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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Sep 19. 2020

강아지들과 함께 독일로 가는 길

내겐 두 마리의 사랑하는 강아지가 있다. 함께한 시간이 십 년이 넘어가는 작은 말티즈 쌍둥이다.

나를 가장 사랑하고 서로를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형제 강아지.


노아와 노엘이


독일로 출국해야 할 때마다 이번엔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 있을까, 늘 고민했는데 실천에 옮기는 건 정말 어려웠다. 열 살이나 되는 강아지 둘을 해외에서 기른다는 건 정말로 걱정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놓고 가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내가 가장 중요한 주인이었다.


'아이들이 독일에서 많이 아프면 어쩌지? 그런데 내가 한국에 와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 '내가 많이 아프면 어쩌지?'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을 하는 사이에 강아지들을 독일에 데리고 갈 때 필요한 서류도 준비해 두었고 광견병 예방접종도 틈틈이 맞추어 두었다. 결심만 남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들을 놓고 가야겠다는 전제를 남겨두었다. 나도 자신이 없었다. 비행기에 강아지도 예약했고 미리 공항에서 검역 서류도 받았지만 혹시 아이들이 출발하기 전날이라도 아프면 데리고 갈 수 없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노엘이 노아도 꼭 따라가고 싶었을까? 출국 며칠 전에 컨디션이 별로였던 노엘이도 다시 상태가 좋아졌다. 됐다. 우리 같이 가자!



 출국날 어이없게도 10시 비행기에 맞춰서 나는 7시에 일어나는 실수를 저질렀다. 집에서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이었고 난 나의 실수를 1시간이 지날 때까지 깨닫지 못했다. 결국 집에서 8시에 출발해서 공항에는 9시에 도착했고 허겁지겁 수속을 마쳤다. 가족들과 남자 친구와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헤어졌지만 (흑흑) 강아지들과는 함께였다. 얏호. 우리 함께 간다.


나이 많은 강아지들과 열두 시간의 비행은 몇 달 동안의 고민거리였다. 엄마는 건강하지 않은 노엘이가 가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겁을 줬고 나도 속으로는 걱정을 많이 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코로나 때문에 루프트한자에는 승객이 많이 타지 않아서 일부러 자리 잡은 뒤쪽 좌석은 거의 비우다시피 해서 갈 수 있었다. 강아지 가방도 최대한으로 펼쳐놓을 수 있었다.


좌석 아래서 끙끙대는 중인 노아. 곧 나간다-


그래도 멍멍이들은 열두 시간이 꽤나 힘들었을 거다. 끙끙거리기도 하고 사람이 지나가면 꽥 짖기도 해서 나도 같이 뜬눈으로 비행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행히 눈치 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혼자 괜히 폐 끼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동안 제주도까지 단거리 비행은 몇 번 해보았지만 이렇게 긴 시간의 비행은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잘 있어주었다. 루프트한자는 케이지까지 8kg이 넘지 않는다면 두 마리를 한 케이지에 넣을 수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둘이 함께 있으면 덜 무서워하는 편이라 서로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도착해서도 아주 쌩쌩했다.


낯설어서 그런지 비행하는 동안 화장실은 내내 가지 않았다. 기저귀도 가져갔지만 그보다 필요했던 건 강아지 패드였던 것 같다. 공항 장애인용 화장실이 넓어 그곳에 패드를 깔고 강아지들이 쉬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나온 견주들의 후기를 보면 준비해 간 서류는 보지도 않았다고 했지만 뒤셀도르프 공항은 경찰이 출구 앞에서 한번 체크했다. 꼼꼼히 읽지는 않았지만 내게 간단한 질문도 했다. 강아지들 새로 산거냐, 왜 이번에 데려오냐.. 뭐 그런 질문들.


새로운 나라에 오니 나도 적응되지 않았지만 아이들도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말도 안 통하고 냄새도 달라져서 아마 너무 당황했던 모양이다.  6개월 동안 방치해 두었던 집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정리하는 동안 아이들은 나만 졸졸 따라다니고 내가 잠시라도 집을 비우면 집이 떠나가라 짖으면서 분리불안의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인적이 없던 터라 갑자기 너무 당황스러웠다. 다음날이 일요일이라 식료품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룸메이트가 집에 있어서 그 친구에게 강아지를 맡겨두고 슈퍼에 다녀왔다.


내가 처음 해외에 나왔을 때 그 낯섦과 외로움, 두려움과 마주했던 것처럼 이 아이들도 모든 것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처음 며칠은 정말 '언니, 나 한국 가고 싶어..'라고 내게 눈빛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산책을 가도 이쪽 길도, 저쪽 길도 무서워했다.


나의 멍멍이들에게도 새로운 세상을 조금씩 맛 보여 주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듯이, 우리 강아지들도 이곳을 좋아할 수 있도록. 우리 집과 주변을 소개해주고,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적응할 수 있겠지. 우린 이곳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을 거야.


우리 집 지붕에서 선텐 중-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아이들은 사람들을 보고 계속 짖어댔다. 이것으로 한국에서 기르지 못한 사회성을 독일에서도 증명한 셈인데, 한국에서는 그게 너무 보편적인 모습이라 이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젠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우린 이제 더 많은 시간을 대중교통을 타고 다닐 테고 사람들 사이에서 여행을 할 테니까.


우리 조금 더 바뀌어보자. 나만 말고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주는 강아지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이곳에 있는 동안 너희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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