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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81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by 노용헌

머나먼 과거에 몸을 담근 것은 잘못이었으리라. 그래봐야 무슨 소득이 있겠는가? 떠올리지 않은 지 벌써 여러 해라, 그 시절은 이젠 불투명한 유리 너머에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어슬핏한 빛만 유리를 통과할 뿐 누구의 얼굴인지, 누구의 윤곽인지는 구분할 수가 없다. 매끈한 유리가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했다. 어쩌면 그는 자발적 기억상실을 통해 이제야말로 완벽하게 과거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너무 강렬했던 그 색채와 질감이 시간 속에서 누그러진 것이리라.


-파트릭 모디아노,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P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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