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

영화 <오즈의 마법사> 1939년

by 노용헌

오즈의 마법사: 돌아온 도로시(2013), 오즈의 마법사 2(2015), 오즈의 마법사: 요술구두와 말하는 책(2019), 오즈의 마법사: 돌아온 톰과 제리(2016), 오즈의 마법사: 그레이트 매직(2010), 마법의 나라 오즈(1985), 히스 마제스티, 더 스케어크로우 오브 오즈(1914), 오즈의 마법사(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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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프랭크 바움(Frank Baum)이 1900년에 발표한 소설이 원작이다. 바움은 미국 중서부 지역의 한 신문 편집자로서 처음 집필할 당시 19세기 말의 미국 화폐 제도와 관련한 정치 현실을 풍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 그런데 이 소설은 나오자마자 세계 어린이들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연극과 영화, 그리고 뮤지컬로 만들어질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빅터 플레밍(Victor Fleming)이 감독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흑백에서 오즈의 강렬한 컬러로의 전환은 현실세계는 흑백으로 노란 벽돌 길을 따라 오즈의 마법의 땅으로 들어가는 환상의 세계는 컬러로 시각적인 것과 디자인은 흑백영화가 지배적이던 당시로서 혁명적인 것(Technicolor)이나 다름없다. 주디 갈랜드(Judy Garland)가 도로시로 부른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유명한 노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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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오즈(Oz)는 당시 금 등을 잴 때 사용되는 도량형의 단위인 온스(ounce)에서 착안한 것이고, 도로시와 그 일행이 에메랄드 시를 찾아갈 때 따라가는 노란 벽돌 길은 금길, 즉 금본위제도 자체를 뜻한다고 한다. 이들이 찾아가는 에메랄드 성은 미국의 연방정부가 남북전쟁 중인 1862년에 발행한 지폐인 그린백(greeenback)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린백이란 이름은 지폐의 뒷면이 녹색으로 인쇄되어 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이는 연방정부가 인정한 최초의 지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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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의 저자였던 프랭크 바움은 중서부 지역에서 활동한 저널리스트였다. 그는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쓰려고 했을 때, 주인공이 될 각 캐릭터들을 당시 싸움을 벌이고 있던 주요 정치인들로 표현하기로 작정했다. 경제역사학자 휴 로코프(Hugh Rockoff)가 1990년 정치경제 저널에 쓴 글에 따르면, 도로시는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 허수아비는 농부, 양철 나무꾼은 산업노동자, 겁쟁이 사자는 당시 금융권 카르텔의 권한에 저항했던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William Jennings Bryan), 먼치킨은 동부 지역의 시민, 동쪽의 나쁜 마녀는 그로버 클리블랜드(Grover Cleveland), 서쪽의 나쁜 마녀는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 마법사는 공화당 의장인 마커스 알론조 한나(Marcus Alonzo Hanna), 오즈는 금 1온스의 약어, 노란 벽돌 길은 금본위제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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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게일 (Dorothy Gale)

“집이 떨어질 때 마녀가 밑에 깔렸나 봐. 어떡하면 좋죠?”

할머니가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냥 내버려 둬요.”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예요?”

“말했다시피, 동쪽 나라의 나쁜 마녀랍니다. 몇 년이나 먼치킨들을 지배하며 밤낮으로 노예처럼 부려 먹었지요. 이제 자유를 되찾았으니, 이 모두가 아가씨 덕분입니다.”

“먼치킨들이 누군가요?”

“나쁜 마녀가 지배하던 동쪽 나라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할머니도 먼치킨인가요?”

“아뇨, 북쪽나라에 살긴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친구라고 할 수 있죠. 동쪽 나라 마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러 먼치킨들이 찾아왔기에 부리나케 달려온 거예요. 난 북쪽 나라 마녀랍니다.”

“세상에! 할머니가 정말 마녀라고요.”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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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Scarecrow)

늙은 까마귀 한 마리가 가까이 날아오더니 어깨 위에 올라앉아 내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며 이러는 거예요.

‘이런 어설픈 속임수에 내가 넘어갈 줄 알았나 보지. 생각이 있는 까마귀라면 네가 지푸라기 허수아비라는 걸 모를 리가 없지.’

그러고는 발치로 풀쩍 뛰어내리더니 옥수수를 신나게 먹어 치우는 거예요. 내가 아무 짓도 안 하고 가만있는 걸 본 다른 새들도 다가와 옥수수를 먹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제 주위는 새들 천지로 변해버렸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있으나 마나 한 허수아비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늙은 까마귀가 이런 말로 날 위로하더군요. ‘네 머릿 속에 뇌만 들어 있었다면 좋은 사람이 되었을 테고, 어쩌면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몰라. 까마귀한테나 사람한테나 제일 중요한 건 오직 뇌뿐이라고.’

까마귀들이 모두 날아간 뒤 난 곰곰이 생각에 잠겼고, 어떡하든 뇌를 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운 좋게도 아가씨가 나타나 날 막대에서 내려 준 거예요. 아가씨가 말한 대로 에메랄드 시에 가기만 하면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나한테도 뇌를 줄 게 분명해요.“

”그렇게 원하니 그 바람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도로시가 진심으로 말했습니다. (P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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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 나무꾼 (Tin Woodman)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내 몸이 나는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이젠 벨 수도 없으니 도끼가 아무리 미끄러진다 해도 겁날게 없었어요. 딱 하나 걱정이라면 바로 관절 부분에 녹이 슨다는 점이었죠. 그래서 오두막 안에 기름통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기름을 바르곤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기름 치는 걸 깜박 잊은 거예요. 그러다 폭풍우를 만나게 됐는데, 관절 걱정을 하기도 전에 몸이 벌써 굳어 버려 이렇게 여러분들이 도와주러 올 때까지 숲속에 꼼짝없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얼마나 끔찍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일 년 동안 그 자리에 서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심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사랑에 빠져 있었을 때 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였어요. 하지만 누구도 심장이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순 없어요. 그래서 오즈에게 부탁해 심장을 얻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오즈가 이 소원을 들어준다면 난 아가씨를 찾아가 결혼할 생각이에요.” (P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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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사자 (Cowardly Lion)

사자가 대답했습니다.

“그게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아마 태어날 때부터 겁쟁이였나 봐요.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은 당연히 내가 용감할 거라고 생각하죠. 사자는 어디서나 동물의 왕으로 대접받으니까요. 내가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면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벌벌 떨며 길을 터주죠. 난 사람을 만날 때마다 겁이 나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하지만 내가 으르렁대기만 하면 다들 죽어라 줄행랑을 치죠. 코끼리나 호랑이, 곰이 덤벼들려고 하면 오히려 도망치는 쪽은 내 쪽일 텐데 말이에요. 난 그 정도로 겁쟁이예요. 그런데도 내 울음소리만 들으면 하나같이 정신없이 꽁무니를 빼거든요. 물론 그럴 때 난 절대로 뒤쫓아가지 않죠.”

그러자 허수아비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돼. 동물의 왕이 겁쟁이라니.”

사자가 꼬리 끝으로 눈물을 닦으며 대꾸했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슬프고 불행한 거예요. 하지만 위험이 닥치면 심장부터 두근대는 걸요.”

“심장병이 있나 보죠.”

양철 나무꾼이 말했습니다.

“그럴지도 몰라요.”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양철 나무꾼이 말을 이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심장이 있다는 증거니까 오히려 기뻐해야지요. 난 심장이 없어서 심장병에 걸릴 수도 없거든요.”

사자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하지만 심장이 없었으면 겁쟁이가 안 됐을지도 모르잖아요.”

허수아비가 물었습니다.

“그럼 머리에 뇌는 있어요?”

“있을 거예요.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나는 뇌를 달라고 부탁하러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가고 있어요. 내 머릿속엔 온통 지푸라기뿐이거든요.”

그러자 양철 나무꾼이 말했습니다.

“난 심장을 달라고 부탁할 거예요.”

도로시도 거들었습니다.

“난 토토와 함께 캔자스로 보내 달라고 할 거예요.”

겁쟁이 사자가 물었습니다.

“오즈가 나한테 용기도 줄 수 있을까요?” (P7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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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의 마녀 (Wicked Witch of the West)

“케랄라는 황금 모자의 첫 주인으로서, 저희에게 소원을 말한 첫 번째 사람이 됐지요. 공주가 워낙 저희를 보기 싫어하니까 결혼식이 끝나자 저희를 숲으로 모두 불러서는 다시는 공주 눈에 띄지 말라고 하더군요. 저희도 공주가 무서웠던 터라 기꺼이 분부를 따랐지요.

여기까지가 서쪽나라 나쁜 마녀의 손에 황금모자가 넘어가기 전에 일어났던 일입니다. 마녀는 윙키들을 노예로 만들라고 한 다음, 오즈를 서쪽 나라에서 쫓아내라고 명령했지요. 이제 황금 모자는 주인님의 것이니, 세 가지 소원을 말할 수 있습니다.”
우두머리 원숭이의 이야기가 끝나자 도로시는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초록색으로 빛나는 에메랄드 시의 성벽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도로시는 원숭이들이 빨리 나는 것에 감탄하면서도 드디어 여행이 끝났다는 사실에 기뻐했습니다. 원숭이들이 에메랄드 시 성문 앞에 도로시와 친구들을 조심스레 내려놓았습니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도로시에게 깊숙이 절을 하고는 쏜살같이 날아가자 원숭이 무리가 그 뒤를 따랐습니다.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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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Wizard of Oz)

“아니, 모두 틀렸어. 내가 속임수를 쓴 거야.”

“속임수라고요? 그럼 당신은 위대한 마법사가 아닌가요?”

도로시가 외쳤습니다.

“쉬, 얘야, 살살 말해라.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니? 그러면 난 끝장이야. 다들 날 위대한 마법사라고 믿고 있거든.”

“그럼 아니란 말이에요?”

“아니란다. 얘야,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야.”

“그 이상이죠. 사기꾼이잖아요.”

허수아비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 맞다. 난 사기꾼이야.”

무슨 위안이라도 되는 듯 손바닥을 비비며 노인이 말했습니다. (P22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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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도시들하고 똑같단다. 하지만 일단 초록색 안경을 쓰면 당연히 모든 게 초록색으로 보이지. 내가 기구를 타고 이곳에 온 게 젊었을 때니 에메랄드 시가 지어진 지도 꽤 오래됐지. 이렇게 늙은이가 되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내 백성들은 초록색 안경을 하도 오랫동안 써서 대부분 진짜 에메랄드 시인 줄로 알아. 이곳은 확실히 보석과 귀금속이 넘쳐 나고, 부족할 게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라야. 난 지금껏 이 나라를 잘 다스려왔고 백성들도 날 좋아해. 하지만 궁전을 짓고 난 후로는 여기 숨어 아무도 만나지 않았단다.

가장 무서운 존재는 마녀들이었어. 마법의 힘이 전혀 없는 나에 비해 마녀들의 힘은 정말로 놀라웠거든. 이 나라에는 마녀가 네 명 있었는데, 각각 동쪽, 서쪽, 남쪽, 북쪽을 다스렸어. 다행히 남쪽과 북쪽에 사는 마녀는 착한 마녀라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지. 하지만 동쪽과 서쪽 마녀는 말도 못하게 사악해서 내가 자기들보다 힘이 약하다고 생각되면 날 없애려 들 게 뻔했어. 실제로 난 오랜 세월 그 마녀들을 두려워하며 살아왔어. 그러니 동쪽 마녀가 네 집에 깔려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이 되겠지. 그래서 너희가 나한테 왔을 때, 서쪽 마녀를 없애기만 하면 뭐든 하겠다고 약속했던 거란다. 그런데 이렇게 네가 마녀를 녹이고 왔는데도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말을 해야 하다니 부끄럽구나.” (P2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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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마녀가 말했습니다.

“은 구두에는 놀라운 힘이 숨겨져 있단다. 그중 가장 신기한 힘은 세 걸음만에 이 세상 어디든 데려다 준다는 거지. 한 걸음을 내딛는 데는 눈 깜짝할 시간밖에 안 걸려. 넌 그냥 구두 뒤꿈치를 세 번 맞부딪힌 다음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명령만 하면 된단다.”

도로시가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그럼 당장 캔자스로 돌려보내 달라고 빌겠어요.” (P3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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