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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누군가에게 관대한 사람이 되어본 경험이 있어?

생각의 문을 여는 글쓰기/여유

by 그래
여유
'대범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의 상태' 뜻 중에서 너그러움에 관해

사실 나는 관대함과 먼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내 삶을 살기가 벅찼고, 정작 본인에게도 관대하지 않고, 느긋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누군가에게 느긋하고 관대하게 대할 수는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내가 느긋하고, 관대하게 바라보게 된 건 엄마가 되어서였다. 내가 엄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나는 관대하고, 느긋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먼 타지에서 12시간 교대근무하는 남편을 대신해 거의 독박육아나 다름 없는 혼자 아기를 낳아 키우다 보니 도움받을 곳도 없고, 울기만 하는 아기 마음을 알지 못해 답답하기만 했다. 나름으로 열심히 엄마 흉내는 내었지만, 배운 적 없는 건 일로만 느껴졌다. 이게 산후 우울증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나중이었다.


육아가 일로 느껴질 때는 누군가에게 관대해질 틈이 없었다. 나조차 돌보기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아기가 울어도 짜증만 생겼다. 왜 육아는 휴게 시간이 없는지 따지고 있었고, 온종일 고생한 나만 생각한 이기적인 모습은 12시간 이상 일하다가 돌아온 남편을 괴롭혔고, 어쩌다 회사 회식으로 늦은 남편을 기다리며 나는 왜 이런 여유도 없는지 이 모든 게 다 아기 때문이라며 원망했다.


산후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는 언제였을까? 아마도 아기를 인정할 때였던 것 같다. 작은 몸으로 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면서 모성애 가득한 엄마로서 바라보기보다는 의무적으로 아기를 돌보는 자원봉사자 같았다. 그런 내가 다시 엄마가 된 건 아기가 나를 알아보았을 때였다. 자신을 거부하는 엄마를 보고 웃고, 반가워하고, 살을 비비는 모든 행동이 그동안 외면한 모성애를 깨운 것이다. 비로소 아기를 내 아이라고 인정하게 된 후에는 관대해지고, 너그러워졌다. 아기가 하는 유일한 의사소통을 이해하게 되었고, 나만 해줄 수 있는 사랑을 줄 수 있었다. 덕분에 평소에는 짓지 않는 표정을 짓고, 예전이었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바라보기를 했다. 아기는 나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유독 첫 아이와 좌충우돌 육아기는 둘째 아이에게는 좀 더 관대한 엄마가 될 수 있었다.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난 아기라고 모두 같지 않았다. 첫 아이는 스킨쉽을 좋아했고, 항상 엄마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확인받길 원했다. 반면 작은 아이는 바라봐주길 바랐고, 가끔 엄마를 부르면 마음껏 안아주며 놀아주길 바랐다. 그 놀이가 마음에 들면 온종일 혼자 잘 놀았다. 이 모든 걸 알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첫 아이와 있었던 힘든 시기 덕이었다. 아이는 너무 과해도 안 되었고, 너무 모자라도 안되었다. 적당한 거리만큼 물러나 바라보며 기다려주기도 해야 하고,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도 관대해져야 하는 것이다.


과연 내가 첫 아이에게서 배운 관대함과 느긋함이 타인에게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즉 타인에게 관대하고, 느긋한 적은 있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나에게 제일 관대하고, 느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에게 기준 이상으로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가끔은 그 이상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 속에 기대치에 못한 나 자신에게 실망할 때가 있다.


그런 나를 보면서 오늘 질문은 나에게 해보고 싶다.

제발 에게 관대하고, 느긋해보길 바란다. 나야, 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길.

Ge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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