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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국어인쌤 Oct 03. 2023

마지막 날 틈새 투어. 선택은?

궈푸지니엔관(國父紀念館국부기념관), Day 16(1)

 추워서 수영을 할 수 없으니. 그럼 뭘 하면 좋을까? 

 시간 있을 때 틈틈이 보면 되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 타이베이 시내 구경을 많이 하지 못했고, 마지막 날 도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급 귀가.


 숙소에서 가까운 중정 기념관을 갈까 하다, 의미를 부여해 대만의 국부 쑨원(孫文손문)을 기념하는 궈푸지니엔관(國父紀念館 국부기념관)에 가기로 정했다. 아침 7시부터 잠이 깬 어르신. 씻고 짐 정리 대충 해 놓고 대만에서 마지막으로 아들을 깨운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괜히 사람을 굉장히 감상적으로 만든다.


 둘 다 잘 자서 다행히 컨디션 괜찮고 날씨도 좋다. 17일 여행 내내 흐리고 바람이 분 적은 있어도 비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날씨 요정이 우리와 함께 했나 보다. 이 또한 매우 감사한 일.

  

 국부기념관 지하철 역에서 내리니 구조가 익숙하다. 아! 둘째 날 빛축제를 보러 왔던 곳이잖아. 여기에 온통 빛 축제 포스터가 랩핑 되어 있었고 한껏 들뜬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이제는 평범한 지하철 역이다. 

 “시우야 우리 여기 왔었잖아.” 

 “언제?” 

 “여기 빛 축제 보러 왔었지. 여기가 너 밤에 화장실 급하다고 뛰어왔던 화장실이잖아.” 

 “그런가?”

 그렇겠지. 한참 전 일이라. 


 가는 길에 있는 중학교에서는 무슨 훈련을 하는지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앉아있다. 교장선생님이 앞에서 말을 하는데 학생들은 다 딴짓을 하고 있는 게 너무 웃기다. 한국이나 대만이나 다 교장선생님 말씀은 흘려듣기 로구나.  



 국부 기념관. 대만 달러, 100위엔에 새겨진 인물이 바로 국부 쑨원이다. 쑨원은 부패한 중국 청나라 황실에 반대하며 1912년 중화민국을 수립한다. 초대 임시 총통으로 선출되었고, 중국 통일을 꿈꿨지만 실현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사이가 좋지 않은 대만과 중국에서 모두에서 국부로 추앙받고 있다. 


 국부기념관은 이러한 쑨원의 업적을 기리는 곳이며, 메인홀 입구에서는 높이 5.8m 무게 16.7톤의 쑨원 좌상이 유명하다. 전반적으로 규모가 압도적이다. 국부 기념관은 전시실, 공원뿐만 아니라 도서관, 공연장 등도 있어서 타이베이 시민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 한다. 특히 밤에는 101 타워가 뷰가 잘 보여 인기가 많다. 그래서 어제 오려고 했었다만. 뒤끝 작렬 엄마.


 국부기념관은 쑨원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더불어 현재 대만에 미치는 영향까지 전시하고 있다. 쑨원이 제창한 삼민주의- 민권, 민생, 민족이 대만의 공원, 초등학교, 거리 이름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매시 정각에 쑨원 좌상 앞에서 진행되는 근위병 교대식이 국부기념관의 또 다른 볼거리다. 군인 두 명이 좌상의 양옆을 지키고 있다가 한 시간이 지나면 다른 군인과 교대한다. 우리는 앞에서 보려고 조금 일찍 갔는데 10시가 되기 전에 근위병 두 명과 이들을 이끄는 군인 한 명이 구둣발 소리를 내며 등장하기 시작한다. 등장부터 보고 싶다면 조금 서두르는 게 좋겠다.  

 “딱! 딱!” 

 와! 어쩜 저렇게 잘 맞을까. 

 두 명의 구두 굽 소리가 탭댄스 출 때 나는 소리처럼 전체 홀을 울린다. 


 저렇게 둘이서 딱 맞게 하려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싶다. 약 8분 정도 진행되는데, 교대식 하느라고 힘들었겠고, 또 한 시간을 버티려면 힘들겠다. '멋있다'라기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드는 건 왜일까.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교대식을 보고 나면 군인들 흉내를 내며 절도 있게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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