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0일의 기록 27

by 포근한 바람

시어머니는 경기도 토박이이고 나의 어머니는 충북 사람이다. 나로서는 다행인 것 중 하나가 두 분의 음식 맛이 비슷하단 거였다. 결혼 후 시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한 여성들 얘기를 수차례 들은 적이 있어 양쪽 집 음식 맛 비슷한 것도 운 좋은 일이구나 생각하곤 했다.


간이나 사용하는 양념이 대체로 비슷해서 시집 음식을 맛나게 먹는 편이고 남편도 살아생전 장모님 음식을 언제나 잘 먹곤 했다. 시어머니랑 같이 10년을 넘게 살다 보니 비슷해도 약간은 달랐던 김치맛은 시어머니와 담근 것이 더 입에 맞을 정도가 되었다.


엇비슷이 잘 먹으면서도 시어머니가 하면 잘 먹지 않게 되는 음식이 딱 하나 있으니, 곰국은 영 내 입에 맞지 않았다. 바깥에서 먹는 비슷한 음식인 설렁탕 종류도 별로라 하는데 내가 먹어본 중에 엄마의 곰국만한 게 없어서라며 이따금 그에게 말하곤 하기도 했다.


소뼈를 뭉근히 오래 끓여 뽀얀 국물을 내는 게 일반적인 곰국이나 설렁탕인 것 같은데 그는 늘 맑은 곰국을 끓여내곤 했다. 엄마가 끓인 곰국만한 게 없더라고, 시어머니가 끓이신 거나 다른 데서 먹는 건 아무래도 누린내가 나더라고 말하면 그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사골에 잡뼈도 좀 넣고 한 번 우려낸 후에 센 불에 팍팍(힘주어 팍팍! 이라 말할 때 목소리가 들리는 듯. 표정도 생생히 떠오른다) 끓여야 엄마표 곰국이 된다고 말해주곤 했다.


누린내 잡내 없이 뜨끈하게 끓인 맑은 곰국에 파 듬뿍 넣어 밥이랑 국이랑 먹으면 참말로 맛이 좋았는데. 그가 떠나가시고 시어머니표 곰국에 이전보다 더 손이 안 가게 된 것은 맛 때문일까 맘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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