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니가 러닝을 하게 된 사연

오늘도 윗니가 마르도록 뜁니다.

by 김이서

일주일에 3번은 꼭 요가원에서 머리를 감았을 정도로, 2년 동안 요가 수련을 꾸준히 했다.


10대와 20대 초반을 평범하게 살아왔는데 요가를 시작하고 어떤 힘이 생겨났는지, 무언가에 "몰두"하고 "지속"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요가를 단순히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요가를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요가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요가복을 빨고 널었는데, 추석이 지나고 요가복을 더 이상 빨지 않았다. 추석 전에 이미 요가 학원 멤버십이 끝나기도 했고, 추석에도 업무를 계속하게 되어 무려 7일 동안 요가를 할 수 없었다. 요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요가를 하지 않는 7일이 얼마나 긴 시간인 지 알 수 있다. 매일 요가하는 습관이 깃든 사람은 하루만 다운독을 하지 않아도 허벅지 뒤 햄스트링이 무척 땡기고 저릿하다.


뻐근한 몸을 이끌고 스타벅스에서 일하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러닝을 해볼까?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봤던 Nike Running Club(NRC)가 떠올랐다. 나름 초, 중, 고, 대학교에서 계주 선수로 활약했기 때문에 단거리는 자신 있었지만, 끈기가 필요한 장거리는 도전이라고 말하기도 창피한 쥐약이었다.


9월 25일 저녁 8시. 신발장에 먼지로 덮여 있던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고, 집 앞 양재천으로 뛰어갔다. 첫 러닝이 시작되었다.



1.png


스트레칭도 하지 않은 채 5km를 냅다 뛰었다. 손과 발은 얼마나 벌리는지, 허리는 어느 정도 곧게 펴야 하는지 감조차 모른 채 러닝을 시작했다. 한참을 달리다가 숨이 차올라서 잠깐 멈추고 NRC 앱을 확인했더니, 300m도 뛰지 않았다. 충격이었다. 심장이 터져서 피가 줄줄 샐 것만 같았는데 고작 300m라니..

나에 대한 의심과 불신, 실망이 가득한 첫 러닝이었다.


5km 러닝을 마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욕실 샤워기를 틀기 전까지 내 심장은 도무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몸에 차가운 물을 분사하며 생각했다. 나름 요가를 2년이나 꾸준히 한 강인하고 유연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데, 어째서 러닝에서는 약하고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였을까.


뜨거운 물로 10분 정도 샤워를 끝내니 러닝에 대한 질문의 정답이 어느 정도 그려졌다.



KakaoTalk_Photo_2018-11-02-20-48-45.jpeg



러닝은 어떤 운동보다 정직한 운동이라고 했다. 내가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 멈출 수 있고, 나를 말릴 사람? 아무도 없다. 조금 더 뛰어보자는 마음을 가져도, 터질 것 같은 심장과 후들거리는 두 다리는 나를 1초마다 시험에 들게 한다.


멈출까? 저기 가로등까지만 더 뛸까? 아니야. 마라톤도 아니고 죽자고 왜 달려들고 있어.

그냥 지금 멈춰. 멈추면 되잖아. 멈추면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다고!!


나의 내면을 마주하고 이 악물고 달리면, 어느 순간 100m를 멀찌감치 뛰고 있다.


정적이고, 내면을 바라보는 요가와는 결이 매우 다르면서 비슷한 러닝. 러닝을 하는 시간만큼은 나의 내면..

아니, 뇌에는 '멈출까', '그냥 더 뛸까' 이 두 가지 생각뿐이다. 이 두 가지의 고민으로 가득한 러닝이 단순한 나를 만들어 준다. 러닝이 일상으로 이어져 더욱 단단해지고 집중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만든다. 요가는 하는 시간만큼 나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러닝은 끝난 후 견고한 내면으로 완성되어 있는 내가 있다.



5m만 참고 더 뛴 그 순간이 매일 쌓이고 나면, 어느 순간 러닝이 늘어 있었다. 첫 러닝 때는 콧물이 줄줄 새고 헉헉대며 무거운 뉴발란스 운동화를 짊어지고 뛰었다. 지금은 6km는 가뿐히 기분 좋게 달리고 있다. (러닝화도 구매했다. 러닝에는 무조건 러닝화를 신어야 한다!!)


어떤 운동보다 정직한 운동. 어쩌면 복잡한 삶에서 생각을 멈추는 불가능한 시간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러닝이 있기에 내 일상은 더욱 정직해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