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구 런탕 문화창의단지(十鼓仁糖文创园区, 텐드럼) Day 5(2)
과자 집 모양의 매표소. 너무 귀엽잖아!
아! 여기가 설탕 공장이었다고 했지.
꿈과 희망의 나라에 온 기분이라 두근두근 설렌다.
티켓은 한국에서 kkday에서 만 팔천 원 정도에 구입했고, 어린이 표는 현장에서 410위엔에 구입했다. 티켓을 사면 드럼 공연 관람, 액티비티 시설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신난다!
그. 런. 데.
놀이공원에 점심 쉬는 시간이 있을 줄이야.
도착한 시간이 11시 40분경. 12시 30분부터 1시 10분까지는 쉬는 시간이라 쉬는 시간 15분 전까지만 입장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인의 뇌구조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쉬는 시간 전까지 달려보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예쁜 정원을 지나쳐서 입구 쪽의 미끄럼틀로 뛰어간다.
그냥 미끄럼틀이 아니라 한 4층 정도 높이의 미끄럼틀이다. 1층 라커에 짐을 욱여넣고 줄을 선다. 사람들을 따라 헬멧, 장갑 등의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커다란 자루가 달려있는 조끼를 입었다. 그러고 나서 자루 부분을 손에 들고 미끄럼틀을 향해 걸어 올라가는데 또 올라가면서 그제야 떠오른 생각.
‘아... 나 고소공포증 있는데.’
아들은 아래가 훤히 보이는 삐걱거리는 철제 계단을 겁도 없이 뛰어올라가더니, 순식간에 자루에 발을 넣고 쏙 미끄러져 내려간다. 어? 어느새 자루에 발을 끼우고 미끄럼틀 입구에 누워있는 나를 발견한다.
“꺄~악!”
아들은 신나서 엄마 없이 혼자라도 타겠다고 다시 한번 그 계단을 씩씩하게 올라간다. 혼자 있는 거 싫다고 그렇게 남자 화장실 앞에 나를 세워놓더니만… 미끄럼틀을 두 번 연속해서 타니 쉬는 시간이 되고, 그제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이전의 설탕 공장 시설을 그대로 놔둔 곳도 있고, 약간의 조명을 더하여 레트로 풍으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고, 아예 새롭게 해리포터에 나오는 도서관처럼 책이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공간으로 꾸며 놓은 곳도 있다. 사진 찍기 좋은 인스타 갬성 공간이다.
엄마의 영원한 고민. 밥은 어떻게 먹을 것인가? 식당이 있기는 하지만 놀이공원 내에 있는 식당 느낌이 물씬 풍긴다. 가격대비 내용은 부실한. 샌드위치 같은 것을 사 와서 야외 풀밭에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여기 현장에 와서야 들었다.
여기는 사탕수수(甘蔗)가 유명한 지역이라고 한다. 아하! 그래서 설탕공장이 있었구나.
어제는 소금, 오늘은 설탕이다. 어제는 소금물에 삶은 메추리알, 소금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오늘은 사탕수수에 삶은 달걀, 사탕수수 주스를 먹는다. 매점 아줌마가 강력 추천해 주신 이 곳의 시그니쳐, 사탕수수 주스는 달달한 설탕물 같아서 맛있기는 한데 단 음료에 취약한 나는 거의 3일에 걸쳐서 먹었던 것 같다.
“저거 탈래!”
쉬는 시간이 끝나니 아들이 다시 바빠진다.
두세 명이 함께 타는 그네 쪽으로 뛰어간다. 우리 차례가 되자 직원아저씨가 대뜸 체중계에 올라가라고 한다. 시우가 몸무게를 재고... 응? 나도 재라고?! 왜요! 우선 하라니 조심스럽게 체중계에 올라간다. 난데없이 대만 놀이공원에서 몸무게 커밍아웃을 한다.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아이와 두 명이 탈 때 아이 몸무게의 두 배가 넘으면 탈 수 없다고 한다(나중에 보니, 입구에 안내가 있었다. 또 안 보고 직진했었지).
한껏 기대에 차 있던 아들은 “엄마, 왜? 못 탄데? 뭐래?” 정신없이 묻고, 스텝은 고개를 젓는다. 무거워서 미안해, 아들. 흑. 우리 뒤를 보니 엄마, 아빠, 딸, 이렇게 세 가족이 있다.
“혹시 우리 아이랑 같이 탈 수 있을까요? 타려면 몸무게가 비슷해야 한다고 하네요.
친구야, 네가 함께 안 타주면 저 친구는 못 탈 것 같은데 도와줄 수 있을까?”
아이는 별로 내키지 않아 보였는데 엄마, 아빠와 뭔가 이야기를 하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아이고, 고마워라. 그렇게 나는 출구로 퇴장(당)했다. 뭔가 굴욕적인 느낌. 누나랑 즐겁운 시간을 보내고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총총총 달려온다.
“엄마 너무 재밌었어! 근데 나 이제 엄마 몸무게 알았어”
“시끄러워, 이 놈아!”
움직일 때마다 삐그덕거리는 철제 계단, 철제 바닥.
설탕 공장의 옥상으로 올라가면 벤치형 그네가 있다. 발을 구르면… 허공으로 날아간다. 우선 나는 그네가 있는 곳까지 가는 한 발짝을 떼기조차 쉽지 않았다.
직원 한 명이 일일이 안전장치를 채워주고 그네를 살짝 밀어준다. 그리고 1분쯤 지나 벨이 울리면 내려준다. 바쁜 그에게 기다리면서 슬쩍 말한다.
“우리는 안 밀어주셔도 돼요.”
“네, 안 밀게요, 직접 발로 밀면 앞으로 나가요.”
“... 여기서 일하면 안 무서워요?”
오지랖 넓은 한국 아줌마. 이런 높은 곳에서 일하는 청년의 멘탈이 걱정된다. 괜찮다고 하며 수줍게 웃는다.
드디어 우리 차례. 대만청년은 약속대로 밀지 않는데, 한국 꼬맹이가 능글능글 웃으며 발로 살살 민다.
“밀지 마!”
“안 밀었어요.”
“거짓말!”
공중에 앉아 있으려니 무서움이 좀 가시고 시야가 탁 트이고 시원하다는 생각도 든다. 위에서 보니 지붕의 연통도 사탕 모양이네, 귀여워라. 저 멀리 치메이 미술관의 하얀 건물도 보인다. 위에서 내려보는 세계. 현실감 없는 1분이 흘러간다.
다음은 짚라인과 번지 점프. 종이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쓰라고 한다. 왜지? 무섭게 왜 이런 걸 시키는 거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성격 급한 한국 사람이 보기에는 진행이 매우 느리다. 관리자는 두 명. 안전장비를 일일이 나눠주고 착용도 도와준다. 사용이 완료된 안전장비는 아래쪽에서 수동(수동이라니!) 도르래로 올려준다.
한참을 기다려서 짚라인을 타고 반대편으로 도착했더니 번지 점프를 할 거냐고 물어본다. 번지 점프를 하려면 착용한 장비 그대로 다시 아까의 대기 장소로 올라가고 아니면 아래에 옷을 반납하면 된다(사실 그제야 운영 시스템이 이해가 되었다!). 나는 여기까지만... 시우는 번지점프까지 도전한다.
다시 올라가서 차례를 기다린다. 아이가 점프하는 장소로 들어가면 아저씨가 ‘철컥’ 쇠문을 닫는다. 그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오금이 저리는데, 아들은 숨을 들이쉬더니 “할 수 있다!” 하고 훌쩍 뛰어내린다. 맙소사!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후다닥 아들이 떨어진 장소로 뛰어간다. 장비를 풀고 밑에서 기다리던 아들이 나를 보자마자 흥분해서 말한다.
“엄마, 근데 생각보다 안 무서웠어. 천천히 내려가더라고, 엄마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진짜 번지점프처럼 훅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약간씩 잡아주면서 서서히 떨어졌다고 한다. 그랬구나...
이제 좀 쉬려고 하는데, 아까 사탕수수 주스 아줌마가 드럼 공연 시작했다고 빨리 가보라고 한다. 하루에 한 번 진행되는 드럼 공연이다. 텐드럼에 왔는데 드럼 공연 봐야지! 공연 보면서 쉬자. 헥헥.
한 40분 정도 큰 북, 작은북, 다양한 북이, 다양한 리듬 악기와 함께 연주되는 역동적인 공연이다. 제목이 중국어, 영어 자막으로 나오고, 대사가 없어서 외국인들도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다. 사실 나는 특별한 감흥은 없었는데 아이가 내 손을 자기 가슴에 가져다 대면서 “엄마 여기 만져봐. 심장이 쿵쿵 북이랑 같이 울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이제 좀 가자!"
고양이가 예쁘게 랩핑이 되어있는 가게에는 기념품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여러 가지 장난감, 퍼즐 게임 등을 팔고 있다. 다양한 샘플을 많이 전시해 두고 친절하게 활용 방법까지 적어둬서 아이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하나하나 해보기 시작한다. 가게 앞에서 예정에 없던 쉬는 시간을 즐기던 나도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아이를 찾으러 다시 들어간다.
아이는 쇠로 되어 있는 링에 빨간 끈을 걸어놓고 옮기는 게임에 푹 빠져 있다. 저게 뭐가 재미있지. 퀴즈나 게임에 취약한 문과 엄마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저 저 물건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쓰레기가 될지, 아니면 아이의 대기시간을 채워 주는 아이템이 될지 수 있지 않을지 가늠하느라 머리를 열심히 굴려본다. 모르겠다. 그냥 네가 정해라. 대만에서 마음대로 쓰라고 했던 용돈 400위엔에서 사라고 했다. 극강 미니멀리스트 아들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사겠다는 큰 결심을 한다. 이후 내내 손에 들고 다니며 뿌듯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100위엔의 행복이다.
어린 꼬꼬마들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로는 실내 어린이용 집라인과 마법 기차가 있다. 어린이 짚라인은 보호자도 같이 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속도가 많이 안 나서 우리 둘 다 별로 재미는 없었지만 아가들이라면 좋아할 것 같다. 제복을 멋지게 차려입으신 차장님이 운전하는 연기를 뿜는 마법 기차도 신기하다. 신나서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탔더니 연기가 우리 쪽으로 직통으로 온다. 이런... 다른 자리 추천. 기대했던 것에 비해 좀 짧은 편이다.
실내 암벽등반 체험도 있다. 줄을 매달고 돌을 밟고 올라가다가 못하겠으면 몸을 뒤쪽으로 눕히면 된다. 그러면 자동으로 천천히 내려간다. 나는 높이 올라갔다고 생각하고 힘들어서 내려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조금 올라가서 깜짝 놀랐다. 독한 아들은 끝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이렇게 체력차이를 실감한다. 아이가 올라가고 있으니 사람들이 모이더니 나중에는 박수까지 쳐주었다. 참으로 훈훈한 놀이공원이다.
미끄럼틀에 진심인 아이는 입장할 때 탔던 미끄럼틀을 다시 탔고, 그러고 나니 어느덧 오후 쉬는 시간이 되어 VR체험은 할 수 없었다(오후 쉬는 시간까지 이곳에 있을 줄이야!).
오후 쉬는 시간이 되어 가자고 하자, 그제야 정원의 분수와 연못에 관심을 보이는 아들이다.
이제는 나한테도 사진 찍어 준다고 포즈를 잡아보라고 한다. 지체가 많이 되니 귀찮긴 하지만 또 나를 찍어줄 생각을 할 정도로 컸다는게 신기하다. 덕분에 아이 사진만 있던 범에 내 사진이 간간히 등장하게 되었다. 눈을 클로즈업한다거나, 이상한 구도로 찍거나, 나를 찍어 주는 척하고 자기를 찍거나 해서 건질 만한 것은 거의 없지만 본인은 찍으면서 매우 즐거워한다.
치메이 박물관 주차장을 다시 지나쳐 기차역으로 돌아간다. 어느새 저 멀리 해가 저물고 있다.
“우리 저기(치메이 박물관) 결국은 못 갔네.”
아쉬워하는 엄마에게 더욱 어른스럽게 대꾸하는 아들이다.
“괜찮아, 엄마. 아침에도 봤고, 그네 타면서도 봤고, 지금도 봤잖아.”
"...그러네."
맞다, 맞다. 거기 안 갔어도 우리는 즐거웠잖아. 그거면 됐지. 뭐.
텐드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