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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긴어게인 Sep 24. 2024

'처음 해외출장'이 괜찮았던 3가지

우연히 느낀 3가지 감정

살아가면서 우연한 기회에 소중한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나에겐, 갑자기 가게된 '처음 해외출장'이 그랬다.


긴 프로젝트를 마치고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일들'과 로 엮어진 모든 '사람들'이 멀리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힐링이 된듯 했다 '이 시간 만큼이라도 편하게 있다가 가야지'라고 생각할 때 메시지 하나가 왔다. 


"OO님. 해외출장 가야 할 것 같은데요?" 팀장의 문자이다. 이슈가 발생된 곳에 해결사로 투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봐도 뻔한 상황!! 왜 하필 동남아? 역할은 뭐구? 팀도 아니고 몇 명이서? 부정적인 생각들만 앞섰다. 


출장을 마친 지금!! 부정적인 생각으로 끌려가듯 간 처음 해외출장에서 괜찮은 3가지를 얻었다.

첫째, 단순한 루틴이 주는 평온함

둘째, 익숙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

셋째, 사람사는 세상!! 적응 못할게 뭐가 있어라며 불쑥 솟아난 자신감



1. 단순한 루틴이 주는 평온함


3개월 단기 출장이라 호텔에서 머물렀다. 하루의 루틴이 갑자기 심플해졌다. 회사-숙소 가는 곳이 일정했다. 보고싶은 것도 없고 청소해야 할 것도 없고 챙겨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반복되었다. 


눈을 뜨면 우선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간다. 준비된 메뉴에서 원하는 음식을 담아서 먹으면 끝이다. 이마저도 귀찮으면 패스이다. 출근준비를 하고 정리정돈 없이 나간다. 세탁이 필요한 옷들을 방문에 걸어놓고 총총히 사라지면 된다. 엘베를 타면서 택시를 부르고, 호텔로비를 나서면 택시가 와있다. 택시를 타고 20~30분을 가면 사무실에 도착한다퇴근 후, 배달 음식을 먹거나 간단히 해결한다. 호텔 짐(GYM)에 가서 운동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처음에는 따분했다. 남들은 하고 싶은 호캉스이지만, 나는 호텔보다 작은 내방이 그리웠다. 숙소는 약간 흐릿한 조명이고 열리지 않는 창문 등 뭔가 답답했다. '내집'이 주는 편안함이 없어서인지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 같고, 그냥 집이 그리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하게 반복되는 나의 루틴이 정말 편안해졌다. 서울에서의 생활 - 북적이는 전철, 지인의 연락, 삼삼오오 모인 식사자리, 무의식적으로 틀고 보는 TV소리- 이 모든 것들이 오래전 일들처럼 느껴졌다. 답답함과 무료함이 아닌 단순함과 평온함이었다. 


주말 어느 날, 호텔 베란다에 앉아 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 지루함과 따분함과 답답함이 아닌 편안함과 평온함이었다. 우연히 알게된 힐링 포인트!! 누군가를 만나고, 뭔가를 분주하게 해야만 하루를 열심히 산 것 같고, 공허함을 주지 않는 듯한 한국에서의 타이트한 생활에 에너지와 감정이 많이 소모되었던 것 같다. 단순한 나의 루틴에서 오롯이 '나'에게로 집중되는 모든 에너지가 어쩌면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았다.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단순함이 주는 평온함을 기억하기 위해 단순한 루틴을 고민해본다 


2. 아주 익숙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


출장중에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출근하면서 가방에 꼭 챙기는 것이 있었는데 호텔에서 제공한 물이다. 한병은 마실 것, 한병은 점심에 양치질하는 것이다. 출장지는 수돗물로 양치할 수 없는 곳이고, 식당에서도 물은 유료이다. 


한국에서 물은 내 주변 어디에나 있고 사무실 곳곳에 정수기도 있고 물의 소중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흔했던 것이 흔하지 않게 된 것은  '불편함'을 느끼는 동시에 '소중함'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큰 일이나 어려움을 겪고 나면 주변의 소소한 것들이 소중해진다고 하듯이 나 또한 출장을 통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구나를 느꼈다.


너무나 많은 소중한것들이 있었다. 건강하고,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삼시세끼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고, 편안히 잘 수 있는 집도 있다. 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지금을 걱정하면서 너무 감사함을 멀리 한 것은 아니었을까? 반성해 본다.


하루가 힘들다면, 아주 잠시라도 '오늘 다행이었던 것'을 생각하기로 했다. 이 모든것이 누군가에는 아끼고 소중한 것일 테니까 나에게 와준 '당연하지 않은 선물'로 생각하며 힘을 내보기로  했다.



3. 적응 못할게 뭐가 있어!! 불쑥 솟아난 자신감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르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유럽도 아니었다. 여행으로도 선호하지 않는 곳이다. 도착날부터 후덥지근함이 불쾌지수를 높이고, 익숙지 않은 환경에 불쾌함은 더 솟았다. 


호텔 욕실에 제공된 샴푸와 바디워시의 그 특유의 향이 싫었다. 혹시나 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개인용품으로 사용했다. 현지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고 그저 한인타운을 찾아 한식을 먹었다. 


시간이 약일까? 쉽게 익숙해졌다. 

기본적인 인사말을 배우고, 사람들과 업무 미팅을 시작했다. 처음에 낯설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가워지고, 회의 시 농담도 하게 되었다. 그들의 문화도, 좋아하는 것도 궁금해졌다.  


그들과 내가 사는 세상 똑같다!! 뭐가 다를까? 먹고 자고 일하고 그리고 각자의 언어로 대화하고. 단지 살아온 문화, 풍경이 다를 뿐이었다. 어느새 이곳 생활에 젖어들었다. 혼자서 쇼핑을 하고, 현지 헤어숍에서 머리 손질도 하고, 안경도 사고, 어느새 현지인 속에서 많은 것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다시 한국으로 떠나오는 날, '출장지에 더 있어도 되겠다. 괜찮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살아보니 살아지네!! 어디를 가고 어디에 있던지 적응 못할게 뭐야!! 불쑥 자신감이 솟았다. 



새로운 일들에 대한 경험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살아가면서 우연한 기회에 뭔가를 얻는 소중한 순간이 있다. 당장은 싫어도 경험을 하게 되면 살이 되고 피가 된다는 말, 시작은 싫었으나 끝나고 난 시점 나는 성숙되었다. 출장을 마치고 난 지금 무지 좋다. 


내가 할 수 있어? 내가 하고 싶은 걸까?라는 고민이 들면, 일단 해보자!!

해보면 알고,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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