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사랑과 존경에 기반한 리더십

by 영동 나나

버즈 알 아랍 호텔 로비에 손님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창밖에 각이 심하게 진 오래된 모델의 ‘JEEP’이 도착했는데 번호판이 ‘1’ 번이다. 한 남자가 운전석에서 돌아 나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만화에 나오는 ‘바람 돌이’ 같다. 머리에 쓴 구트라(Ghutra)*는 뒤로 날리고, 그의 몸은 앞으로 숙여있다. 로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어린이를 보자 안아주고 바람을 일으키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사라진다.


처음 셰이크 모하메드를 만난 장면이다. 직접 운전을 하고 수행원도 없이 혼자 등장한 그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중동의 부족장이나 왕자의 모습과는 달랐다. 그 후 여러 행사에서 다시 그를 보게 되었는데, 인상 깊었던 점이 있었다. 아랍 남성들이 입는 원피스 모양의 디슈다샤(DishDasha)*는 대부분 흰색인데 셰이크 모하메드 혼자 회색을 입어 눈에 띄었다. 주변은 모두 흰색인데 혼자 회색이라는 것이 경호팀에게는 어려운 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색깔 선택은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알려진 두바이 지도자이고 개발자이지만, 의외로 섬세한 감성을 지닌 인물이다. 시인이며, 다양한 개발을 했지만 시(詩)를 건축과 결합하려고 했다. 두 번째 인공섬인 팜 제벨알리의 초기 설계에는 그의 시가 바다 위에 새겨질 예정이었다(사진). 시를 쓰고 그 위에 빌라가 들어서는 것이다. 비록 그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상상력은 인상적이었다.

팜 제벨알리 초기 설계, 안쪽 원이 아랍어 시이다.




지금도 주메이라 알 나짐 호텔의 체크인 카운터 위에는 그의 시가 캘리그래피로 새겨져 있다. 호텔 벽에 쓰여 있는 시의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


“Our civilisation is not valued by cement, words, actions and achievements, but measured and valued by our thoughts, our strategy and our minds.”


“우리 문명은 시멘트나 말, 행동, 업적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우리의 사고, 전략, 마음으로 측정되고 존중받는다.”


POem 2.PNG




그는 SNS에서도 유명하다. 자신의 일상을 올리기도 하지만 시민들이 생활고나 문제를 호소하면, 직접 댓글을 달거나 실제로 해결을 지시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유목민이 자신의 텐트를 찾아오는 사람을 사연을 묻지 않고 재워주고 먹여주던 전통적인 마지리스(Majlis)*의 현대판이라 할 만하다.


어려서부터 말을 사랑하고, 경마를 좋아해서 두바이에 ‘고돌핀’이란 경마팀을 만들어 세계 최고 상금의 경마대회를 유치하고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166km를 달리는 경기에 직접 출전해 우승하기도 했다. 예순의 나이에 그런 열정을 보인 것이다. 과장된 이야기겠지만 매년 열리는 ‘아트 두바이(Art Dubai)’ 전시회에 말과 관련된 작품을 출품하면 무조건 팔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가 살 수도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사서 선물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석유가 풍부하지 않은 두바이, 부족장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제벨 알리 항을 만들어 바다를 통해 중동 아프리카의 중심이 되도록 하였고, 세이크 모하메드는 에미레이트 항공을 세워 하늘로 확장하였다. 아무도 가지 않는 사막을 사파리의 현장으로 만들어 하루에 삼천 명 이상의 관광객이 사막 사파리를 즐기게 되었다. 또한 날씨조차도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상상력은 다음과 같은 광고 문안을 만들었다.


‘두바이에 여행을 와서 비가 오면 여행비를 환불해 드립니다.’


1995년 왕세자가 된 이후, 그는 수많은 위기를 통과했다. 9.11 테러, 리먼 브라더스 사건, 중동 혁명(재스민 혁명)으로 큰 고비가 있었지만 그가 잡은 두바이의 고삐는 조금도 늦춰지지 않았다. 도리어 세계정세를 역이용하는 그의 역발상이 두바이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만들고 있다. 물론 그의 삶은 완벽하지 않다. 가정적으로는 딸의 도피 사건, 요르단의 하야 공주와의 결혼이 순탄치 않아 영국에서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하였다. 그 외 UNICEF에서는 어린이 인권을 위해 낙타 경기에 어린이 기수 대신 로봇을 태우고 달려야 했고, 노동자의 인권 문제와 팜 아일랜드 건설로 인한 자연 훼손의 주범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이크 모하메드는 여전히 ‘현장에서 직접 뛰는 리더’로 남아 있다.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거나, 최소한 존경하거나, 혹은 ‘왕인데도 나와 같다’고 느낀다.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는 어떤 사람인가?

잘 먹고살도록 해 주고,

환경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는 사람,

이주자들이 차별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경제를 건전하게 성장시키며,

교육과 문화의 가치를 아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며,

국민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사람,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시야를 지닌,

자신의 가정을 잘 지키는 지도자를 찾고 있다.

그런 지도자는 과연 있는 걸까?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


셰이크 모하메드는 말한다.


“사랑과 존경에 기반한 리더십과 두려움에 기반한 리더십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지도자는 누구인가?




구트라(Ghutra)는 아랍 남성들이 머리에 쓰는 전통적인 머리 스카프를 말합니다. 주로 흰색이나 흰색 바탕에 붉은색 체크무늬가 있는 스타일이 흔하며, 강한 햇빛이나 모래 바람으로부터 얼굴과 머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디슈다샤(DishDasha)는 아랍 국가 남성들이 입는 발목까지 오는 긴소매의 흰색 또는 연한 색상의 로브입니다. 통풍이 잘되고 더운 기후에 적합합니다.


마지리스(Majlis)는 마지리스는 가정, 부족, 마을 공동체의 핵심 소통 공간입니다. 남성들이 주로 모여 차를 마시며 의견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며, 가족이나 부족의 중요한 사안을 논의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