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프로젝트-ending
활기찬 여름을 선사해 준 오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는 마무리할 시간이다. 무기력했던 삶이 회복되는 시간 한복판에는 오이가 있었고, 오이를 키우며 미소 짓는 하루하루가 있었다. 그래서 2024년의 마지막 연재 글로 오이를 키우던 나의 시간과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다.
오이는 6월 무렵 새싹이 나왔는데, 8월이 되니 꽃을 피웠다. 꽃은 찰나의 순간 피어났다. 오이 줄기 곳곳에서 암꽃과 수꽃이 빼꼼 나오더니, 노오란 꽃을 활짝 피워냈다.
무더운 여름, 노랗게 피어오른 오이꽃이 얼마나 예쁘던지! 척박한 베란다에서 자라나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활짝 피워낸 꽃은 점점 고개를 숙이고 오그라들면서 열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오이는 이렇게 자라나는구나!’
직접 키우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오이의 성장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감동 그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
열매는 정말 빠르게 자라났다. 비료도 자주 주고, 물은 매일 아침 주었다. 물이 부족하면 맛이 쓸 수 있다고 해서 잎이 자라날 때보다 더 신경 써서 살펴보았고, 열매가 잘 자랄 수 있게 불필요한 것들은 손질해 주었다.
꽃이 피고 열매가 자라면서는 매일매일 성장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언젠간 글로 오이의 성장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룰 수 있게 되어 한없이 기쁘다!
수확을 앞둔 통통해진 오이, 나의 첫 오이는 장마를 잘 견뎌내고 일주일 만에 쑥 자라났고, 9월 초 2개의 오이를 수확할 수 있었다.
정말 딱 일주일 만에, 수확할 만큼 쑤욱 자랐다. 아름다웠던 꽃을 꼬리에 달고 자라난 오이는 내가 처음으로 씨앗부터 키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식물이었다. 초보 식집사가 도전하기엔 어쩌면 무모해 보였지만, 오이의 강한 생명력과 나의 애정과 열심이 열매까지 맺을 수 있게 했다.
오이는 수확하면 다른 곳에서 또 금세 자라났다.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게 인내심 있게 기다리던 오이. 그렇게 5~6개의 오이를 재배했다. 수확률은 꽤나 좋았다! 수확한 오이는 생으로도 먹고, 비빔밥, 비빔면과 함께 먹기도 했다.
냉장고에 잠시 넣어두었다가 시원해졌을 때 서걱서걱 썰면, 그 신선한 향에 취해버렸고,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달고, 상큼한 맛을 볼 수 있었다.
오이를 모두 정리한 뒤에, 마트에서 오이를 사 먹었는데 신선한 맛과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그 뒤로는 사 먹은 적이 없다. 좋은 것에 길들여진 입맛을 앞으로 어떻게 만족시킬지 정말 큰일이다!!
여름을 지나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전, 나는 직접 키운 오이를 맛볼 수 있었다. 3달 동안 성장, 재배, 수확의 기쁨을 누렸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퇴근하면 밥 차려 먹을 힘이 없어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혈당 스파이크를 이기지 못해 잠에 들던 내가, 오이를 직접 키워 밥을 차려 먹게 될 줄을
이 세상에는 도전해보지 않으면 경험하지 못할 무수히 많은 즐거움이 있다. 냉기가 돌던 내 작은 터에 오이를 심고, 나만의 행복을 찾게 되었던 2024년의 여름을 이렇게나마 소소한 기록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의 삶에는 이러한 행복한 시간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 건강한 기쁨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미루지 않을 것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싶다.
찰나의 순간을 조금이나마 더 특별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