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술 마셔 봤수?

by 마리아

먹어 봤다!

비어 있는 위장 속에 아주 뜨듯하고 짜릿한 액체가 목젖을 타고 내려갈 때의 그 기분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느낌이다. 아마 술을 마시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아침 술을 먹을 줄 안다는 뜻은 그만큼 주당이다. 술이 때때로 절제가 되지 않아 필름이 끊기고 실수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이 주는 즐거움은 쉽게 떨쳐 내기 힘든 악마의 유혹이다.


이른 새벽 겨울이면 동이 트기 전이다. 5톤 혹은 11톤의 커다란 트럭에 육중한 변압기나 적기 설비에 필요한 물건들이 실려 온다. 물건의 부피와 무게도 상당하지만 커다란 차가 복잡한 출근 시간에 시내를 통과해서 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 큰 차를 대고 물건을 내리기도 골목이나 주택에 위치하는 창고에 내리기는 불가능하다. 차라리 새벽 녁에 물건을 하역하는 편이 일하는 우리도 트럭 기사님에게도 좋았다.

새벽에 물건을 내리는 일은 힘들다. 달콤한 새벽잠을 버리고 조금 더 일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나쁜 것이 있으면 좋은 것이 있다. 아침에 먹는 해장국 한 그릇!

아침에 뜨거운 해장국에 달콤 짜릿한 술 한 잔은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참 입맛 당기는 아침 식사이다.

그러나 아침 해장국과 함께 마시는 술이 새벽에 물건을 내릴 때마다 먹는 메뉴가 될 수 없다.

물건을 내리고 출근하는 나머지 직원과 그날의 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건이 출고된 다음 날이 공휴일이거나 국경일이 얻어걸리는 때는 새벽에 잠깐 물건만 내리고 퇴근이다. 두어 시간 하는 작업에 대부분 크레인이나 호이스트 아니면 지게차로 일을 하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 두 명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다들 휴일에 피곤한 몸을 늦게 까지 재워야 하고 또 놀러 가기 바쁜데 아무리 돈이 좋지만 억지로 일을 시킬 수는 없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중 늙은이와 나 밖에 없다.

역시나 기사님도 연세가 있으신 분이다. 꾸역꾸역 호이스트나 크레인 혹은 지게차를 이용해서 창고에 물건을 넣고 나면 정리는 일하는 날 나와서 천천히 하면 된다. 아무리 젊은 사람들이 힘이 좋고 재빨라도 연륜을 무시할 수 없다. 젊은 사람 대 여섯 명 붙어서 하는 일보다 더 빨리 끝난다.

어둑한 새벽에 물건을 내리고 나니 어느새 동이 떠 오른다. 평소 같으면 아침을 먹을 시간이 조금 지난 때가 되어 간다. 배꼽시계가 요란하고 휴일 새벽이라 그런지 골목도 조용하다. 기사 아저씨를 포함하여 넷이 함께 해장국집으로 향한다. 휴일 날 하는 식당에 어디 있을까!

24시간 365일 식당 문을 여는 근처 기사 실당으로 향한다.

옛날부터 개다리 거리로 이름이 나있는 곳이다. 말 그대로 개 잡는 곳이다. 도로를 복개하기 전에 개울이 흘렀다. 흐르는 개울 물에 개를 죽이고 씻고 그 죽은 개로 개소주도 만들고 특히 보신탕 집이 개울을 마주 보고 있었다.

부산에서는 개고기를 먹거나 개소주를 다리려고 하면 이곳에 와야 하는 그런 동네였다.

혐오 식품이라고 취급되며 사라졌다. 그 자리에 개천은 복개되어 길이 생기고 개울가 양편에 개 집들은 해장국집 국밥집 기사 식당으로 바뀌었다.

개다리 거리라고 불리는 곳의 명성은 그래서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휴일 이른 아침에 문을 열고 있는 집은 기사 식당과 국밥집 한 두 군데뿐이다.

화물차 기사 아저씨도 조금 흥분되는 모양이다. 휴일 이른 아침에 밤새 달려온 허기를 달래기 위해 혼자 먹은 적은 많지만 이렇게 어울려 함께 먹는 일은 좀처럼 해서는 없는 모양이다.

모두 국밥 집으로 향한다. 부산의 명물인 돼지국밥을 먹는 게 선택에 실패가 없다.

개다리 거리의 명성답게 어지간한 곳은 그다지 맛에 실패가 없다.

가게 가까이에 가니 벌써 돼지 삶는 누릿하고 비릿한 냄새가 코를 슬슬 자극하며 위장에 진동을 준다.

날씬하고 예쁜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준다. 아주머니의 미모 때문인지 아니면 국밥 맛이 좋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늘 붐비는 식당이다.

휴일 아침이지만 저녁 야간 일을 하고 집으로 가기 전에 아침을 해결하려는 중년 아저씨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짧은 두 시간 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듯 수육과 뜨끈한 국물과 밥이 나온다. 소주 한 병이 같이 나온다. 국밥집 식당은 당연한 듯 소주 한 병이 나온다. 물론 마다 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

김 주임 아저씨가 한 병 더 가져오라고 넋두리를 편다. 한 병 가지고 누구 입에 부치 겠냐고 하면서

통통하고 귀염상 있는 안성 아주머니에게 추근거린다. 경기도 말씨는 부산에서는 눈이 띄는 말투다. 그저 고향이 성이라는 주인아주머니의 귀띔뿐 그 아주머니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장년의 아저씨들이 그 아주머니에게 혹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화물 기사 아저씨를 빼고 셋이서 소주잔? 아니다 맥주잔에 삼분의 이를 따르고 기사 아저씨는 음료수로 대신한다.

"자 휴일 새벽에 고생했습니다. 한 잔 합시다."
한마디 던지고 잔을 부딪히고 입에 잔을 가져간다.

작은 소주잔은 감질 맛이 난다. 펴지고 앉아 술을 먹는다면 모를까 목도 마르고 식사하며 반주 삼아 먹는 소주 한 잔은 그냥 맥주잔에 더 어울린다.

'꿀꺽꿀꺽'

목젖을 타고 시원하게 내려간다.

'키~아'

단말마의 소리를 내고 모두 잔을 내리고 고기 한 점 우물우물!

소주의 쓴맛과 고기의 단맛이 묘하게 입속에 맴돈다. 벌써 속은 뜨듯해져 온다. 정말 짜릿하다.

이 순간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으며 진수성찬에 눈이 돌아가지 않는다. 아침에 술을 마신다고 다들 미친 사람 취급할 수 있다.

주변 자리에서도 늦은 새벽까지 일을 한 무겁고 고단한 몸을 뜨끈한 국물과 한 잔 술로 달랜다.

일에 귀천은 없다. 술 한 잔으로 이렇게 행복하다.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쥐고 있는 듯 마음이 푸근해진다.

삼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삶은 팍팍하다. 그 삼십 년 전에도 사람들은 그 앞 시절의 힘든 삶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사는 모습은 모양만 조금 달라질 뿐 가지는 느낌은 다 같다. 그래도 사람들은 작은 만족과 행복에서 힘을 얻는다.

그런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모여 그래도 팍팍하고 힘든 삶을 살아 가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먹는 해장국과 쓴 소주 한 잔의 짜릿함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아침 해장국과 쓴 소주를 마실 일이 없지만 대신 해 질 녘 작은 농사일을 마치고 아내가 해주는 짜박한 김치찌개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이 그때를 대신해 준다.

술!

악마와 같기도 하지만 그 나름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자극을 주는 삶에 땔레야 땔 수 없는 친구 같은 존재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