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다시 한국으로. Day 16(2)
오늘의 미션. 요요우 카드를 다 써보자!
수문장 교대식을 끝으로 다시 숙소로 향했다. 용산사 역에서 나오면서 보니 내 카드에는 19위엔이 남았고 시우 카드에는 120위엔정도 남았다. 나는 이제 공항 열차를 타러 갈 차비 20위엔 만 있으면 되니 편의점에 가서 정확하게, 독하게 1위엔만 충전한다. 돈이 남으면 환전할 수 있지만 요요우 카드에 돈이 남으면 다시 대만에 와야 쓸 수 있으니. 또 올 수 있으려나?
매일매일 지나가면서 먹어봐야지 했던 50란(50嵐) 버블티를 드디어 마지막 날 영접한다. 노란 바탕에 파란색 동그라미, 하얀 글씨. 다소 촌스러운 단순한 간판으로 쉽게 기억에 남는 50란은 버블 사이즈가 작아서 빨대로도 쉽게 먹을 수 있다. '후루륵후르륵'. 소리도 시끄럽게 먹어야 버블티 먹는 기분이 난다.
버블티 만들기를 해봤다고 셰이커를 흔드는 직원의 동작이 친숙하다. 그런데 기계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셰이커로 흔들어서 만드는 거야? 주문이라도 많은 날은 어찌 감당하나? 체험할 때 팔이 빠지도록 셰이커를 흔들었던 아들이 직원의 노고에 공감한다.
"너무 힘들겠다."
마지막 짐 싸기(일 줄 알았지). 중국어를 하는 스펀지 밥이 나오는 채널을 틀어 놓고 짐을 싼다. 아들에게 남은 과일을 먹이고, 선물로 산 물품들을 캐리어에 겨우겨우 욱여넣고, 12시 딱 넘어서 마지막 체크아웃을 한다.
타오위엔 공항에 가려면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공항 철도로 갈아타고 가야 한다. 공항 지하철 가는 길에 요요우 카드를 쓸 수 있는 기념품 샵과 음식점이 있어서 카드 다 쓰기 미션 성공!
대만 국적기인 중화항공, 에바항공을 이용하고, 타이베이역에 3시간 전에 도착했다면 얼리 체크인을 할 수 있는 E카운터가 있다. 가능하다면 무거운 캐리어를 먼저 보내고 홀가분하게 출발해 보자. 우리도 중화 항공이라 여권 체크를 하고 가방을 올려놨는데… 가방 무게가 초과되었다고 한다.
“두 명이 캐리어 하나인데 안 되나요?”
“기계라서 23kg가 넘으면 수속 자체가 안 돼요.”
융통성 없는 기계 녀석.
짐을 좀 빼서 무게를 줄일까 하다가 그럼 우리가 무겁게 들고 다녀야 한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미리 보내는 게 무슨 의미람. 그냥 공항에서 짐을 부치자.
대인, 소인 구분 없이 150위엔, 공항철도 2인 티켓을 구입한다. 어머, 티켓이 플라스틱 동전이다.
짐을 올리고 내리고, 여권을 챙기고 티켓을 사고하는 정신없는 상황에서 아들은 궁금한 게 많다. “뭐래?” “뭐래? 안 된대?” 아… 마지막날까지 기다리라며 버럭 하고야 만다.
공항 철도는 자리가 널찍하고 캐리어를 놓을 수 있는 짐칸도 있다. 둘이 나란히 앉을자리가 없어서 복도를 사이에 두고 겨우 앉았다. 캐리어를 짐칸에 실어 놓고서야 복도 너머 울망울망하는 아들이 보인다. 에구. 지금 앉을 때가 아니여.
“미안해. 짐 보내는 게 안된다고 하니까 속상해서 짜증 냈어. “
서러움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엉엉엉. 일어나서 토닥여 주는데 시우 옆에 앉아 있던 대만 할머니가 이 진상 모자 안 되겠는지 자리를 바꿔주겠다고 하며 일어나신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아이를 달래며 자리에 앉아서 마음의 진정을 시키다 보니 어느덧 공항. 급행이라서 총 3 정거장, 45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정말 드디어 공항이다. 시우가 열심히 캐리어를 민다.
“엄마! 여기는 에스컬레이터가 (층이 없어서) 정말 편해.”
그래. 그래. 그동안 무거운 캐리어 밀고 다니느라 수고했어.
“23kg를 기억하세요!”
짐을 부치려고 하는데… 두 명이 짐 하나라도 합쳐서 계산을 해줄 수가 없다고 한다. 기계만 융통성이 없는 것이 아니었잖아. 투덜투덜. 뒤쪽으로 가면 별도의 상자에 따로 포장을 할 수 있으니 짐을 두 개로 만들어 다시 탑승 수속을 하라고 했다.
가방을 내려 포장하러 가는 우리 등 뒤로 다시 한번 친절하게 외쳐준다. 네. 네. 23kg.
알려준 곳으로 터덜터덜 걸어간다. 마트 패킹 하는 곳 정도로 생각했는데 전문적으로 택배를 보내는 곳이다. 저~기 구석에 저울이 있으니 무게 맞춰서 가져오면 패킹을 해준다고 한다. 무려 120위엔짜리 상자를 사서 저울 옆 구석으로 간다. 그리고 캐리어 오픈. 정말 꾸역꾸역 잘 쌌는데 말이야. 상자에 초과되는 짐을 넣어 가져갔더니, 정말 야무지게 손잡이까지 만들어서 꼼꼼하게 포장해 준다. 앞으로 캐리어는 꼭 두 개를 챙길 테다. 흥!
탑승 수속을 하며, 대만에 올 때 창문이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창가 자리도 확인한다. 역시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제가 이 자리를 예약했는데 여기 창문이 있을까요?”
공항 직원이 체크를 해보더니 창문이 있다고 알려준다.
“오우~ 창가자리에 창문이 있대.”
너무나 당연한 것에 기뻐하며 바보 같은 말을 하는 우리.
무려 세 번의 시도 끝에 가방과 박스가 무사히 통과된다. 짝짝!!
타오위엔 공항도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큰 공항인데 코로나의 여파인지 면세점이 닫혀 있는 곳이 많았다. 내부에 과자나 음료수를 파는 자판기에서도 요요우 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니 잔액이 남아 있다면 마지막으로 여기서 써도 좋을 것 같다(잔액에 집착하는 아줌마).
대만의 관광지 사진전에서 입상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걸어간다. 우리가 가봤던 곳도 있다.
“여기! 여기! 시우야, 우리 여기 가봤잖아.”
갔던 곳이 있으면 매우 신난다. 물론 아들의 기억 오류도 있다.
“여기 우리 가본 거 같은데?”
아닌데… 거기는 안 갔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지.
공항에서 아들이 한참 즐겁게 놀았던 곳이 있다. 작은 모니터에서 인어공주, 잠수부 등의 의상을 고르고, 사진을 찍고 전송 버튼을 누르면 대형 스크린에 내가 그 의상을 장착하고 짜잔! 등장한다. 요즘 어린이 박물관 같은 데서 많이 보이는 아이템이다. 나중에는 얼굴 말고, 가방도 찍고, 손가락도 찍고. 여기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전체 스크린을 본인의 ‘것’으로 가득 채우며 매우 즐거워했다. 일찍 도착하면 아이와 여기서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4시 20분. 정확하게 출발한다. 창문도 제대로 붙어 있고, 송산행 비행기보다 커서, 올 때는 없었던 개별 터치 스크린도 있다. 이제 더 신경 쓸 거 없겠지? 여행하면서 낮술은 먹지 않았는데, 무사히 여행을 마친 나를 칭찬하며 기내식 음료로 타이완 맥주를 주문한다.
대만시간으로는 6시 30분이지만, 한국시간으로는 7시 30분 도착.
유심을 바꾸고 공항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
자꾸 옆에서 장난치는 아들에게 쉬고 싶다고 말했더니 알았다며 쿨~ 하게 무려 뒷자리로 간다. 오우~ 한국에 온 게 실감 난다. 정류장에 데리러 온 남편 얼굴을 보니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는 게 실감 난다.
밤 10시가 넘었는데, 기내식을 먹었지만 속이 허하다.
“라면 먹고 싶어.”
“어 그래. 집에 가서 먹자. 시우가 좋아하는 식혜도 사뒀어.”
맨날 내가 하고, 내가 다 챙기다가 다른 사람이 뭘 해주니까 너무 좋다. 흑흑. 감동.
빨래와 정리를 하려면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분간 나 아들이랑 둘이 어디 안 간다.
진짜 끄으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