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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Dec 30. 2020

내 아내의 이름은 5개이다.

도대체 진짜 이름이 뭐야. 다문화가정의 불편함

은행에서 화 내서 미안해 근데 너에게 화낸 거 아니었어.


IT 대강 국이고 혁신적인 기술력을 가진 나라이자.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와 어머 무지한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는 내가 사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불편한 현실이 있다. 그 불편함은 보통의 사람들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다문화 가정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을 하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결혼이민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결혼이민자는 159,206명으로 전년 대비 2.4%가 증가했다. 다문화 사회로 진입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이다.


하지만 이 나라는 외국인이 살기에 너무 불편하다. 


그동안 미뤄왔던 가족의 주식계좌 개설과 연금저축 가입을 위해서 은행에 갔다. 코로나로 수업이 취소되면서 시간이 났기 때문에 바로 은행으로 가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진행을 하는데 이름이 검색이 안된다고 은행원이 물어본다. 물론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통역이 가능한 사람이 필수로 동행을 해야 한다. 영어 울렁증 때문인지 외국인 혼자 가면 사람들이 긴장을 한다. 나는 가족의 외국인 등록증을 보여주며 이름이 왜? 없냐고 되물었다. 우리의 대화를 알아들 수 없는 집사람은 그저 편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한참의 대화 끝에 한 가지 원인을 찾아냈다. 이름이 잘린 것이다. 이름이 잘린다는 말이 이해가 안 갈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름도 아주 민족성답게 통일되어있다. 대부분이 3글자 이름이다. 중국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세 글자 이름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바로 한자 문화권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외국인 거주자들은 다양한 나라에서 와서 이곳에서 산다는 것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단일민족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다.

단일민족에 대한 인식이 너무 높은 탓에 기본적인 부분도 준비가 안되어 있다.

단일민족이란
동일한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국가에서의 주민 집단을 뜻한다. 단일민족은 단 한 번도 이민족의 유입이 없던 걸 뜻한다기보다, 이민족이 결국 원주민에 동화되어 하나의 정체성을 이루게 된 집단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서로 만날 때는 이런 부분을 신경 안 써도 된다. 남녀가 데이트 서로의 재정을 확인해주고 관리하는 것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과 지방은 정말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서울에서는 병원을 가든 어디를 가던 내가 통역이나 도와주는 일의 횟수가 상당히 적었다. 하지만 여기 익산은 가족을 외계인 보듯이 대하는 시선이 아직도 존재한다.


그리고 정확히 외국인등록과 여권에 나와 있는 이름 때문에 이렇게 속을 섞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내 가족은 서양인이다. 이름은 당연히 영어로 되어 있다. 문제는 글자 수이다.

가족의 이름의 알파벳 개수는 총 22자이다.


H##### #H####A J### ###I##
가장 긴 이름 (출처 구글)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아마도 감이 안 잡힐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각 기관마다 이름을 적을 수 있는 개수가 다르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통신사는 등록 시에 총 22개 이름을 다 등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성명이

SKYJAM DAMONE MACLEY JEAN 이라고 하면

입력할 때 중간에 스페이스가 없고 모두 대문자로 어떤 기관은 입력한다.

하지만 막상 통신사 본인 인증서 서비스를 이용하면 22글자 이름으로 본인 확인이 안 된다.

이경우에는 어딘가에 이름이 잘린 것이다.


그리고 은행도 마찬가지이다. 이름이 잘린다.

 SKYJAM DAMONE MACLEY 이렇게 공간이 몰 자라서 뒤에게 4글자가 잘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은행에서 어디서 잘랐는지 별도로 확인해야 하고 그쪽에서 등록한 이름으로 카드나 모든 업무를 진행해야한다.


또한 더욱 황당한 것이 있다. 운전면허증에도 이름이 잘린다. 면허증에는  SKYJAM DAMONE MACLEY JE 이렇게 중간에 스페이스를 허용하고 뒤에 2글자가 누락된다. 그러기 때문에 증권회사에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통신사로 본인 인증을 하라고 해도 인증이 안돼서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한다. 그러면 신분증을 찍어서 올리게 되어 있다. 주민등록증 이나 면허증과 주민등록증만 가능하다. 외국인은 주민등록증이 없고 대신 외국인등록증이 있는데 외국인 등록증은 인식을 못한다. 그래서 운면 면허증으로 찍어서 인증을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도 공간이 부족해서 full name 이 짤린다.


그러면 이렇게 문구가 나온다.


공인인증서의 이름과 운전면허증의 이름이 다릅니다. 다시 확인하십시오.


이것이 우리의 다문화 사회 현실이다. 안타깝다. 그래서 나는 계좌 개설 도중에 괜히 가족에게 짜증을 냈다.

이런 상황을 몇 번 경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주식계좌 개설 대신에 펀드에 가입시켰다.




막상 살아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나 또한 다문화가정의 가장으로 대한민국에서 생활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관심이 없다. 물론 관련 전공이나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분들은 관심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현실 때문에 대학원 논문도 다문화를 주제로 선정해서 쓰고 있다.


지도 교수님의 선택도 다문화 활동 경험을 하신 분이나, 다문화로 논문을 작성하신 교수님을 찾아서 진행을 했다. 나름의 삶에서 오는 고충에 대한 주제 고민해서 선택해 가도 그러한 고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스펙을 가진 분들도 학문적으로 자신의 권위나 연구에 집중을 하지 실제로는 다문화 환경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성과에 관한 부분과 연구결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았다.

(대학원이 쫌 전문적이거나 좋지 않습니다..모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없기 바랍니다.)


이렇게 작은 경험들을 공유하는 이유도 많이 알리고 싶어서이다.


하는 척, 위하는 척, 법만 개정하는 척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그들의 삶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한 내 아내의 이름은 총 5개이다.

앞으로 몇개를 더 발견할지 알 수는 없지만 만약에 우리가 해외에서 이런 불편을 경험한다면 속상하지 않을까?


이름1: 홍길ㄷ

이름2: 홍 길 동

이름3: 홍길도

이름4: 홍길동

이름5: 홍길


이해가 안갔다면 위에 보는 것처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정적인 댓글이나 비하 발언은 삼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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