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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쩜반살롱 Oct 14. 2024

외로움을 체포하겠습니다

<어머니,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의 후속 편

욕설은 나쁘다. 상처를 준다. 보이지 않는 면도날이다. 고질라가 내뿜는 화염이다. 난 참을 수 없었다. 어느 누구에게 그 욕설들을 그대로 옮겨서 속풀이를 할 깜냥도 없었다. 속으로 멍이 들었다. 여의도에 있는 가정법률상담소도 찾았었다. 기억하건대 곽배희 상담관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하소연조차도 나오지 않고 팩트를 나열할 재간도 없이  다친 감정만 가득한 냉가슴으로는 내담자의 ‘역할’을 조금도 하지 못했다. 고로, 상담으로부터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한 일은 도망치는 것이었다. 여러 번을 참다가, 참다가 실행에 옮겼다. 참고 참았던 이유는 행여나 나의 부재가 시어머니의 꼭지를 그만 돌게 해서 그녀로 하여금 정신을 놓고 거리를 배회하는 미친 행려자로 만들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 자신이 그렇게 될 것 같은 불안이 솟구치는 순간 피차를 위하여 집을 나왔다. 내가 없으면 그 욕설 발사기를 다물게 하지 않을까? 욕설을 쏟아 꽂을 대상이 없을 테니 알아서 삭히기를 기대하면서 그 수렁을 피해 버렸다. 그런 내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결단을 안 했으면 사생‘결단’이 났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그 당시 의식 수준에서 스스로의 결정을 이해해 주기로 하고 자신과 화해한 것은 요 근래 몇 년부터이다. 페북에서나마 아이들이 장성한 모습을 주워본 후 내 마음은 괴로움을 조금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기 시작했다. 고질라 화염방사기의 외로움을 보기 시작했다. 욕설화염은 나쁘지만 그 또한 외로움이 아파서 뿜어댄 아우성이었다. 외로움이 원인이었고 내가 그땐 어려서 그게 뭔지 몰랐다. 난 지금 현실적으로 그녀보다 훨씬 외로운 상황이지만 조금도 외롭지 않고 그저 감사하고 미안하다. 세상의 외로움을 잡아 가두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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