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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Sep 25. 2019

교차질의는 궁금한 걸 묻는 게 아니라고요?

* 교차질의

양 팀의 입안이 끝나면 '입안 교차질의'라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어요. 입안을 담당했던 학생들이 나와 3분 동안 1:1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이지요. 반박 다음에도 반박을 담당했던 학생들이 1:1로 질의응답해요. 요약과 마지막초점 순서 사이에는 디베이트 참가자 모두가 함께 하는 전원교차질의 시간이 있어요. 3분씩 세 번이나 있을 만큼 퍼블릭포럼 디베이트에서 교차질의는 꽤 중요한 순서예요. 다른 디베이트에는 교차질의가 없어요. 대신 교차조사나 POI(Point Of Information, 보충질의)라고 불리는 시간이 있지요. 교차조사나 POI는 일방적이에요. 한쪽은 질문만 할 수 있고 상대는 답변만 하는 식이죠. 의회식 디베이트에서 사용하는 POI의 경우에는 심지어 질문을 거부할 수도 있어요. 이에 반해 교차질의는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이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요. 먼저 발언팀이 먼지 질문을 시작하면 나중 발언팀은 답변을 함과 동시에 질문을 할 수 있지요. 


교차질의 시간에는 서로가 빈틈이 없도록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해야 해요. 마치 탁구나 배드민턴의 랠리가 이어지듯이 말이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질문을 해야 랠리가 이어질까요?

"궁금한 걸 묻는 게 질문 아닌가요? 그냥 생각나는 거 다 물어봐야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어야 할 것 같아요."

"자료에 대해서도 물어야 돼요. 그 자료가 확실한 자료인지 언제 나온 자료인지요."

'질문', '묻는다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네요. 맞아요. 묻는다는 건 답을 알아내기 위한 과정이지요. 그런데 디베이트는 둘이서 하는 대화가 아니라 심판과 청중이 있다는 게 중요한 점이에요. 심판과 청중은 다 아는 뻔한 내용을 묻거나 앞에서 말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질문은 오히려 우리 팀이 준비가 덜 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 밖에 안돼요. 질문을 하면서 심판과 청중에게 보여주는 거지요. '저 팀은 우리가 질문한 내용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상대팀은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논리가 부족한 것 같아요, 제가 날카롭게 잡아냈어요~ 보셨죠?'라고 하는 것처럼요. 답변을 하면서도 심판과 청중을 의식해야 해요. '날카로운 질문에 우리가 의연하게 답변하는 거 보셨죠? 그만큼 우리는 준비가 철저했어요. 게다가 상대가 다시 질문할 틈을 주지 않고 저희가 자연스럽게 질문하는 것도 보셨죠? 교차질의의 분위기는 우리가 장악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라는 것처럼요. 이렇게 질문과 답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디베이트는 보는 사람도 신이 나게 하지요. 


교차질의는 시간이 끝나면 가차 없이 종료가 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더 많은 질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짧게 질문해야 해요."

"꼭 필요한 말만 해야 해요."

맞아요. 질문과 답변이 간단하면서도 확실해야겠지요? 늘어지게 말하고 했던 말 또 하면 안 되고 정말 필요한 말만 확실하게 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집중해서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해요. 그걸 뭐라고 하죠?

"경청이요!"

맞아요. 경청의 경은 기울인다는 뜻을 갖고 있어요. 상대의 이야기에 눈과 귀와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려면 집중해야 하지요. 디베이트를 하면서 상대의 말에 집중하는 훈련은 여러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도 도움을 많이 줘요.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게 되고요, 부모님이나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고요, 나중에 커서 연인이나 배우자의 말, 자녀의 말도 잘 듣게 되지요. 잘 들어야 이해해 줄 수 있고, 이해를 잘하면 싸울 일이 없어요. 그러니 사람 사이에 좋은 관계를 만들어주는 첫 단계는 '경청'이지요. 디베이트를 잘하면 할수록 사람과의 관계도 좋아지는 이유입니다. 



* 송코치 단상

< 경청 > 
첫 번째 아해가 말한다.
저는 노키즈존이 필요하다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 대한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아해가 말한다.
저는 노키즈존이 필요하다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 대한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아해가 말한다.
저는 노키즈존이 필요하다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 대한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 아해가
한참 고민한 후에 수줍게 일어나 말한다.
저는 노키즈존이 필요하다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 대한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노키즈존은 필요하다'라는 주제에 자신의 입장과 이유를 말해보라고 했더니 나란히 앉은 네 명의 아이가
앵무새처럼 앞사람과 똑같이 발표했습니다. 일회성으로 진행되는 학교 수업의 경우, 3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발표와 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평생 한 번뿐인 디베이트 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
어떤 발표를 하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하지요.


네 명의 아이가 똑같이 말할 때마다 “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좋은 의견이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반친구들은 박장대소했지만 정작 당사자 네 명의 아이들은 그 이유를 모르는 듯했습니다. 뒤에 발표한 세명의 아이들은 첫 번째로 말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발표에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친구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경청하지 못한 탓이지요. 귀엽지만 아쉬웠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주목받고 싶어 하고 무엇이든 잘하고 싶어 합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짧은 문장 하나를 발표하고 들어가면서도 오늘의 소감을 물으면 자신이 생각보다 잘했다고 답합니다. 남 앞에서 발표하는 경험이 반복되고 칭찬과 긍정적 경험이 강화되면서 역량이 커집니다. 하지만 일회성 수업의 경우 늘 아쉽습니다. 친구들이 왜 웃었는지, 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상황이 발생했는지, 경청이 왜 중요한지등을 세심히, 꾸준히 알려줄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말을 반복했을지라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발표해 보던 바로 그때!

순간의 터질 듯했던 심장박동소리는 '경청'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소리가 아이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으로 남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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