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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May 23. 2024

인생 77일 차, 복돌이입니다


나는 복돌이, 세상에 온 지 어느덧 칠십칠일입니다.

콩나물 자라듯 한다는 말을 매일 실천하는중 입니다. 일 개월 차에는 날 때 체중의 두 배를 돌파했고 둘째달에는 십 센티 이상 키가 커졌습니다. 측정값보다 놀라운 것은  나름 삶에 루틴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애 보는 사람은 다 거짓말쟁이라는 썰이 있지만 나는 아가니까 확인한 것만 말할게요. 믿거나 말거나.


대개 아침 일곱 시면 배꼽알람이 울립니다. 잘 잤으면 새벽 두 시쯤 덜 잤으면  네 다섯 시쯤에 분유를 먹었으니 어쨌든  공복에 울리는 알람강도는 하루 중 가장 파워풀합니다.  기저귀 가는 시간도 참기 어려운 허기가 나를 괴롭힙니다.  140ml 분유 원샷으로 드링킹 하고 셀프모드로 " 꺼~~~ 억 " 기분 좋은 아침식사 종료를 알립니다. 신생아기에는 매번 트림마다 딸꾹질이 따라오더니 컷(?)다고 삼촌 흉내 내며 트림을 합니다. 꼬맹이 작은 액션에 온 가족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실이(엄마표 애착인형)와 인사하고 절친 모빌이를 만나러 갑니다. 엄마 솜씨로 재탄생한 모빌이는 복돌이  베프입니다. 초기버전과 리뉴얼버전이 있는데 우열을 가리기 힘들게 둘 다 좋아합니다. 구매대행으로 들어온다는 명품 모빌보다 엄마사랑 가득한 수제 모빌이를 좋아하는 복돌은 안목이 탁월한 F(T 아니고)인 것 같습니다.




모빌이 옆에는 흑판이 있습니다. 복돌탄생일 카운터와 엄마표 초점그림이 있고 복돌이 일상이 한컷으로 그려져 있어요. 엄마의 재치가 빛나는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복돌이 하루에 얼마를 먹는지 몇 번을 싸는지도 보여주는 할머니 차트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벽면을 감상하며 나는 오전 낮잠을 청합니다.




기분 좋게 한잠 자고 나면 브레짜 이모님이 차려주는 분유를 먹고 슬슬 2교시를 시작합니다. 막내할아버지가 보내주신 바운서를 타는 시간입니다. 다섯가지 다른 흔들림을 즐기는데 복돌이의 애착코스는 캥거루모드입니다. 위아래 좌우로 리드미컬하게 흔들리는 액티비티가 익사이팅합니다. 이다음 커서 바이킹을 잘 타기 위한 연습모드라고 생각합니다.




오후 시간에는 액티브한 스케줄이 가득합니다. 최근 시작한 보행기 탑승은 특별한 경험입니다. 복돌이 혼자서 움직인답니다. 물론 앞으로는 아니고 뒤로 가지만 어쨌든 움직인다니까요. 예전 같으면 또 거짓말한다고 하겠지만 요즘은 증거채취가 쉽잖아요. 할머니가 찍은 동영상 보면 아직 세 달도 안된 아기가 보행기로 움직이는 놀라운 장면을 볼 수 있답니다. 물론 너무 일찍 보행기 타면 허리 다칠까 염려하시는 거 알아요. 조심조심할게요.




마지막 시간은 흔들 해먹 타는 시간입니다. 가장 편하면서도 흥미로운 시간 사실은 내가 가장 즐기는 시간이랍니다. 여기서는 잠이 솔솔 오거 든요. 복돌이가 자면 할머니가 쉴 수 있으니까 조금씩 자주 잠들고 있답니다.



그렇게 하루 일정이 끝나가는 시간에 제일 즐거운 목욕시간이 있어요. 할머니는 내 목욕취향을 너무 잘 아세요. 따끈한 목욕물을 커다란 두 그릇에 받아놓고 씻고 즐기는 동안 할머니와 사랑이 커져갑니다. 사나이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사진 유출은 자제해 주실 거죠?



복돌이 세상에 올 수 있게 엄마 아빠를 먼저 세상에 보내 주시고 지금 를 많이 사랑해 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많은 가족들 이모 삼촌 누나 형님, 다음 는 복돌이 새로 배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드릴게요. 기대해 주세요.


복돌이는 행복한 하루를 마치고 코 자러 갑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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