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2014년
제목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인 이유는 "밍기뉴(Minguinho)"라는 나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제제(Zezé)는 이 나무를 간혹 '슈르르카(Xururuca)'로 부르며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브라질에서는 이미 1970년에 영화가 제작되었고, 2012년에 다시 영화화됐다. 국내에서는 2014년 5월 29일에 개봉했다. 그러나 독립영화로서 전국 47개 상영관에서 상영해 전국관객 7,893명에 그치며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브라질 드라마로 1970년, 1980년, 1998년 세 번이나 드라마화되었다.
우리는 손을 잡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또또까 형은 나를 데리고 다니며 이런저런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그러는 형이 있어 좋았다.
나는 모든 것을 집 밖에서 배웠다. 집에서는 나 혼자 눈치껏 행동해야 했기 때문에 실수하기 일쑤였고 그 때문에 걸핏하면 매를 맞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때리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사고뭉치라는 것을 알아챘는지 누구나 나를 볼 때마다 망나니라느니, 나쁜 놈이라느니, 억센 털 러시아 고양이 같은 놈이라느니 하며 욕을 해 댔다. 이런 것들은 이제 생각도 하기 싫다. (P11)
아저씬 내 턱을 지그시 잡으시더니 감격하신 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넌 곧 훌륭한 인물이 될 거다. 요 장난꾸러기야. 널 조제(제제의 본래 이름인데, 여기선 성경에 나오는 모세라는 뜻으로 쓰임)라고 부른 것은 우연이 아니로구나. 너는 우리 주변을 환히 비춰 줄 별과 태양이 될 거다.”
난 무슨 말인지 몰라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형이 말한 대로 아저씨는 역시 얼간이라고 생각했다. (P28)
이런 얘길 하는 것은 내 맘속의 작은 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히 내 마음이 하는 소리였다.
왜 이래야만 할까? 왜 착한 아기 예수는 날 싫어하지? 외양간의 당나귀나 소들까지도 좋아하면서, 왜 나만 싫어할까? 내가 악마 같은 아이라서 벌을 주는 건가? 만약 벌을 주는 거라면 왜 내 동생 루이스에겐 선물을 주지 않는 거야? 이렇게 천사 같은 루이스에겐 합당치 않은 일이잖아. 하늘에 사는 천사도 루이스만큼 착하진 못할 텐데.....
그러자 바보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제 형, 우는 거야?”
“아냐, 그냥 나오는 거야, 게다가 난 너처럼 왕도 아니잖아.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난 아무데도 쓸모없는 아이잖아. 난 너무 나쁜 앤가 봐. 진짜 못된 애. 그래서 그래.” (P65)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 솟구쳤다. 저주인 것 같기도 하고, 반항심인 것 같기도 하고, 슬픔인 것 같기도 했다. 난 나 자신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가난뱅이 아빠를 갖고 있다는 건 굉장히 나쁜 일이야.”
그리고 운동화 쪽으로 눈을 돌리다 슬리퍼를 발견했다. 아빠가 우리를 쳐다보며 서 있었다. 아빠의 눈은 슬픔으로 굉장히 커져 있었다. 눈이 얼마나 커졌는지 마치 방구 영화관의 자막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너무나 슬퍼서 울 수조차 없는 것 같았다. 아빠는 잠시 동안 그렇게 우리를 쳐다보더니 조용히 지나갔다. 우리는 말도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아빠는 옷장 위에 놓인 모자를 움켜쥐고 또 나가 버렸다. 그때서야 토토카 형이 내 팔을 때렸다.
“넌 나쁜 놈이야, 제제. 뱀 같은 녀석. 그러니까.....”
감정이 복받쳐오르는지 형은 입을 다물었다.
“아빠가 거기 계신 줄 몰랐어.”
“나쁜 녀석. 양심도 없는 녀석. 오래 전부터 아빠가 실업자라는 걸 너도 알잖아. 그래서 난 어제 아빠 얼굴을 쳐다보며 음식을 삼킬 수가 없었던 거야. 너도 이다음에 아빠가 되면 이럴 때 얼마나 가슴이 쓰라린지 알게 될 거야.”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난 몰랐어, 형. 정말이야.”
“내 앞에서 꺼져. 넌 역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악질 녀석이야. 꺼져 버려!”
나는 길거리로 뛰어나가 아빠의 다리에 매달려 실컷 울고 싶었다. 내가 굉장히 잘못했으며, 난 역시 나쁜 애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난 계속 무얼 해야 좋을지 몰라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P73-74)
“구두 닦으세요, 손님!”
“구두 닦으세요, 아저씨! 가난한 사람들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적선하세요.”
잘 차려입은 부인과 어린애들이 차에서 내다보고 있었다. 부인은 동정하듯 말했다.
“세상에 가엾어라. 저렇게 어린 것이, 어쩜 저리도 가난한 애가 있을까. 저 애한테 뭘 좀 주세요, 아르투르.”
그러나 남자는 의심스럽다는 듯 나를 훑어봤다.
“저런 애들은 모두 다 교활하고 나쁜 놈들이야. 저 녀석은 어리다는 것과 크리스마스를 이용하고 있어.”
“그래도 주고 싶어요. 이리 와라, 꼬마야.”
그리고 핸드백을 열어 창 너머로 손을 내밀었다.
“고맙지만 싫습니다. 부인, 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녜요. 정말 돈이 필요해서 크리스마스 날 일하는 거예요.”
나는 구두통을 어깨에 둘러메고 천천히 걸어갔다. 오늘은 더 이상 화낼 기운조차 없었다.
그러자 차 문이 열리고 한 아이가 내 곁으로 달려왔다.
“자 받아. 엄마가 갖다 주랬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믿으신대.”
그 애는 내 주머니에 5백 레이스짜리를 넣어 주고는, 내가 고맙다는 말을 건넬 사이도 없이 가 버렸다. 단지 자동차가 부릉거리는 소리만 들려 왔다. (P79-81)
나는 성냥을 가지러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성냥을 켜 아빠 입에 물린 담배에 갖다 대고, 아빠가 피우는 걸 보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기분이 매우 착잡해졌다. 그래서 난 타다 남은 성냥개비를 바닥에 던져 버렸다. 온몸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고 가슴도 쓰라림으로 저며 왔다. 온종일 애태우던 괴로움이 촉촉이 적셔 드는 것 같았다.
나는 수염이 난 아빠의 얼굴과 눈을 바라보았다. 내가 할 수 있었던 말은 단지.....
“아빠...... 아빠.......!”
흐느낌으로 내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아빠는 팔을 벌려 가만히 날 껴안아 주었다.
“울지 마라, 얘야. 너 이렇게 마음이 약한 애라면 일생 동안 울어야 할 날들이 한없이 많겠다.”
“그게 아녜요. 아빠.....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어요.”
“안다, 알고 있어. 잘 생각해보니 네 말에도 일리가 있었어. 그래서 화가 나지 않았다.”
아빠는 날 약간 흔들어 주더니 식탁 저쪽에 있던 냅킨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다. (P87-88)
“있잖아요, 아저씨. 제가 어렸을 땐 속으로 노래하고 생각하는 건 내 마음속의 작은 새 덕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작은 새가 노래해 주는 거라고요.”
“네가 그런 새를 갖고 있다니 정말 놀라운데!”
“아저씬 이해 못하시는군요. 근데 요즘은 약간 의심이 가요. 속으로 노래하고 싶을 때가 따로 있나요?”
아저씨는 내 얘기를 이해했는지 내가 아리송해하는 것을 보고 웃었다.
“설명해 주마, 제제.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니? 그건 네가 자랐다는 증거야. 네가 더 크면 네가 말하고 보는 일들을 ‘생각’이라고 하게 된단다. 네가 곧 들어간다고 했던 그 시기에는 보고 듣고 하는 것이 ‘생각’이다.”
“철들 나이란 말씀이세요?”
“잘 기억하고 있구나. 그땐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생각이 자라고 자라서 네 머리와 가슴 전체를 돌보게 되는 거야. 그땐 눈이 다시 뜨여 인생을 아주 새롭게 보게 될 거야.”
“알겠어요. 그런데 작은 새는 뭐예요?”
“그 작은 새는 하느님이 어린애들에게 여러 가지 일들을 알도록 도와 주시려고 만드신 거란다. 그래서 더 이상 필요치 않을 때는 그걸 하느님께 돌려 드려야 해. 그러면 하느님은 그 새를 너처럼 영리한 또 다른 꼬마에게 주시지. 아주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지 않니?”
나는 내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흐뭇해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요, 아주 아름다운 일이에요.” (P100-101)
토토카 형은 그 죽은 참새를 손에 올려놓고 얼굴을 비벼대며 울었었다.
그러면서 형은 말했다.
“난 다시는 새를 안 기를 테야.”
나도 그 곁에 앉아서 이렇게 말했다.
“토토카 형, 나도 안 기르겠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난 곧장 밍기뉴에게로 갔다.
“슈르르카, 뭘 좀 하려고 왔어.”
“뭔데?”
“잠깐만 기다려 봐.”
“그래.”
나는 밍기뉴의 허리에 머리를 기대고 앉았다.
“우리가 뭘 기다리고 있지, 제제?”
“구름이 한 점 지나가기를.”
“뭣하려고?”
“내 작은 새를 풀어 주려고.”
“그래, 그렇게 해. 새는 더 이상 필요 없어.”
우리는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게 어떠니, 밍기뉴.”
마치 이파리처럼 들쭉날쭉한 하얀 구름 한 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 저거야, 밍기뉴.”
나는 흥분이 되어 벌떡 일어나 셔츠를 열어젖혔다. 그러자 내 메마른 가슴으로부터 새가 떠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날아라, 작은 새야! 높이 날아라. 훨훨 날아가 하느님 손 끝에 앉아라. 하느님께서 널 다른 애한테 보내 주실 거야. 그러면 너는 날 위해 그랬듯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거야. 잘 가, 내 예쁜 작은 새야!”
웬지 가슴이 허전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기분이 영영 없어질 것 같지 않았다.
“저것 봐, 제제. 새가 구름가에 앉았어.”
“나도 봤어.”
나는 머리를 밍기뉴 가슴에 기대고 구름이 멀리 사라져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저 작은 새와는 늘 친했었는데.....”
그리고 밍기뉴로부터 돌아섰다.
“슈르르카!”
“응?”
“울면 흉해 보일까?”
“우는 건 흉해, 제제. 그런데 왜 그래?”
“모르겠어. 아직 익숙치 않아서 그런가 봐. 가슴이 텅 빈 것 같아.” (P101-104)
“넌 아주 고운 마음씨를 가졌구나, 제제. 그리고 꼭 약속을 지켜야 한다.”
“맹세하겠어요. 하지만 선생님을 속이고 싶진 않아요. 전 선생님 말씀대로 고운 마음씨를 가진 애가 아니예요. 선생님께서는 집에서의 절 모르셔서 그래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내겐 네가 아주 고운 애란다. 앞으론 꽃을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네가 얻어오는 거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약속하겠니?”
“약속해요, 선생님. 하지만 꽃병은요? 꽃병은 늘 비어 있어야 하나요?”
“이 꽃병은 결코 비어 있지 않을 거야. 난 꽃병을 바라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거야. 내게 꽃을 갖다 준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나의 학생이었다고. 그럼 됐지?”
선생님은 웃으며 내 손을 놓아 주었다.
“잘 가라, 황금의 마음씨를 가진 아이야.....” (P118-119)
“포르투가!”
“응?”
“전 절대로 당신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왜?”
“왜냐면 당신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니까요. 당신 곁에 앉아 ’내 가슴 속에 행복으로 물든 즐거움의 햇빛이 있다‘는 것을 누리고 있는 나를 아무도 흉보지 않을 거예요.” (P202)
나는 벌거벗은 여자가 좋아......
아빠는 내 뺨을 찰싹 때렸다.
“어디 다시 한 번 불러 봐.”
나는 벌거벗은 여자가 좋아......
아빠는 날 계속 때렸다. 그러자 울고 싶지도 않았는데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디 계속해 봐라.”
나는 벌거벗은 여자가 좋아.......
내 얼굴은 거의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흐물흐물해졌다. 뺨을 맞을 때마다 그 충격으로 나는 눈을 떴다 감았다 해야만 했다. 난 아빠 말을 따라야 하는 건지 노래를 그만 불러야 하는 건지를 몰랐다. 그러나 아픈 가운데도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이것이 내가 맞는 마지막 매가 되도록 맞고 죽어야겠다는 결심이었다.
아빠가 때리는 걸 잠깐 멈추고 노래를 부르라고 다시 명령하였지만 난 부르지 않았다. 그 대신 경멸에 가득 찬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살인자! 날 단번에 죽여라. 감옥이 내 대신 복수하려고 기다리고 있어.” (P217-219)
나는 일생에서 가장 슬픈 일을 당한 듯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마, 난 태어날 필요가 없었던가 봐요. 내 풍선처럼 됐어야만 했어요.”
엄마는 쓸쓸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누구나 태어나는 것은 운명이란다. 너도 역시 그래. 단지 넌 가끔 지나치게 장난히 심하단다.” (P221-222)
“저 애 집에선 아무도 저 애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어. 나도 저렇게 똑똑한 애는 처음 봤거든.”
“솔직히 말해 봐, 포르투가. 자넨 저런 악질 녀석을 정말 좋아한단 말인가?”
“자네가 알고 있는 것은 저 애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저 애는 아주 영리하고 깜찍한 녀석이야.” (P227)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그는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좀 진정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 같았다. 모든 것들이 스쳐가고 녹색의 풀로 가득 찬 길로 차가 들어서자 그는 차를 세웠다. 그리고 늘 그렇듯 빙그레 웃어 보였다. 항상 사랑을 그리워하는 내 마음을 그는 그렇게 가득 채워 주는 것이었다. (P228)
“하지만 넌 나도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니?”
“처음엔 그랬죠. 그 뒤에는 반대로 죽였어요. 내 마음속에 당신이 다시 태어나도록 그렇게 죽였어요. 당신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포르투가, 당신은 저의 유일한 친구예요. 당신이 제게 딱지랑 주스랑 사탕이랑 구슬 같은 것을 사주셔서 그런 것이 아녜요. 결코 거짓말이 아니라고 맹세할 수 있어요.”
“모두가 널 사랑할 거야. 네 어머니나 아버지, 네 글로리아 누나랑 루이스 왕도. 넌 혹시 네 라임오렌지 나무를 잊은 건 아니겠지? 밍기뉴라고 했지? 그리고 또 뭐다라?”
“슈르르카요.”
“응, 그래.”
“지금은 달라요, 포르투가. 슈르르카는 단지 꽃 한 송이 피울 줄 모르는 단순한 오렌지 나무예요. 그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안 그래요. 당신은 제 친구고, 그래서 전 머지않아 당신 혼자만의 차가 될 우리 차로 드라이브하러 가자고 한 거예요. 전 당신께 작별인사를 하러 온 거예요.”
“아니, 작별이라고?”
“정말이에요. 당신이 보다시피 난 아무데도 쓸모없는 아이잖아요. 게다가 나도 매맞고 구박받는 데 지쳐 버렸어요. 더 이상 주둥이란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아요.”
목이 메었지만 난 마저 다 얘기해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도망치려고?”
“아뇨. 이번 주 내내 생각했어요. 오늘 밤 망가라치바에 뛰어들기로요.”
그는 말없이 나를 팔로 꽉 껴안았다. 그리고 그만이 할 수 있는 위로의 말을 해 주었다.
“그러지 마라. 제발 그렇게 하지 마. 넌 앞으로 얼마든지 멋지게 살 수 있어. 요 작은 머리 속에 그런 생각이 들어 있었다니. 그런 말은 죄가 되니 꺼내지도 마. 난 네가 그런 맘을 먹는 게 싫단다. 그럼 난 어떡하니? 넌 날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 것 같구나. 만약 네가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더 이상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마.”
그는 내게서 떨어져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난 널 무척 사랑한다. 꼬마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러니 자, 이젠 웃어 봐.” (P232-234)
“제 소망의 전부란, 포르투가, 저를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잡게 하는 거예요. 제가 톰 믹스나 프레드 톰슨과 함께 푸른 평원에 나갈 때도 당신이 지치지 않으시도록 역마차를 잡아 둔단 말예요. 제가 가는 곳에는 언제든지 당신이 계시거든요. 하지만 때로는 수업 시간에 창문을 바라보면서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당신이 그곳에 와 제게 작별을 하리라고요.”
“맙소사! 너처럼 사랑으로 가득 찬 조그만 머리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 걱정은 너무 하지마라. 알겠니?” (P253-254)
그의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제는 모든 게 고통이었다. 고통이란 놀랐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었다. 유리 조각에 찔려 그가 병원에 데려갔을 때 맛본 것 같은 그런 고통이 아니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얘기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한다는 것, 그런 것이 고통이었다. 팔과 다리 심지어 베개에서 머리를 돌리고 싶은 마음가지도 고통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 (P270-271)
어떤 사람에겐 죽는다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이람? 몹쓸 기차가 한 번 지나가면 그만이잖아. 그런데 왜 내가 하늘 나라에 가는 것은 이다지도 어렵지? 모두들 내가 가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나 봐. (P274)
그 시절, 우리들의 그 시절엔 저는 잘 몰랐습니다. 먼 옛날 깨끗한 마음의 어린 왕자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제단 앞에 엎드려 이렇게 물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포르투가, 저도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녕히! (P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