find him.
정호승 시인의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 중의 ‘택배’라는 시입니다. 살다 보면 원치 않는 슬픔이 택배처럼 문간에 놓여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슬픔의 내용이 무얼까 궁금해 포장을 풀어 보아도 좀처럼 슬픔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 시인의 시가 택배처럼 내게 왔습니다. 아침 문 앞에 덩그렇게 놓인 택배들... 어디 슬픔만 있을까요? 절망과 죽음도 곧 배달되겠지요. 하지만 지금껏 배달된 수많은 기쁨과 희망을 돌아봐야죠. 그리고 오늘 나는 또다시 무언가를 주문합니다. 간절히 원하는 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