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쓴 쪽지
남편이 엄청 화가 나서 퇴근했어요.
"내가 그렇게 말을 여러 번 했는데도 안들어처먹잖아!"
협력업체가 뭔가 일을 엉망으로 하나 봅니다.
그런데 책임자는 남편이라서요. 곤란한 상황이에요.
이제 와서 협력업체를 바꿀 수도 없고 중단할 수도 없더라고요.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있어요.
내 잘못이 아닌데 내가 책임져야 할 상황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너무 스트레스거든요. 내가 의도한 바가 절대 아닌데, 나도 피해자인데!
출근하는 남편에게 쪽지 한 장을 주었습니다.
내가 엮여있어도 제삼자로 입장을 전환하면 조금은 릴랙스가 돼요. 멀리 볼 수 있게 돼서요.
방법이 없는 일에 걱정해서 뭐하겠어요. 당장에 해법이 생길 리 만무하잖아요.
그럴 바엔 나 자신을 더 돌보죠.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사람 문제 같아요.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서 관두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남편이 사람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온 날엔 아낌없이 욕을 해줬답니다. 가끔은 아주 오버해서 화를 내죠.
말미에 붙여야 되는 게 있어요.
내 편이 되어준다는 건 정말 큰 힘이에요. 공감이 해결책이 될 순 없어도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줄 순 있거든요.
위처럼 동의를 전제로 한 감정 어필도 좋은 방법이고요.
"맞아, 그렇지"라고 가볍게 동의하는 표현이 가장 일반적이죠.
아이들한테는 "그랬구나"가 잘 통합니다.
기타 방법으로는
감정을 대신 말해주기: "속상했겠다." "정말 좋았겠네!"
위로해주기: "괜찮아?" "내가 옆에 있어줄게"
응원해주기: "힘내" "잘될거야"
칭찬해주기: "힘들 텐데 잘 이겨내고 있는 거 같아. 배우고 싶다"
나의 경험 말하기: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정말 힘들었었어"
접촉하기: 등을 토닥이거나 쓰다듬어준다.
공감이 안되면 여지 남기기: "그럴 수도 있겠다" 라며 감정 존중해주기
반응의 형태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때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으니까요.
아무튼 일이 잘 안풀리는 남편에게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남편의 출근길을 노려보세요.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큰 동력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힘을 줄 필요가 없다면 평소 말로는 못했던 진심을 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