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크루 < 별바라기의 목요일에 만난 자연 > 2026. 01.08.
< 라라크루에서는 목요일마다 별바라기 작가님이 발견한 자연을 글감 삼아 글 쓰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어떤 함께를, 어떤 뭉침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이 주저되는 순간이 많다. 익숙해진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데서 오는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끼고 싶지 않은 탓이다. 끝까지 함께 할 것 같던 만남도 유효기간을 다한 것 같을 때가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던 사람이 버거워질 때도 있다. 그러니 새로운 만남에는 신중해야 한다.
만남의 목적과 결에 따라 관계의 방향과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친교를 위한 모임이라면 더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맺겠다는 각오가 전제다. 그 전제 때문에 관계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라지고 인연을 끌고 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된다. 일을 위한 모임이라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타인에게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각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된다. 보통은 그렇다는 얘기다.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한 세계와 또 다른 세계의 충돌이다. 충돌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서로의 아귀를 맞추기 위해 요리조리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크기의 톱니들이 아귀를 맞춰 돌아가는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 시간만큼 각자의 노력도 들어간다. 인내심과 사려 깊은 마음의 끝에는 '합이 잘 맞는 인연'이라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인내심과 배려심을 갖고 합을 맞추는 일은 힘들뿐더러, 꽤 오랜 시간 합을 맞춰왔다고 자부하다가도 순간의 방심으로 톱니바퀴가 어긋날 수도 있다. 이래저래, 인연을 만들고 지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0년 전부터 디베이트 강사로 활동하며 일로 엮이는 관계가 여럿 생겼다. 일로 엮이는 관계는 친교를 위한 모임보다 더 깨기가 힘들었다. 업계에서의 평판이나 실질적인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나 혼자서만 잘난척하며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었고, 실제로 함께했을 때 더 성과가 보일 때도 많았다. 문제는 어느 집단에나 있는 여러 유형의 인간 군상과 그로 인한 갈등이었다.
다른 사람들만큼의 노력이나 기여 없이 결과와 보상만 공유하려 하는 무임승차자.
자신의 능력을 과장 혹은 자랑하거나 뒷배경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인 기여는 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능력을 한없이 부정하면서 실질적 기여의 불가능을 강조 또 강조하는 사람.
타인의 성과를 제 것인 양 가로채거나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 있는 사람.
자신의 실수나 부족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 환경 탓만 하는 사람.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믿고 타인의 의견은 무시, 부정하는 사람.
매사 부정적이고, 뚜렷한 대안 제시 없이 불평불만만 가득한 사람.
혼자만 늘 바쁘고 정신없다고 강조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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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열거한 유형의 사람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프로답지 못함'
나 역시 저런 유형 중 하나로 보였을 수 있거니와, 위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로 구성되었더라도 일로 엮인 관계는 당분간 함께 갈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 강사들의 모임은 특히나 그렇다. 어디에 신고할 수도 없고 인사고과가 없으니 공식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전달할 방법도 없다. 그러니, 어쨌든 일단 뭉쳤으면 함께 가야 한다.
"프로는 징징거리지 않아요."
얼마 전 내란 재판의 판사가 변호인단에게 한 말이다.
전략적으로 뭉친, 일로 엮인 관계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도 바로 '프로 정신'이다. 어떤 일을 하건 일로 평가받는 사람이 되려면 '나는 프로다'라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 일 자체뿐만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 역시 프로여야 한다.
프로가 아닌 사람은 결국 언젠가 무리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전략적으로 뭉치는 관계에서 전략적으로 거세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일 때보다 함께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전략적 뭉침이 필요하다면, 프로가 되기 위한 노력을 아낌없이 해야 하지 않을까.
* 대문사진 출처 : 별바라기 작가님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