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1989년
1989년 영화. 피터 위어 연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이다. 1959년 버몬트의 개신교계 귀족 학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립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교육 활동을 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사실 이런 내용은 이 영화의 각본가 톰 슐만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촬영은 델라웨어 주의 St. Andrew's School에서 했고, 톰 슐만은 테네시 내쉬빌의 몽고메리 벨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토드 앤더슨은 책상으로 올라가 월트 휘트먼의 시의 한 구절이자 평소 제자들이 존 키팅을 부르는 별명 오 캡틴 마이 캡틴(O Captain! My Captain!)을 외치고, 그 모습에 자극을 받은 일부 학생들이 교장의 명령에도 굴하지 않고 떠나는 존 키팅을 향한 마지막 인사로써, 토드처럼 책상에 올라간다. 이 공존의 풍경은 다수 혹은 타인의 강요에 의한 관성적인 선택이 아닌 자유의지의 의미를 학생들이 깨달았음을 암시하는 미장센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을 위해 마지막 인사를 하는 제자들을 향해 존 키팅은 “모두들 고맙다, 고마워,”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토드는 가방에서 액자를 꺼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액자 속에는 가족사진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형 제프리의 어깨를 약속이나 한 듯 다정스럽게 감싸 안고 있었다. 이제까지 늘 보아 온 사진이었는데, 문득 그날 토드는 사진 속에 서 있는 자신이 뭔가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 지붕 아래 살기는 했지만 자기는 늘 이방인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던 것이다.
사진을 꺼내 보며 한동안 멍한 생각에 잠겨 있던 토드는 정신을 차리고 예쁜 무늬가 새겨진 가죽 포장의 고급 필기구 노트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때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더 ㄴ닐이 물었다.
“참, 너희 아버지는 어때?”
닐은 토드에게 솔직한 대답을 기대하며 물었다.
“....... 거의 비슷해.”
토드는 혼잣말 하듯 아주 작게 대답했다.
“그래?”
닐은 토드에게서 동지애 비슷한 것을 느꼈다.
“야, 토드. 너 여기서 왕따 당하지 않으려면 마음을 털어놔야 해. 마음이 착한 사람이 이 지구를 이어가리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람이 하버드에 합격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내 말 알아듣겠니?”
토드는 단추가 달린 흰색 옥스퍼드 셔츠를 접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닐은 연감위원회 기념 배지를 손에 집어든 채 투덜거렸다.
“빌어먹을 아버지들이란...... 아얏!”
닐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비명을 질렀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으로 손에 들고 있던 배지를 꼭 쥐는 바람에 뾰족한 핀이 손가락을 찔렀던 것이다. 손가락에서 핏방울이 솟아났다. 닐은 손가락에 박힌 핀을 뺄 생각도 하지 않고 얼굴을 찌푸린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신기한 것을 발견한 듯한 표정으로...... 그리고 갑자기 손가락에서 핀을 돌려 빼더니 배지를 벽에 대고 힘껏 내동댕이쳤다. (P46-47)
놀런 교장의 소개에 따르면 키팅 선생 역시 웰튼 아카데미 출신이다. 더구나 그는 아주 우수한 졸업생이었다. 그런데 그는 마치 웰튼 아카데미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에게는 엄격한 규칙만을 고집하는 권위 의식 같은 것이 풍기지 않았다. 대신 가까이 다가가 살며시 손을 내밀고 싶은 충동이 생길 만큼 친밀감이 느껴졌다. (P53)
피츠가 목청을 가다듬고 시를 읽어 내려갔다.
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지금
시간은 언제나 말없이 흐르고
오늘 이렇게 활짝 핀 꽃송이도
내일이면 시들어 버릴 것이다.
“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지금!”
피츠의 낭독이 끝나자 키팅 선생은 다시 한번 되풀이해서 읊었다.
“이 같은 감정을 라틴어로 ‘카르페디엠’이라 한다. 그 뜻을 아는 사람?”
“카르페디엠 말입니까?”
라틴어 박사 믹스가 손을 들었다.
“‘오늘을 즐겨라’입니다.”
“그래 맞았다. 이름은?”
“스티븐 믹스입니다.”
“믹스! 오늘을 즐겨라!”
키팅은 믹스에게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럼 왜 시인은 이런 구절을 사용했을까?”
“그 시인은 무척 바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한 학생이 큰 소리로 대답하자 다른 학생들은 모두 킬킬대며 웃었다.
“아니야! 아니야! 전혀 아니올시다!”
키팅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건 바로 우리가 구더기의 먹이이기 때문이야. 이 어리석은 학자들아!”
키팅은 목청을 높였다.
“우리가 그저 제한된 횟수의 봄과 여름, 가을을 넘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건 모두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믿고 싶지 않겠지만 언젠가 우리는 누구 하나 빠짐없이 숨이 끊어질 것이다. 싸늘하게 몸은 식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아무도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그는 이 부분에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말을 멈추었다. (P58-60)
"시의 이해, 문학박사 J. 에반스 프리차드 지음....“
닐은 앉은 채로 교과서를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시를 잘 이해하려면 먼저 시의 운율과 음률 그리고 시어가 함축하고 있는 비유에 대해 미리 충분히 이해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러고 나서 다음의 두 가지 물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첫째, ‘시의 소재가 얼마나 예술적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둘째, ‘그 소재가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가?’ 첫 번째 문제는 시의 완성도를 판가름하기 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시의 중요도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일단 이 두 가지 문제를 풀고 나면 어떤 시가 훌륭하고 좋은 시인지 결정짓는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
키팅 선생은 칠판에 백묵으로 2개의 직각선을 그렸다. 닐을 따라 교과서를 함께 읽던 학생들도 공책에 똑같은 2개의 선을 그렸다. 닐은 계속 교과서를 읽고 있었다.
“만약 시에 대한 평가를 그래프로 나타낸다고 가정할 때, 시의 완성도를 X축 위에 놓은 다음 그 시의 중요도는 Y축에 나타낸다. 그리하여 이 두 점을 서로 이어 생긴 사각형의 영역이 클수록 그 시는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바이런의 소네트는 Y축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만 완성도를 재는 X축에서는 겨우 평균치에 도달한다. 반대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X축이나 Y축 모두에서 높은 점수가 나온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무척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점에서 셰익스피어의 시를 아주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키팅 선생은 닐이 읽은 교과서의 내용에 따라 칠판에 색을 칠해 가면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바이런의 소네트보다 어느 정도 위대한가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닐에게 읽기를 잠시 중단시키고 학생들에게 짧고 간결한 투로 말했다.
“이 책에 실린 시를 읽으면서 이 척도법을 되풀이해서 연습하도록! 이런 방법을 통해 시를 평가하는 능력이 커질수록 여러분들은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시를 읽는 즐거움도 그만큼 좋아질 것이다!” (P86-87)
"미련 없이 찢어 버려! 완전히! 조금도 남기지 말고! 에반스 프리차드 박스! 당신은 저질이야! 저질!“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그때 맞은편 교실에서 수업을 하던 라틴어 선생 맥카리스터가 창문 밖에 얼굴을 드러냈다.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라 달려온 것이다. 유리창을 통해 뜻밖의 모습을 본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교실로 뛰어 들어왔다.
“아니, 대체 무슨 해괴망측한 짓들이냐! 너희들!”
맥카리스터는 학생들을 꾸짖으려다가 키팅 선생이 휴지통을 들고 있는 것을 보자 그만 말을 멈추었다. 그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눈인사를 했다.
“아, 내가 실례했군요. 키팅 선생! 계신 줄 몰랐소.” (P88)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여러분이 원한다면 이 학교가 여러분에게 가르쳐 주라고 내게 맡긴 것들을 몽땅 가르쳐 줄 수 있다. 아이비리그로 진학할 수 있는 온갖 학습 비법들을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비리그 진학보다 참된 교육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아이비리그 진학 이상의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 내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라 자신 있게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말과 행동. 스스로 내린 판단과 결정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누가 어떻게 지껄이든 말과 생각에는 이 세계를 바꿀 만한 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좀 전에 ‘호이 폴로이’라는 낱말을 썼다. 누구 이 뜻을 아는 사람 없나? 자 말해봐, 낙스! 이 개똥아!“
학생들은 낄낄대고 웃었다.
“토드, 자네는 사람인가? 아니면 기생충인가?”
이번에도 학생들은 소리내어 웃으며 한꺼번에 토드를 쳐다보았다. 토드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이때 믹스가 손을 들었다.
“호이 폴로이란 ‘어리석은 군중’이란 뜻 아닌가요?”
“바로 그거야 믹스! 그리스 말로 어리석은 군중이라는 뜻이 맞아. ‘호이 폴로이’라는 낱말을 쓸 때는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어. ‘어리석은 군중’이라고 말한다면 여러분 역시 ‘호이 폴로이’라는 뜻이 된다. ‘군중’이란 낱말은 복수형이거든. 그러니까 너희들도 ‘어리석은 군중’ 가운데 하나가 되는 거지!” (P89-90)
"자네는 19세기 문학 따위는 경영대학이나 의과대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겠지? 아니면 지금은 에반스 프리차드의 이론대로 운율이나 음률을 외워 시험이나 잘 치르고, 그 덕에 좋은 점수를 따서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게 의미있는 시대라고 생각하겠지? 가슴으로 시를 읽고, 마음으로 시를 느끼는 따위의 문학이란 아직 중요한 게 아니라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P91)
"좋아. 이제 결론을 내리자! 시를 읽는다는 건, 다른 이유가 없다. 그 사람이 인류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인류야말로 열정의 집합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의학, 법률, 금융, 이런 것들은 모두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시, 낭만, 사랑, 아름다움이 세상에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삶의 양식.... 말이다. 자, 월트 휘트먼의 시 한 편을 읽어 주겠다. 잘 음미해 보도록!”
오!
오, 삶이여!
한없이 되풀이되는 이 의문들
믿음 없는 자들의 끝없는 행렬
어리석은 군중이 들끓는 이 도시....
착한 것은 무엇이랴!
오!
오, 인생이여!
대답은 하나
그대가 여기 있다는 사실
비로소 내 삶이 있고 그 뜻이 분명해지네.
감동스런 연극은 계속되고,
그대는 한 편의 시를 읊어 주리니 (P91-92)
“여러분에게 한 편의 시는 과연 무엇일까”
존 키팅은 지난 며칠 동안 자신이 했던 수업을 생각해 보았다. 웰튼같이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완고한 명문고교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수업을 이끌어 간 것은 실로 가슴 벅찬 일이었다. 모교인 웰튼 아카데미로 부임해 올 당시 그는 몹시 망설였다. 자신의 독특한 교육 방법이 과연 웰튼에서 통할 수 있을까 하고. 하지만 그는 평소 갖고 있던 믿음대로 밀고 나갔고 학생들은 적게나마 활기를 찾는 듯했다. 그 모습에 키팅은 자신감을 얻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교육방법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한다면 그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사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수업 방식에 대해 심상치 않은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P95)
"좋아, 그럼 ‘죽은 시인의 사회’에 대해 말해 주지.“
모두들 키팅 선생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모임은 삶의 참맛을 보기 위한 조직이었지. ‘죽은 시인의 사회’는 소로의 시에서 따온 거야. 우린 모일 때마다 그의 시를 읽곤 했어.”
그는 아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 계속 말했다.
“적은 사람으로 조직된 우리 서클은 동굴에서 모임을 가졌단다.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셸리, 소로, 휘트먼 같은 시인의 작품을 읽고, 때로는 우리가 손수 지은 시를 읊곤 했어.... 그 순간이면 우리는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기쁨과 환희의 맛을 보곤 했지.” (P102-103)
"그럼, 그 이름이 뜻하는 것은 뭐죠? 죽은 시인들의 시만 읽었다는 건가요?“
“천만에, 시의 장르는 따지지 않았어. 그 이름이 뜻하는 것은, 누구나 이 조직에 가입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뜻이었어.”
키팅 선생은 눈에 잔뜩 힘을 주고 그렇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거역하기 힘든 신비스런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네에?”
그들은 마치 키팅 선생이 갑자기 밀치기라도 한 것처럼 뒷걸음질치며 비명을 질렀다.
“쉿! 놀랄 것 없어. 특별한 뜻은 아니니까. 정회원이 되려면 일생동안 준회원 노릇을 해야 한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준회원이었던 셈이지. 죽은 다음에는 정회원이 된다고 생각했어.” (P103-104)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삶이 끝났다고 포기하지 말자!
종교적 신념과 교육은 잠시 접어 두고
그 어떤 어려움도 물리치고 나는 말하겠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
인간의 독창적인 에너지가 있다.
“이것도 월터 휘트먼의 말이다!”
키팅 선생은 계속 설명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 하지만 우리 조상과 전통, 시대가 정해 놓은 종교적 믿음과 사상을 뛰어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야. 과연 어떻게 해야 우리가 휘트먼의 시에서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소리를 내게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편견이나 습관, 외부의 압력 따위로부터 어떻게 우리 각자를 해방시킬 수 있겠느냔 말이다. 자, 사랑하는 제자들아, 내 대답은 이렇다. 그건 끊임없이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P132-133)
그는 소로의 말을 빌려 계속 이야기했다.
“소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대다수의 사람은 절망의 침묵 속에서 인생을 살아간다.’ 물론 우리가 소로처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 지금부터 새 땅에 과감하게 발을 내딛는 거다. 바로 지금!” (P135)
"시를 언어에만 국한시키면 안 된다. 시는 음악이나 사진은 물론 음식을 차리는 방법 같은 것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자신을 나타내고, 자신의 생각을 담을 수 있다. 그처럼 시는 일상적인 것들 속에 있다. 그러나 결코 흔해 빠진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늘에 관해서든 소녀의 웃음에 대해서든 시를 써라. 그 무엇이든 괜찮다. 다만 이왕이면 구원의 날, 종말의 날, 아니면 그 어떤 날이라도 좋으니 그런 날들의 모습을 시 속에 생생하게 그려 내라. 그렇게 쓴 시가 우리를 기쁘게 하고 두려움에 떨게 한다면 난 환영한다. 그 어떤 시라도 말이다. 게다가 시 속에 영감이 깃들어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런 시를 들으면 마치 우리가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라는 느낌이 들거든...... ” (P156-157)
"아, 그거요! 그건 중요한 교훈을 입증하기 위한 일종의 훈련이었죠. 획일성이 얼마나 위험한 고질병인지를 깨우쳐 주려고요, 그래서 제가.......“
“키팅 선생, 우리 웰튼에는 이미 잘 짜인 교과 과정이 있소. 그건 결과를 통해 입증된 거요. 그리고 성과도 컸고 말이오. 만에 하나 학생들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면 그걸 막아야 하는 게 우리 교사의 도리가 아니겠소.”
“저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것이 올바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런 교장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또래의 학생들에게 말이오? 그건 불가능한 일이오.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통과 규율이오. 전통과 규율 말이요!”
놀런의 목소리는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 (P225-226)
나는 숲으로 갔다.
왜냐하면 인생을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였다.
나는 인생의 정수를 마음속 깊이
그리고 끝까지 맛보며 살고 싶다.
삶이 아닌 모든 것들을 털어 버리기 위해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삶이 끝났다고 포기하지 말자. (P297)
"오, 닐! 안~돼......!“
페리 부부는 너무 놀라고 두려워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한밤중의 처절한 통곡 소리가 하얀 달빛을 타고 멀리 멀리 퍼져 나갔다. 한 방의 총소리와 함께 닐은 진정 ‘죽은 시인의 사회’ 정회원이 되어 버린 것이다. (P309)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토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키팅은 뒤돌아서며 토드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말없는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번갈아 가며 토드와 키팅 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토드가 한 발을 들어 책상 위에 올려놓더니 다른 한 발마저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키팅 선생을 쳐다보았다.
“앉아!”
화가 잔뜩 치밀어 오른 놀런 교장이 토드 곁으로 다가서며 소리쳤다. 그때였다. 교실 반대쪽에 있던 낙스가 키팅 선생의 이름을 부르며 역시 책상 위로 뛰어올라갔다. 놀런은 당황해서 낙스 쪽으로 뛰어갔다.
“앉아!”
그러자 믹스도 용기를 내어 책상 위에 올라섰다. 피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한 사람 두 사람 책상 위에 올라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학생이 책상 위로 올라서더니 떠나는 키팅 선생에게 말없이 인사를 보냈다. 캐머룬만이 자리에 앉아 어리둥절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놀런 교장은 학생들을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옛 국어 선생님을 향한 거침없는 학생들의 모습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키팅은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문 옆에 서 있었다.
“고맙다, 모두들. 정말....... 고맙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토드와 눈을 맞춘 다음 나머지 ‘죽은 시인의 사회’ 회원 모두와 눈을 맞추었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잠시 후 키팅은 고개를 끄덕인 뒤 천천히 몸을 돌려 교실을 빠져 나갔다. 학생들은 각자의 책상 위에 서서 키팅 선생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소리 없이 작별을 고했다.
닐이 죽고 이제 키팅 선생도 떠나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는 이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P339-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