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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29. 2022

우리 만남의 저녁

김혜순 : 지평선

지평선

         김혜순


누가 쪼개 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 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 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 놓았나

흰 낮과 검은 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The Horizon

         Kim, Hye-soon


Who split it?

That horizon:

The trace of heaven and earth being broken apart,

From which blood is drawn out in the evening.


Who split it?

The upper and lower eyelids:

The trace of my body being split into the vast spaces of ‘in and out’,

From which tears well up in the evening.


Only scars can permeate into scars?

A flaming sunset comes up to my open eyes.

When scars touch scars,

Red water endlessly flows

And the emergency exit named 'You' is closed in the dark.  


Who split it?

White day and black night:

By day she becomes a hawk.

At night he turns to a wolf.

Between them passes like a knife

The evening of our encounter.  


갈라진 틈 속에서 핏물이 흐릅니다. 붉은 노을이 되어, 아픈 눈물이 되어. 상처에서 흐르는 진물처럼 끝없이 슬픔이 흐르면 더 이상 벗어날 곳이 없다는 절망뿐. 그렇듯 그 저녁은 아프고 또 아팠습니다. 외롭고 또 외로웠습니다. 한낮의 밝음 속에서 매처럼 솟아오르지만 밤이 되면 야수와 같은 아픔과 외로움에 쓰러져 또다시 칼날처럼 스치는 그리움의 포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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