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the birthday>
샤갈은 가히 사랑의 작가라 불릴만합니다.
그의 그림 속에는 늘 꽃이 피어나고, 연인들은 공중을 떠다니며, 빛과 음악이 흐릅니다.
사랑을 하면 세상이 이전과는 달리 보인다는 말, 샤갈의 작품들을 보면 그 말을 거부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도,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도, 그저 환상은 아니겠지요.
<The Birthday>는 사랑의 황홀을 가장 순수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샤갈의 생일날,
연인 벨라가 꽃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고, 그는 조금은 기이한 자세로, 연인에게 키스를 간구합니다.
그녀에게 다가가는 비현실적인 샤갈의 얼굴은 오직 그녀를 향하고, 몸과 마음은 이미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실제, 샤갈은 그때의 기쁨을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1910년, 처음 그녀를 만난 순간을, 그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그녀의 침묵은 내 것이었고, 그녀의 눈동자도 내 것이었다.
그녀는 마치 내 어린 시절과 부모님, 내 미래를 모두 알고 있고, 나를 관통해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첫 만남의 순간을, 어떻게 이렇게 숨막히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상대를 본 순간,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만큼 굳어버렸고,
영혼이 담긴 그녀의 눈동자는 내 안을 온전히 파고들었으며,
내가 살아온 인생, 그 모든 여정과 감정을 통째로 사로잡았다는 그 고백...
이런 황홀한 고백을 받는 사람은, 상대를 어떤 마음으로 사랑하게 될까요?
샤갈의 그녀, 벨라는 그의 평생의 뮤즈였습니다. 벨라 역시 샤갈에게 있어 ‘영혼의 동반자’였습니다.
<The Bridal Couple> 에서 보이는 신부의 모습 역시 벨라이며, 결혼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 이유도 그만큼 결혼이 그의 인생에 깊은 행복을 안겨줬기 때문이었죠.
샤갈은 97세 나이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화사한 배경, 떠오르는 연인들, 꽃과 짐승들, 사랑과 기쁨이 가득한 장면들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샤갈에게 그의 연인은 ‘현실을 두둥실 들어 올리는 힘’이었고, 삶을 다시 믿고 살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평생에 걸친 사랑에 대한 추구, 샤갈을 ‘사랑의 화가’로 기억하기에 이보다 더 충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랑의 황홀경은 인생에서 때로 찰나처럼 느껴집니다.
첫사랑의 설렘도, 미칠 듯이 그리웠던 마음도, 시간이 흐르면 그 온도가 서서히 달라지죠.
그건 아마도, 사랑이 황홀함으로만 정의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연인 사이에는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고, 함께 견뎌야 할 아픔과 신뢰가 필요한 것이기에,
황홀한 순간은 샤갈의 그림처럼 비현실적으로 표현되어야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요.
아름다웠던 사랑만을 사랑으로 정의하지 말아요.
사랑은 여러 모습으로 우리 곁을 스치고 또 추억하게 합니다.
그런 모습들이 우리를 살게 하고, 현실을 견디는 더 큰 위로가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