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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24. 2021

사람과 물건

그는 새로 구입한 차에 왁스로 광택을 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멋진 차였죠. 잠시 트렁크를 정리하던 그의 눈에 네 살짜리 아들이 못을 들고 차를 긁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어요. 놀란 그는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여러 차례 아이의 손을 때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렌치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죠.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에 그는 정신을 차리고 즉시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X-레이 검사 결과 아이의 작은 손은 뼈가 완전히 부스러져 있었습니다. 아이는 오른손 손가락을 모두 잃고 말았죠. 그는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자신의 잘못을 자책해 보아도 이미 때는 늦었죠. 아이가 자신을 쳐다보며 “아빠, 내 손가락은 언제 다시 자랄까요?”라고 물었을 때 그는 후회와 좌절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차에 생긴 스크래치를 보게 된 그는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죠.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우리는 종종 물건은 사용되는 것이고 사람은 사랑받을 대상임을 잊고 삽니다. 오늘날의 문제는 사람은 사용되고 물건은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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