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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재선 Jan 08. 2020

꽃이 되는 일


달빛이 동그랗게 피어난 밤

마당 한 구석에서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꽃이다.

두 손을 모았던 봉오리의 기도가 끝난 모양이다.

이제야 자신을 펼치기 시작한다.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온 몸을 비튼다.

실핏줄이 터지며 색이 짙어진다.


꽃은

절대 다른 꽃과 자신을 비교하며

머뭇거리지 않는다.


머리를 맞대었던 꽃잎들이

갈라지고, 나눠지고, 펼쳐져  

동그랗게 손을 잡는다.  


중심을 위한 응원이 시작되면

꽃은 스스로 쓸 왕관을 만든다.

고요하고 은밀하다.


드디어 황금색 왕관이 머리 위에 올려지면

반짝, 파동과 함께 누군가의 신호를 받는다.

꽃의 절정, 황홀경을 맞이한다.


긴 숨을 내쉬며

온 세상에 아찔한 향기를 뿜는다.

마당 구석에서 우주를 연다.


난 기껏

술에 취해 어슬렁 거리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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