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음식 중 내가 맛있게 먹었다 기억하는 건 어죽이다. 아부지랑 동네 아재들이 어딘가로 놀러나가 잡아온 물고기들을 푹푹 끓여 얼큰하게 내는. 미나리가 듬뿍 들어간 그 뜨끈한 음식을 어릴 때 꽤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산골에도 이런 멋진 모래사장이 있을 수 있구나! 감탄했던 외할머니집 근처의 꽤 깊고 넓은 내에서 우리는 물놀이를 하고 아부지랑 집안 어른들이 합심해서 투망으로 잡은 물고기들로 그가 끓여준 것이 아마도 마지막으로 먹은 맛난 어죽이었지 싶다.
소라고는 집마다 일소 한 두 마리만 키우던 순수한 농촌 지역이었던 외가 마을에서 어느 사이엔가 한 집 두 집 소를 대량으로 키워 돈 좀 벌게 되면서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외할머니집 부근의 나무 때는 냄새, 여물 끓이는 냄새들이 사라지고 맑던 내에서도 악취가 나곤 했다.
할머니 돌아가신 후 더 이상 갈 일 없는 동네가 되었지만 마을이 그리 변하지 않았다면 할머니집을 같이 지켜보자 하지 않았을까 이따금 생각하곤 한다. 그랬다면 그도 아무 연고 없는 바다가 가까운 그 땅이 아니라 친정 근처 어딘가에 땅을 마련해 노후를 준비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 맑디 맑은 냇가에서 자식들은 서툴게 고기를 잡고 그는 또 그 새하얀 모래 사장에서 얼큰한 어죽을 맛나게 끓여내지 않았을까.