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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국어인쌤 Aug 12. 2023

꿈과 희망의 나라에 가려면 체력안배가 필수.

스구 런탕 문화창의단지(十鼓仁糖文创园区, 텐드럼), Day 5(1)

 어제 꽤나 힘들었는지 9시가 되어도 일어나지 못하는 구 아침형 인간 아드님. 그리고 이후에도 먼저 일어나 깨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타이난 4일을 계획하며 숙소는 관광지 쪽 2일, 로컬 쪽 2일로 예약을 해두었다. 


 오늘은 관광지 쪽 숙소로 이동해야 해서 아침에 다시 주섬주섬 짐을 싼다. 귀찮기도 하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여기서 약 15분 정도 거리니 걸어가기로 하자. 


 대만의 인도는 대부분 우리나라 필로티처럼 천정이 있는 아케이드형 구조로 되어 있다. 비가 많이 내리고 더운 날씨의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비 오거나 햇빛이 쨍쨍한 날 다니기는 편하지만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턱이 곳곳에 있고 중간에 오토바이가 주차된 곳도 많기 때문에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는 불편하다. 에잇! 결국 캐리어를 끌며 차도를 걷는다.


 “엄마! 위험해, 거기로 가면 안 돼!”

 바른 어린이가 옆에서 위험하다고 방방 뛴다. 

 가는 길에 예쁘다고 소문난 거리인 션농지에도 지나간다. 지금은 힘들어서. 나중에 다시 오마. 


 홈페이지의 푸른 정원과 아담한 이층 건물 사진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이쇼니 비앤비(Café IsShoNi).

 

 1층의 카페 겸 숙소 인포메이션으로 들어가니 노란 머리의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 준다. 체크인 수속이 끝나자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 주변에는 뭐가 있고, 어디가 버스역이 가깝고 등등의 정보를 알려준다. 이틀을 타이난에서 혼자 고군분투했던 엄마는 마구 도와주는 사람이 등장하자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숙소 분위기며 직원이며 이 숙소가 마음에 쏘~옥 들었다.

 

 아침은 밖에서 먹으려 했는데 마음에 든 김에 1층 카페에서 조식을 먹기로 한다. 투숙객은 20% 할인까지 해준다니 더더욱 놓칠 수 없지. 갓 구운 맛있는 따뜻한 빵과 샐러드가 8000원 정도. 한 없이 만족스럽다.

 오늘 일정은 간단하다. 타이난 근교의 스구 런탕 문화창의단지(영어명 Tendrum, 이하 텐드럼)에 가서 놀다가 시내로 와서 간단하게 둘러보고 두샤오위에 식당에서 저녁 먹기. 


 대만에는 과거에 사용하던 공간을 새롭게 리노베이션 해서 감성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많은데 텐드럼도 과거 설탕 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하여 만든 곳이다. 일제시대에 세워진 옛 창고들과 설탕 공장의 역사를 전시하는 공간이 있고 이에 더하여 사진 찍기 좋은 감각적인 공간과 다양한 액티비티 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또한 드럼 공연을 테마로 한 타악 예술 공간도 있다.(그래서 이름에 드럼이 들어간다)


 설탕공장, 액티비티, 드럼. 

 뭔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을 모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뭐 상관없지. 우리는 액티비티를 즐기러 가는 것인데.

 

 여기는 더 짠내투어에서 타이난 관광 중에 등장했던 장소로 소리를 지르면서 집라인, 4층 높이 미끄럼틀, 16m 높이 공중그네 등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멤버들의 모습에 타이난에 가게 되면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해 두었던 곳이다. 독한 놀이기구만 타는 아들이 좋아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나도 같이 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지. 

 텐드럼에 가려면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타이난 역까지 택시로 이동한다. 여행 중에 웬만하면 택시를 타지 말자는 주의지만 오늘은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 놀이동산 가면 아이들은 쌩쌩한데 어른은 힘들지 않은가. 아들은 벌써부터 깡충깡충 신났다! 오늘은 몸을 좀 사려야지. 혼자 굳은 결심을 한다.

 

 기차를 타고 가니 멀 것 같지만, 타이난 역에서 한 정거장. 바오안(保安) 역까지 7분 정도만 가면 된다. 

 내려서 무심히 철로 건너편을 보았는데 "우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기와집 모양의 작고 예쁜 역.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한 저 역사에 누가 저렇게 어울리는 빨간 꽃을 심어놓았을까.

 기차역 앞에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살살 걸어가 보기로 한다. 저 멀리 유명 관광지인 ‘치메이 미술 박물관’의 유럽풍 하얀 건물도 보이고, 도로의 주차장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치메이 박물관 앞에 공원도 예쁘다고 하던데. 우리도 텐드럼 갔다가 살짝 들러볼까?” 

 “좋아! 주차장이 진짜 크다!” 

 

 치메이 박물관 주차장을 지나 별 특색 없는 도로를 걸어간다. 

 이렇게 심심하게 걸어갈 때 우리가 종종 하는 놀이는 보이는 것 아무거나 말하기. 

  “와! 대만 전봇대” “와! 대만 주차장” “와! 대만 개울!” “와! 대만 쓰레기” “와! 대만 하수구!” 

 쓰레기, 하수구, 오물 이런 것들이 나오면 더 즐거워하지.


 또 다른 놀이는 신경 써주는 척하면서 밀치기. 

 “엄마! 조심해, 오토바이!” 

 오토바이가 저 멀리 백 미터는 뒤에 있나 보다. 생색내며 말한다.

 “나 아니었으면 엄마 오토바이에 치일 뻔했어. ” 

 “고마워! 시우야, 조심해! 바닥에 돌이 있어” 

 가벼운 아이는 툭 치면 멀리까지 간다. 미는 손맛이 있다. 세게 밀면 밀수록 좋아한다. 둘 다 초딩 저학년 남아 한정. 

 주의. 격해지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땡땡땡!’ 

 차단봉이 내려오고 빨간 불이 켜지고, 종이 치더니 코 앞에서 기차가 지나간다. 

 좀 더 어렸으면 지나가는 기차에 손을 흔드는 귀여운 장면을 연출했을 텐데, 열 살 먹은 아들은 기차에 돌을 던지다가 엄마한테 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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