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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국어인쌤 Oct 03. 2023

Epilogue.

에필로그

여행지에서

왜 아침마다 그렇게 일찍 일어났는지.


그냥 집에서 하던 대로의 습관.

혹은 나이 들어서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까

피곤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일매일 그날에 대한 즐거움과 설렘이 더 컸던 것 같다. 


결혼하고 일주일 동안 교사 연수로 중국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었는데 

새로운 기회가 주는 설렘에 수업 시간 훨씬 전부터 일어나서

밖에 나가서 혼자 아침도 먹고 산책도 하고.

거뜬하게 수업을 들으러 갔더랬다.


그때와 비슷한 설렘이 아니었을까?

벌써 여행을 다녀온 지 반년이 넘었다.

여행을 갔다 온 다음날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버려서 

처음 계획했던 일 년 전 그때가 되어 버렸다!


글을 쓰면서 

그때의 상황과 기분이 그대로 떠올라서 

너무 행복하고 속상하고 미안하고 슬프고 감사하고 

혼자 다시 여행을 갔다 온 기분이었다.


쓰면서 보니까 정말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도와주고 스쳐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대만 분들에게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쩐더쩐더 씨에씨에 니먼.”(真的真的!谢谢你们!)


재미있는 일도 많았는데 

왜 아이에겐 미안한 생각이 주로 드는 걸까?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순간순간 꺼내어볼 추억이 생겨서

한결 더 생활이 풍성해진 것 같다. 


한국에서도 초록불로 바뀌면. 

“앗 초록불이다. 바뀌었으면 우선 건너야지.”

띠로리로리로. 후진 벨소리가 들리면 

“앗! 쓰레기 차다”

"어 저거 보니까 그거 생각난다. 대만에서 그때 그랬잖아."


웃는 둘에 소외감을 느끼는 

아빠에게는 힘들었던 일을 주로 말해준다.


그래도 혼자서 즐거웠지?

다음에는 같이 가자.


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결심을 해본다.


“다음에 함께 여행하면 좀 더 상냥하게 말해 주겠다.

길을 잘 못 가더라도 눈을 좀 더 맞추겠다.

싫다고 할 때까지는 손을 꼭 잡고 많이 걸어 다니겠다.”


이렇게 긴 여정을 함께 해준.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다음에 또 엄마랑 여행 가고 싶다고 말하는 

듬직한 나의 여행 친구. 

김시우.

너무너무 고마워. 


사랑한다, 아들.


2023.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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