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헬란 라슨 지음 | 마린 슈나이더 그림 | 장미경 옮김 마루벌
보통 책리뷰를 쓸 때 표지를 맨 마지막에 첨부한다. 그런데 이 동화책은 표지를 위쪽에 올렸다. 이유는 표지에 있는 죽음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표지 속에 자전거를 탄 소녀가 바로 죽음이다. 예쁜 핀을 꽂은 소녀는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 표정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주위에 있는 꽃과 나뭇잎은 죽음이 지나간 흔적처럼 보인다.
책의 시작은 죽음 자신을 소개하는 글부터 시작이다. 거창한 소개는 아니다.
삶이 삶이든 죽음은 그냥 죽음이지요
죽음을 소개하는 글 치고 엄청 짧다. 특별한 설명도 단어의 정의도 없는 그저 사람의 이름을 말하듯 고유명사처럼 말한다. 자신이 죽음인데, 뭐라고 설명해야 하냐는 듯이 되묻는 것 같기도 하다. 가볍게 자신이 찾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설명한다. 모든 동물에게 간다는 것을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설명하면서 자신이 찾아가는 시간은 아침, 저녁, 안갯속, 별빛 그 어디든 언제든 다 찾아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 말은 곧 불시에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에 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기 위해 불을 켜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지나가기를 바라며 문을 닫아요
죽음이라는 것을 반기는 사람보다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기는 하다. 사실 죽음은 자연스러운 하나의 현상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죽음과 절대 뗄 수 없는 거니까 말이다. 그러다 두렵다, 무섭다 표현이 아닌 문을 닫는다고 표현한 게 인상 깊었다.
누구도 나를 피해 숨을 수는 없어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말은 어른인 내가 들었을 때 참 무서운 말이었다. 절대 피할 수 없는 존재, 죽음이라는 것을 말해주니까 말이다. 그러나 동화책 속에 이 말은 자연스럽다. 아이들이 느끼기에 죽음은 그냥 죽음이다라는 첫 소개의 글을 그대로 이어서 읽을 테니까 말이다.
죽음이 찾아가는 사람은 노인이 가장 많다고 말한다. 이미 조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가장 공감되는 말일 것 같았다. 그렇게 죽음은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 아기, 뱃속의 아기까지 찾아간다. 또한 한 사람에게만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을 찾아갈 때도 있고, 이들을 찾아갈 때는 그들이 겁을 내지 않게 원래 옆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아이들에게는 노래를 해주고, 걷지 못하는 아기는 품에 안고 가며 조심스럽게 데려간다. 사후의 이야기임에도 무섭지 않다. 죽음은 무서운 존재가 아님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숨이 멈추면
그렇다. 죽음이란 생명이 끝나 숨이 멈추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죽음은 죽음 이후에 대해 말해준다. 죽음은 자신이 찾아가서 숨이 멈춘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가지 않으면 벌어질 일들에 대해 질문할 뿐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 글을 쓴 목적으로 넘어간다.
삶과 나는 하나예요
그렇다. 죽음이 없으면 삶은 이어지지 않는다. 자연 속에 죽음은 새로운 탄생을 말한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다르지 않다. 여기서 죽음의 단짝 삶이 나온다. 삶과 죽음은 항상 함께 있다. 그림책에서 소개된 죽음은 결국 삶인 것이다. 그리고 죽음은 '나는'이라고 소개했던 자신을 '우리'라고 소개한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도 두려워할 수는 있다. 이미 죽음으로 이별을 경험한 사람은 분명 죽음이 두렵고 무서울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도 다시 한번 더 말한다.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은 사랑이라고 말이다. 책의 마지막 글은 이 글의 시작이고, 끝이다.
나는 죽음이에요.
삶과 하나이고,
사랑과 하나이고,
바로 당신과 하나랍니다.
결국 죽음, 삶, 사랑, 나는 하나인 것이다. 뗄 수 없는 삶과 죽음처럼 말이다. 죽음은 말한다. 사랑은 절대 죽지 않는다고 말이다. 나라는 사람이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요즘 그림책은 글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글이 제법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의 이미지와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밝고 즐겁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위화감이 없었다. 평소 두리뭉실하게 있던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해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죽음이 삶이고, 삶이 죽음이라면 그저 나는 오늘을 살뿐이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두려워하며 겁을 내기보다는 현재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