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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Jan 12. 2021

여보! 제발 방에 식초 뿌리지 마

다문화 가정의 청소법


혹시 방바닥 청소할 때 세제를 쓰시나요?


대부분 물걸레로 청소하거나 스팀 청소기를 사용하기도 할 것이다. 청결은 중요하니까 귀찮아도 청소는 필수이다. 특이나 아기를 키우는 집은 더 신경 쓸 것이다.


나는 생긴 것과 다르게 조금 깔끔한 편이다. 아마도 직업병 일 수도 있다. 반면에 아내는 자유분방 그 자체이다. 아마도 캐나다라는 나라에서 넓게 살다 보니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신혼 초반에는 많이 다투었다. 지금은 아내도 내 눈치를 보기는 하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정리가 안 된 상태도 살아간다. 결국 내가 다 치우기는 하지만 팔자려니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결혼 후 한동안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기 때문에 늦게. 발견했던 거 같다. 그런데 나의 발바닥 촉감은 예민했다.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왔는데 바닥이 찐득거리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무엇인가 다른 촉감을 느끼기는 했으나 그냥 장판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베란다 저 깊은 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큰 플라스틱 세제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겉에는 아무런 상표도 없었다. 5리터짜리 통에 노란 약체는 절반도 안 남아있었다. 나는 들고 가서 아내에게 물었다.

왜냐하면 분명 세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집사람이 대답했다.


It is vinegar for the floor


나는 다시 물어봤다. 바닥에  왜 식초를 뿌려? 가족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깨끗이 청소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그동안 여름에 식초 냄새를 맡고 베란다에 벌레 친구들도 미친 듯이 거실로 들어왔던 거구나. 나는 설명을 했다. 여기는 나무 바닥이 아니어서 그런 거 필요 없고 물로 닦아도 충분하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하지만 고집 있는 캐나다인 내 가족은 내 말을 잘 안 듣는다.


그래서 우리 집 바닥은 세상 최고로 깨끗하다. 내가 없으면 식초는 매직처럼 나타났고 바닥은 여전히 끈적이는 느낌이 났다. 결국 나는 최신형 스팀 바닥 청소기를 사야만 했다.


그냥 물걸레질로는 그 촉감을 지우기 너무 힘들다. 그래서 스팀으로 제거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집은 무척 청결하다.


혹시 식초 필요하시면 연락하세요. 한 30리터 있답니다.

무슨 주유소도 아니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양한 모습으로 사는 것이 죄는 아니니까


#다문화가족 #캐나다 #문화차이 #집안일


https://brunch.co.kr/@3d1eca284abd4a6/41

https://brunch.co.kr/@yhjade/91




이전 08화 내 아내의 이름은 5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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