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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오 Sep 13. 2024

초등학교 3학년 생존수영을 배우다

내 아이는 물을 멀리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기특이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중이염에 약한 아이였다.

그래서 가급적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씻기는데, 엄마인 나는 매번 노심초사, 머리 한 번을 감기는데도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아프지 않으려면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 게 첫 번째 원칙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이가 어릴 때 물놀이 할 수 있는 공간에 가급적 데려가지 않았다.

데려간다 해도 물 근처에 가면 아이 귀만 쳐다보고 있으니 사실 휴가를 온전히 즐기지도 못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생존수영'이란걸 배운다.

교육과정에 누가 이걸 넣겠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이름 모를 공무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수영은 생존을 위해서 배워야 하는 필수운동이다. 특히 어린 나이일수록 배우면 습득력이 빠르니 초등학교 3학년이면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수영을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나는 물에 대한 공포심이 심했던 사람이다. 특히 수영을 못했던 어린 시절, 아빠와 계곡에서 발이 닿지 않는 그 공포가 아직도 생생하다. 아빠는 나를 안고서 이동했지만 아빠가 나를 놓는 순간 물속에 꼬르륵 가라앉을 거라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다.(심지어 몇 번 물을 먹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공포심을 극복하기 위해 성인이 되어 20대 후반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8개월을 꾸준히 다닌 결과 자유형과 배영은 어느 정도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발이 닿지 않는 물높이에서는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나를 괴롭게 한다.

나는 결혼도 하지 않은 그 시절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되면 수영은 무조건 배우게 할 거라 다짐했다.

살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아이는 물을 가까이하면 중이염이란 나쁜 놈이 재발해서 아이를 괴롭게 만들었다.

이비인후과 선생님들마다 의견도 조금씩 달랐다. 수영은 배우지 말라는 선생님도 계셨고 조심해서 해보자 하는 선생님도 계셨다.


아이는 7월 여름 방학을 앞두고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수영을 배워보고 싶다는 아이 의견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었다. 2학기에 생존수영도 있고 이번 기회에 한번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내 마음의 장벽이 점점 녹아내리고 있었다.


마침 새로 오픈하는 수영장이 있어 이벤트로 1회 추가수업까지 알뜰히(?) 챙기며 등록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좋아했다. 진작 도전해 볼걸 아쉬움이 채 마르기도 전에 우려했던 중이염이 찾아왔다.

아이는 수영을 다녀와서 귀가 아프다며 엉엉 울고야 말았다.

방학 동안 주 3회 생각했던 내 계획은 와장창 무너졌고 의사 선생님은 지금처럼 주 1회 정도 유지하기를 권하셨다. 아이 상태에 따라 조절하자면서 말이다.


그래도 항생제를 먹고 빠른 속도로 아이는 회복했고, 한번 아프면 안 나간다고 할 줄 알았던 아이는 다시 씩씩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수영장을 나갔다.


벌써 3달째 아이는 토요일마다 셔틀버스를 타고 수영장을 간다.

갈 때마다 항상 밝은 미소로 "나 갈게~"를 외치는 아이는 분명 수영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생존수영 수업도 '큰 무리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발차기를 하는 아이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 그래! 배우면 할 수 있단다!
그래, 느려도 괜찮아! 천천히 조금씩 배우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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