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샤오위에(度小月) 저녁식사, 타이난 야경.Day 5(3)
'배안 고프다며?'
하루 종일 노느라고 배 안 고프다, 밥 안 먹어도 된다고 하더니 텐드럼에서 나오는 순간 너무너무 배고프다고 한다. 이런 선택적인 허기짐...
“기다려봐, 오늘 맛있는 식당 갈 거야.”방학이 길어서. 아이와 대만 여행 15. 타이난
두샤오위에(度小月).
두샤오위에는 타이베이에도 분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타이난의 대표 식당이다. 타이난 내에도 몇 군데의 분점이 있는데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은 타이난 역 근처의 ‘원조’ 집이었다.
기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말한다.
“두샤오위에 ‘원조’ 집으로 가주세요.”
보일 듯 말 듯한 끄덕거림. 대답도 안 하고 출발한다. 이해했다는 거겠지? 대만 사람들은 친절한데 타이난 택시 기사들은 왜 이렇게 불친절한 거야. 어? 가게가 눈앞에 보이는데 휙! 지나간다.
“어? 저기! 저기요! 원조라고 했잖아요!”
그랬더니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손가락을 들어 돌아서 내려주겠다는 표시를 한다. 아. 진짜! 타이난 택시 마음에 안 들어!
마음이 상해서 내렸는데. 응? 여기 뭐야? 뭐가 이렇게 예쁘지?
어스름한 저녁에 조명이 켜진 타이난 풍경은 낮과는 사뭇 다르다.
내리자마자 내 시선을 끌었던 고풍스러운 하얀 건물은 문학박물관이라고 한다. 시간이 늦어서 박물관은 이미 문을 닫았지만 그 주변을 잠깐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다시 뽀송뽀송 해져옴을 느낄 수 있었다.
한자가 마치 예술 작품처럼 문학 박물관 앞에 전시되어 있다.
“나는 이곳에서 피동적인 글자가 된다. (我在這裡成為一個被動的字)“.
캬아~ 문학관 앞에 잊고 있던 문학의 향기가 느껴진다.
식당을 가려고 길을 건너면 또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고 있는 소방서가 있다. 아니 소방서까지 이렇게 예쁠 일이야? 타이난 야경에 푹 빠진 엄마 때문에 아사 직전인 아들과 함께 드디어 두샤오위에 ‘원조’점에 입성한다.
입구에는 옛날 부엌의 모습을 재현해 놓고 옛 사진을 진열해 두어 박물관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데 그 옛날 부엌에서 지금, 현재의 직원이 실제로 국수를 삶고 있고, 현실의 손님에게 가져다준다!
두샤오위에의 대표 메뉴는 단짜이면(擔仔麵)이다. 어부들이 일이 없을 때면 어깨에 양쪽으로 나무통을 메고 다니면서 팔았는데 그 나무통을 ‘단짜이’라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 단짜이면, 대만식 볶음밥, 새우튀김, 그리고 안핑 굴튀김을 시킨다. 안핑은 굴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안핑에서는 못 먹었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우니 비슷한 굴이겠지.
일반 대만 음식점이 그러하듯 양이 많지 않다. 배가 고팠던 국수 마니아 아들은 후루룩 한 그릇을 비우고. “엄마 하나 더 먹어도 돼요?”
그럼, 그럼, 물론이지! 단짜이 쌀국수를 시켜 줬다. 약간 욕심을 내서 새우튀김, 굴튀김을 시켰더니 이건 느끼해서 다 못 먹겠더라. 굴튀김이 생각보다 많았다. 지금까지 여행에서 최고로 비싼 저녁을 먹었지만 2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 너무너무 만족스럽다.
타이난은 밤의 도시였구나. 예스러운 느낌의 건물들의 조명과 홍등과 어우러져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뽐낸다. 선선한 밤공기도 너무나 좋다. 여기서 숙소까지 약 15분 거리다. 이 느낌에 좀 더 머물고 싶어서 과일을 먹으려면 걸어가야 한다고 아들을 꼬셨다. 다행히도 쉽게 넘어가주는 아들.
“이번 숙소는 어떨까?”
“좋은 곳일까? 궁금하다.”
설렁설렁 걸어서 숙소로 간다. 숙소 열쇠는 아침에 미리 받았고, 저녁 6시가 넘으면 방에 짐을 올려주겠다고 했는데 진작에 넘었지. 이번 숙소는 6시가 넘으면 상주하는 사람이 없고, 카페도 문을 닫는 워라벨이 충만한 곳이다. 그래서 이후에는 메신저로 연락해야 한다.
1층에는 커피숍과 방이 두 개 있고, 수건, 모포, 히터 등 각종 물품을 보관하는 공간이 있다. 부족한 것은 여기서 마음대로 가져가면 된다. 슬리퍼로 갈아 신고 2층으로 올라가서 냉장고, 식탁, 책과 소파가 있는 공용 공간을 지나면 우리 방이다.
“따라라라라~”(설레는 문 여는 순간에 자동 발사되는 옛날 사람의 음향효과)
천장이 높은 널찍한 방에 베란다도 있다. 뷰가 남의 건물 정원이긴 하지만, 어쨌든 정원 뷰다. TV아래에는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까지!
거기에 침대 위에는 살포시 카드 봉투가 놓여있는 아날로그 갬성. 내 맘에 쏙 든다! 설레며 봉투를 열어보면 엽서 두 장이 들어있을 뿐이지만 그래도 “이 방에 온 걸 환영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이제 씻고 쉬기만 하면 되는 기분 좋은 이 순간. 방심은 금물이다.
캐리어를 열려고 하는데, 뭔가 툭! 떨어진다. 이게 뭐지? 헐. 캐리어 바퀴에서 고무가 떨어졌다. 오랜만에 여행이라 고무 부분이 삭은 건지 아니면 짐이 너무 무거웠던 건지.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여행 후반이면 버티겠는데 이제 겨우 오일 차. 이 짐을 들고 산과 온천, 외곽지역 여행도 가능할까? 시우와 울면서 캐리어를 끌고 가며 괴로워하는 상상을 잠깐 하다가… 아. 몰라. 꿈과 희망에 나라에 다녀왔고 배도 부르니 오늘일은 내일로 미루는 게 국룰. 어떻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