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기, 튼튼해지기, 사랑하기

두 번째 프로젝트-2

by yung


2024년 여름은 그 어느 여름보다 무덥고, 바빴다.

밤낮으로 베란다에 심어둔 케일, 상추, 오이를 살피고, 시들지 않고 잘 자라기를 간절히 바랐다.


비 오는 날엔 햇빛을 못 받아서 성장이 더뎌지진 않을까, 병충해를 입진 않을까 노심초사했고, 해가 쨍쨍한 날엔 잎이 볕에 타들어갈까 걱정했다.


출근하면 집에 자식을 두고 온 마냥 퇴근이 무척 기다려졌다. 매일이 설렜고 다음 날 아침이 기다려졌다. 출근하기 싫어서 늦은 새벽에 잠드는 게 일상이었던 나에겐 큰 변화였다.


우리집 베란다 텃밭_6.29


상추는 케일처럼 잘 자라지 못했다. 보통 상추는 모종을 심어서 재배하는데, 나는 씨앗부터 심어서 키우다 보니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키우기에는 어려웠다. 깊은 뿌리를 내리기 전에 옮겨 심은 것도 성장을 방해하는 큰 이유였던 듯하다.


반면에 기대하지 않았던 오이는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싹이었던 두 이파리 사이에 깻잎 같이 보송한 털을 가진 잎이 자라기 시작할 때는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아침저녁으로 사진을 찍고, 주변 사람들에게 오이 근황을 보여주며 ‘내가 씨앗부터 심어서 지금 이만큼 자랐다!’고 자랑했다. 아마도 아기, 강아지, 고양이가 아닌 오이를 자랑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을까..? 특별하고도 특이한 사랑 이야기다.


우리집 베란다 텃밭_7.2



첫 분갈이 때만 해도 잘 뿌리내릴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는 오이를 보면서 생명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었다.


덩굴을 만들어가는 오이_7.10



이제는 조금씩 오이향도 나기 시작했다. 오이향을 좋아하는 나로선 신기하고 짜릿했다! 베란다에서 씨앗부터 키우기 시작한 오이가 향을 내고 있다니..!


빠른 성장세에 한 화분 안에서 키우기에는 어렵겠다 판단했고, 두 번째 분갈이를 했다. 허리와 목을 숙이고 해야 해서 꽤나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 큰맘 먹고 했는데, 이것도 하다 보니 실력이 느는지 처음보단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오이 두번째 분갈이_7.15



두 번째 분갈이를 하면서 널찍이 심게 되니, 베란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게 되어서, 튼튼한 아이들 3개를 골라 동료들에게 나눔 했다. 정성 들여 키운 소중한 오이를 선물하면서, 살면서 가장 큰 “나눔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 품을 떠난 튼튼한 오이 삼형제








본격적인 여름이 오고 있었다.

후끈한 여름의 온도와, 차갑게 식어있던 마음의 온도가 비슷해지던 이 여름이 아주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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