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 중 하나가 '주부'입니다.
저의 이름 중의 하나가 ‘주부’입니다. 주부는 중의적이어서, 내 이름으로 적당합니다. 일단 주 씨 성을 가진 세 딸아이의 아빠이죠. 동시에 밥도 하고 빨래도 하는 주부로서의 주부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 혼자 주부는 아닙니다. 아내도 주부이고 저도 주부입니다.
가정 살림은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집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부의 역할을 맡으면 됩니다. 남편이든 아내든 성별은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성별로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것은 구시대적입니다.
과거에는, 아빠가 회사에 다니며 돈을 벌었고, 엄마는 집안에서 가정 살림을 맞았죠. 당시에는 바깥양반, 안사람이라는 말이 흔한 용어였습니다. 누가 더 힘든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지만, 혼자 벌어야 하는 가장이라는 무게가 크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무게의 짐을 나눠서 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집안일도 같이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아내에게만 집안일이 맡겨지면 안 되는 것이죠. 남자들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말실수 중의 하나가 ‘집안일을 돕는다’라고 얘기하는 것인데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집안일은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입니다.
내 생각이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수년전 육아 휴직을 하기 시작하면서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위해 육아 휴직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는데요, 휴직은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습니다. 다수의 것들이 긍정으로 바뀌었지만, 부정으로 바뀐 것이 하나 있었는데요 수입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휴직을 했으니 다달이 나오는 월급은 없지만, 고정으로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지출 요인은 그대로였습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해야 했고요, 그것 중의 하나가 음식을 비롯한 가사노동이었습니다.
잔일들이 정말로 많습니다. 아침에 아침을 챙겨 아이를 학교로 보내고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면 점심시간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은 하교 시간이 빠릅니다. 유치원은 종일 아이를 데리고 있지만, 초등학교는 점심을 먹으면 아이들을 집으로 보냅니다. 학교를 마친 아이는 집에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후 내내 운동장을 휘젓고 다녔고, 친구들이 생기자 놀이터로 이동했습니다. 덕분에 엄마들의 모임에도 참석하게 되었고요. 아이는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가자고 하고, 내 하루 일과는 저녁을 하는 것으로 마치게 됩니다.
내 시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불만은 없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시간을 사용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휴직이었으니까요. 부가적으로 육아와 집안 살림의 어려움도 알게 되었고요.
요즘도 내가 먼저 퇴근하는 날은 집안일을 해 놓습니다. 아내도 힘들 테니까요. 새벽같이 출근해서 온종일 일하고 집에 와 살림까지 해야 한다면, 그것도 매일 해야 한다면, 끔찍하지 않을까요. 처지를 바꿔 그 일을 나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시지요.
아내는 아이들에게도 집안일을 시킵니다. 사실 사소하고 간단한 것들입니다. 빨래 개기나 설거지, 언니들은 동생 챙기기, 자기 방 청소와 같은 것이죠. 아이들도 집안의 구성원이니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저도 동의합니다. 조금이라도 나누는 것입니다. 어깨에 질 수 있는 만큼 나누는 것이죠. 삶의 무게를 조금 진다고 타박할 필요도 없습니다. 직장이 아니라 가족이니까요. 작은 손이라도 나눠질 때 삶의 무게가 가벼워집니다.
행복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누군가 혼자 애써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남편이나 아내 어느 한 명만 애써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가정의 행복이 만약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행복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한 사람이 힘을 잃고 쓰러지면, 행복은 물거품이 되어버리니까요. 그런 행복이라면, 너무 불안하지 않을까요.
2009년에 계간 시인시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첫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담은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16년)를, 2020년 위로의 시편을 담은『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2020년)을 출간했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한편의 짧은 산문을 씁니다. 50여편 정도의 산문을 모아서 산문집 출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