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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Dec 15. 2022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모히칸족의 최후>

영화 <라스트 모히칸> 1992년

소설 <모히칸족의 최후>의 시간적 배경은 1757년 프랑스와 영국이 벌인 ‘프렌치 인디언 전쟁’이다. 이 전쟁 동안 프랑스는 북동부 변방 지대에서 숫자가 훨씬 우월한 영국과 싸우기 위해 인디언 연합군에게 많은 의존을 했다.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는 17세기 코네티컷 지역에서 영국인과 동맹 맺었던 유명한 모헤간 족 사켐(수장)의 이름을 따서 ‘웅카스’(Uncas)로 이름지었다. 이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작가는 ‘모헤간’(Mohegan)과 역사적으로 허드슨 강을 따라 뉴욕에 기반을 둔 ‘모히칸 족’(Mohican)을 혼동한 듯하다. 모히칸족은 그가 작품의 배경으로 하는 중앙 모호크 계곡 영역에 더 가까웠다.     

모히칸 또는 마히칸(Mahican) 족은 오늘날의 미국 뉴욕 주 캐츠킬 산맥 북쪽 허드슨 강 상류 유역에 살면서 알공킨어(語)를 쓰던 인디언들이었다. 마히칸이라는 이름은 '늑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네덜란드인과 영국인에게는 리버 인디언으로 알려져 있었다. 1664년 이들은 올버니 근처 스코댁에서 매사추세츠 주 스톡브리지로 이주해야 했다. 차츰 자신들의 영토를 팔아나갔으며, 1736년 일부가 스톡브리지의 선교회에 모여들었기 때문에 스톡브리지 인디언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들이 오늘날까지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집단이다.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져 다른 부족에 흡수되었다. 스톡브리지 인디언은 뒤에 위스콘신으로 이동했다.     

라틴아메리카 일부지역(아즈텍, 마야)과 다르게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대부분 부족단위로 살고 있었다. 1607년부터 유럽에서 이민자들이 오기 시작했고, 버지니아주의 제임스타운쪽 이민자들은 원주민들과 충돌했지만 영국 청교도 메사추세츠쪽 이민자들은 원주민과 잘 지냈다고 한다. 점차 늘어난 이민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1622~1890년까지 인디언 전쟁(프렌치-인디언전쟁)을 통해서 점차 인디언들의 거주 지역이 줄어들게 되었고, 백인 이주자들을 위해 원주민 부족들은 보호구역에 가두는 정책으로 이어진다. 1890년 운디드니 학살사건 이후 사실상 인디언 전쟁은 막을 내리고, 현재 미국은 원주민 보호구역이란 자치구역을 설정해 미국 주와 별개로 원주민들만의 행정부와 사법부 의회가 존재한다. 그들은 미국 국민들이 누리는 혜택(전기와 식수 혜택)도 누리지 못한채 분리되어 살고 있고, 오로지 허용된 것은 카지노에 의해서만 의존하다보니 마약, 술, 도박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이 많다. 유럽의 기독교인들의 인디언 학살의 역사는 눈물의 역사이다.     

 

미국의 교과서에는 그 어디에도 피비린내 나는 학살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지 않고, 신대륙에 도착한 유럽인들의 영웅적 행동만 기록되어있고 매년 Columbus Day는 축하하는 날이라고 한다. 우리 역시 서구인의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여 오랫동안 ‘America was discovered by Columbus in 1492.’라고 가르치고 있다. 발견이라는 단어는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무인도였을 경우에나 가능한 표현일 것이다. 콜럼버스의 잔인한 성격은 아래 일화에서 드러난다.     


“하이티의 시카오 지역에서 콜럼버스는 14살 이상의 모든 인디언들에게 매 3개월 마다 일정량의 금을 갖다 바치게 하였고, 그렇게 하면 목에 걸고 다닐 구리로 만든 표식을 하나씩 주었다. 이 구리 표식이 없이 돌아다니는 인디언이 발견되면 두 손을 잘라 피를 흘리다 죽게 하였다.” (1495년) <눈물의 인디언 문명 파괴사>  

   

“마구아는 호수의 인디언 휴런족 가운데 추장이자 전사로 태어났다. 그는 스무 번의 여름과 스무 번의 눈 내리는 겨울이 지나는 것을 보고서야 백인을 처음 보았지. 그리고 잘 지냈다! 그런데 그 캐나다의 조상들이 숲으로 들어오더니 불의 물을 마시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그러자 그는 악인이 되었다. 휴런은 물소를 몰아내듯 그를 조상의 무덤에서 쫓아냈다. 그는 호숫가를 달려 그 하구를 따라 <대포의 도시>로 갔다. 거기서 그는 사냥을 하고 물고기를 잡고 지냈지만, 사람들은 그를 또다시 숲으로 쫓아내 결국 적의 품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휴런으로 태어난 추장이, 결국 모호크의 전사가 된 거다!”

“전에도 들어 본 이야기예요.” 그가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며 북받친 감정을 진정시키고 말을 멈춘 사이, 코라가 말했다. 

“르 르나르의 머리가 돌이 아닌 것이 그의 잘못인가? 누가 그에게 불의 물을 주었지? 누가 그를 악당으로 만들었나? 그건 바로 백인이야. 너와 같은 피부색을 가진.”

“얼굴색이 나랑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 없고 방종한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내가 책임을 져야 하나요?” 코라가 흥분한 야만인에게 침착하게 따져 물었다. 

“아니, 마구아는 남자이고 바보가 아니다. 너 같은 자는 불타는 물에 입술을 대지 않아. 위대한 영혼이 네게 지혜를 주었으니까!”

“그렇다면 당신의 과실을 물론이고, 당신의 불행에 대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하죠?”

“잘 들어.” 인디언이 다시 진지한 태도로 돌아가 말했다 

“영국인과 프랑스인들이 싸움을 시작할 때, 르 르나르는 영국군의 편에서 모호크족의 부대를 공격해 자기 종족과 맞섰다. 백인들은 붉은 피부를 가진 이들을 사냥터에서 몰아냈고, 이제는 싸움을 하면 백인들이 지휘를 한다. 호리칸의 늙은 대장, 네 아버지는 우리 부대의 최고 대장이었다. 그는 모호크에게 이래라저래라 했고, 그러면 모호크는 그 말을 따랐다. 인디언이 불의 물을 마시고 자기 전사들의 오두막으로 들어가면 반드시 벌을 주겠다는 법도 그가 만들었다. 마구아는 어리석게 뜨거운 물을 마셨고 그 효과 때문에 먼로의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반백의 그가 어떻게 했지? 딸이 말해봐라.”

“그는 자신이 한 말을 잊지 않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범법자를 처벌했죠.” 담대한 딸이 말했다.

“정의라!” 인디언은 몹시 사나운 표정으로 그녀의 단호한 얼굴을 노려보며 말했다. “악을 만들어 놓고 그것 때문에 벌을 주는 것이 정의인가! 마구아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가 한 말과 저지른 행동은 다 불의 물 탓이었다! 하지만 먼로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휴런의 추장이 백인 전사들 앞에서 묶여 개처럼 채찍질을 당했다!”

코라는 아버지가 저지른 이 가혹한 처벌을 어떻게 변명하면 인디언을 달랠 수 있을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 모히칸족의 최후, P146-148>    

  

“내 강물을 마지막으로 마셔 본 이후로 뜨거운 여름이 여러 차례 지나갔다.” 현자가 말을 이었다. “미쿠온의 자손들은 가장 공정한 백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목이 말라 그것을 자기 것으로 가져갔다. 그들이 아직도 우릴 따라다니고 있는가?”

“저희는 아무것도 따르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탐내지 않습니다.” 코라가 대답했다. “저희는 원치 않는 포로가 되어서 이곳에 끌려왔습니다. 그리고 저희들끼리 평화롭게 떠나게 해 달라는 허락만을 구합니다. 족장님께서는 이 민족의 아버지이자 판관이시며, 예언자가 아니십니까?”

“나는 오랫동안 살아온 테머넌드다.”

“족장님의 부족 가운데 하나가 이곳 변경에서, 백인 추장의 지배를 받은 지 7년이 되었습니다. 그는 올바르고 공정한 테머넌드와 형제 같은 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백인 추장은 <네 아비를 위해 가거라. 너는 자유다>라고 했습니다. 그 영국 전사의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기억한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 있었던 일이지.” 족장은 오랜 세월을 또렷이 기억하며 대답했다. “나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서서 백조보다 더 흰 날개를 달고, 독수리 여러 마리보다 더 넓은 배가 떠오르는 태양으로부터 다가오는 광경을 보았지.” (p419)       

"여자여.“ 마구아는 쉰 목소리로, 그녀의 침착하고 빛나는 눈가 마주치려고 애쓰며 다시 말했다. ”선택하라.“

하지만 코라는 그 요구를 듣지도, 신경 쓰지도 않았다. 휴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팔을 높이 들어 올렸지만 의심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당혹한 태도로 다시 내렸다. 그는 다시 한 번 갈등하더니 다시 예리한 무기를 들었으나 바로 그때, 머리 위에서 맹렬한 고함 소리와 함께 웅카스가 무시무시한 높이에서 바위 위로 뛰어내렸다. 마구아는 한 걸음 물러났고, 그 기회를 포착한 마구아의 부하 하나가 제 칼을 코라의 가슴에 찔렀다.

휴런은 자신을 거역하고 이미 도망치는 부하를 향해 호랑이처럼 달려들었지만, 쓰러지는 웅카스의 몸에 이 부자연스러운 싸움이 갈라졌다. 이처럼 방해를 받아 목표를 놓치고, 방금 벌어진 살인에 화가 난 마구아는 쓰러진 델라웨어의 등에 칼을 꽂았고, 그 비겁한 행동과 함께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고함을 질렀다. 웅카스는 다친 표범이 적에게 달려들 듯 일어나 코라를 죽인 자를 쓰러뜨렸고, 그로써 그에게 남은 마지막 힘은 모두 소진되었다. 엄격하고 침착한 표정으로 르 수틸에게 돌아선 그는 힘이 다하지 않았으면 해냈을 일을 눈짓으로 드러냈다. 르 수틸은 저항 없는 델라웨어의 감각 잃은 팔을 잡더니 그의 가슴에 서너 차례 칼을 꽂았고, 꺼지지 않는 경멸의 눈빛으로 적을 노려보던 희생자는 발치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  (p464)   

  

극기심을 느끼며 친구의 굳은 표정을 간절한 얼굴로 바라보던 호크아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져 외쳤다. “아니, 추장, 혼자가 아니오. 우리의 피부색과 타고난 재능은 다를지 모르지만 신께서는 같은 길을 여행하도록 우리를 두셨소. 내게는 피붙이도 없고, 당신처럼 부족민도 없소. 그 애는 당신의 아들이었고, 타고나길 인디언이었소. 당신의 피가 더 가까웠을 것이오. 하지만 내 만약 전쟁일 때는 곁에서 싸우고, 평화로울 때면 곁에서 자던 그 애를 잊는다면 피부색이 무엇이든, 재능이 무엇이든 우리 모두를 만드신 그분이 나를 잊으셔도 좋소. 그 아이는 우리를 잠시 떠난 것이니, 추장, 당신은 혼자가 아니오!”

칭가치국은 척후병이 격앙된 감정에서 갓 덮은 흙 위로 뻗은 손을 잡았고, 이 두 강인하고 용맹한 숲 사람들이 우정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자 뜨거운 눈물이 발치에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처럼 웅카스의 무덤을 적셨다.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두 전사가 이처럼 장엄한 고요 속에서 감정을 토로하고 있을 때, 테머넌드가 목소리를 높여 사람들을 해산시켰다.

“이만하면 됐다!” 그가 말했다. “가라, 레나페의 자손들이여. 대령의 진노는 끝나지 않았다. 어째서 테머넌드가 머물러야 하는가? 백인들은 땅의 주인이고, 인디언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하루가 너무나 길었다. 아침에 우나미스의 아들의 행복하고 힘찬 모습을 보았는데, 밤이 오기 전 현명한 모히칸족 최후의 전사를 보게 되었으니!”  (p480-481)     

소설 <모히칸족의 최후>는 웅카스와 코라의 관계도 코라와 엘리스 자매의 관계(검은 머리의 코라와 엘리스는 배다른 자매인 듯), 그리고 인디언의 친구 호크아이의 백인의 설정은 영화 <늑대와 춤을>에서의 케빈 코스트너를 연상하게 한다. 백인의 시각으로 소설을 이어가는 한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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